최종 업데이트 21.01.12 11:26

"버블 당분간 더 팽창…작은 충격에도 쉽게 붕괴될 것" [자산버블 경고음]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김유리 기자, 이민우 기자]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자산급등 현상에 대해 '자산시장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한 상황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팽창 속도가 빠르고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늘렸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자금이 갈 곳을 잃은 대내외적 여건을 봤을 때 주식·부동산시장이 자금을 빨아들이는 현상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가 12일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한 자산시장 긴급진단에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종훈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전무),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급등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안)= 해외발(發) 유동성, 집이 없는 개인들의 절박함 때문에 1분기까진 급한 조정이 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본시장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여당 논평엔 동의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은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진 개인들이 추세추종형 투자를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은 정부 규제로 수요만 억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세금(거래비용)은 모두 가격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 수요자 대기는 엄청난데 공급은 제대로 하니 수급이 꼬이며 집값이 올랐고, 더 오를 것이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이하 김)= 주식시장은 버블이 아니고, 부동산은 버블이다. 최근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46% 늘었는데,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은 2~3배(200~300%) 올랐다. 반면 주식시장은 10년간(작년 11월 말 기준) 40~50%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에 GDP 성장분을 곱하면 3400~3500까지 오를 수 있다. 2월 말까지 주식시장 상승세가 이어진 뒤 소폭 조정이 올 수 있다. 반면 부동산은 1989년 일본처럼 급락할 수 있다고 본다.△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하 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 환경은 당분간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서 70%에 육박하는 개인 매매 비중이나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증가는 과거에는 없던 변화다. 풍부한 증시 대기 자금은 시장 하락 시 지지 요인이 될 것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하 박원갑)= 주택과 코스피 지수는 양(+)의 상관관계다. 증시에서 번 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 통화량(M2)이 3000조원을 넘을 정도로 돈이 넘치고 있고, 요즘엔 집의 자산화 경향이 심해져 주택시장도 금리나 유동성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자산시장 강세는 적어도 상반기까지 계속되고, 하반기엔 금리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지며 ‘상고하저’ 형태를 나타낼 것이다. 부동산의 ‘일본식 붕괴’는 비현실적 얘기라고 본다. 다만 부풀려진 가격은 작은 충격만으로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집값은 소폭 상승할 텐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전세시장이다. 전세시장 안정이 주택시장의 최우선 과제다.
-자산가격 급등 배경엔 ‘빚투(빚을 내 투자)’가 있다. GDP 대비 200%에 달하는 민간부채 문제점은△안= 금융시스템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대부분이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부동산이 폭락해도 은행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문제는 가계의 대차대조표는 부실해지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박종훈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이하 박종훈)= 기업·가계부채 규모가 각각 GDP의 80%를 넘어서면 부채 사이클의 끝에 왔다고 본다. 각종 위험지표들은 버블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물가 급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전 세계가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돈을 풀어 경기 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버블 크기는 더 커질 것 같다. 버블 여부를 묻는다면 맞다. 다만 지금 당장 터질 것이냐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고 본다.△박원갑= 지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위기나 금리 상승 시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지만, 거시경제 안정 차원에서 보면 부채관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거주 수요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완화된 대출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있다.△윤= 빚투 우려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다. 신용잔고는 사상 최고치(20조원)를 돌파했으나 시가총액 대비 안정적 흐름이다. 개인주식 신용 매수 비중도 증권사의 엄격한 리스크 관리로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11%대)을 밑돌고 있다.
-주식시장 급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과정이라고 볼 수 있나. 주식시장 자금이 기업투자로 이어질 수 있나.△안= 기업투자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주가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하고 기업공개(IPO)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이니 벤처기업들이 상장을 많이 할 것이라는 논리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오너 리스크까지 감당하며 유상증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한국은 미국만큼 장기투자 문화도 정착이 안 돼 있다. 외국인·기관도 목표 수익률을 챙긴 후 차익실현을 할 수 있는데 신용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들이 장기투자를 할지 의문이다.△박종훈= 과거 일본기업들은 증시 자금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빚만 갚는(Debt financing) 형태를 보였다. ‘가계가 빚을 내 기업 빚을 갚아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 기업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것은 맞지만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이젠 조심해야 할 때다. 동학개미들이 시장을 받친다고 하지만, 사람은 가장 이기적인 존재다. 시장 흐름이 바뀌면 동학개미도 패닉 셀링을 할 수 있다.△윤= 국내증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기업이익 전망의 상향 조정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지수는 3300까지 오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태도도 과거와 달라졌다.
-테이퍼 탠트럼(선진국 양적완화(QE) 축소로 신흥국 증시·통화가치 급락 불러오는 현상) 가능성은.△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못을 박아버렸기 때문에 바꾸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먼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기대감, 위험선호 현상 때문에 국채시장에서 돈을 빼 위험자산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Fed는 기술적으로 대응하며 상한선을 잡을 것 같다.△김= Fed는 채권발행으로 시장금리 상승에 대응하고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 문제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인데, 차라리 한국이 올해 하반기 두 번 정도 기준금리를 먼저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윤=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의 가능성은 낮다. 통화정책은 물가보다 고용시장에 달려 있는데, 고용 회복에 3년 이상 걸릴 것이다.△박종훈= 가능성이 있긴 하다. 다만 3개월 이내에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1.5%를 넘어서 1.75% 수준까지 간다고 하면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복귀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유동성이 마른다.
-자산불평등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신다면▲김=정부가 돈을 쥐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자산 불평등을 키운 방식 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안=집값을 잡는게 결국 해결책이라고 본다. 집값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하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과 수급 풀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박종훈= 미국은 1920년대에 사회주의적인 자본주의, 즉 케인즈적인 자본주의로 해결했다. 가진 사람이 기부나 반독점법 등을 통해 사회로 토해 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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