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1.11 11:06

[한파와 싸우는 그들] "주소찾기·배송인증 탓, 장갑도 사치" 꽁꽁 언 택배기사

9일 오전 6시20분 맨 손으로 배송 물품을 나르고 있는 새벽배송업체 택배기사 고영민(45)씨. (사진 = 박준이 기자)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박준이 기자] 지난 9일 오전 4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택배기사 고영민(45)씨. 그는 영하 19도의 날씨에도 맨손으로 박스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고씨는 "휴대폰으로 주소 찾기, 배송 인증 등을 진행해야 하는 탓에 장갑은커녕 아예 맨손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35년 만에 몰아닥친 한파 속에서도 택배기사들은 꽁꽁 얼어붙은 새벽을 열고 있었다. 지난 6일 수도권에 폭설이 내린 후 서울 도로 곳곳이 빙판길과 다름없었다. 살인적인 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야외에서 일하는 새벽, 오전조 택배기사들의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날 오전 3시부터 7시30분까지 강동구 일대 34곳의 배송지를 들른 고씨의 손은 빨갛게 굳어 있었다. 난방을 하는 차 안에서 온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그는 수시로 차에서 내려 택배 물품을 날랐다. 3일 전 내린 폭설도 택배기사들에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배송 건수대로 급여를 받는 기사들에게 배송 지연은 생업과 직결된다.
고씨는 "당시 4시간이면 끝날 배송을 5시간 동안 했는데도 절반도 못 끝냈다"면서 "결국 일부 물량을 오전조로 넘겨야 했다"고 말했다. 눈과 한파로 인한 빙판길은 생업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는 "새벽엔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차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겨울철 동료들의 운전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9시 경기 고양시 강매물류센터. 전기시설이 열악해 난로가 들어올 때마다 택배기사들은 바삐 손을 갖다 댔다.




오전 7시 이후 업무를 시작하는 일반배송 기사들 역시 한파와 싸우고 있었다. 경기 고양 강매물류센터 분류작업장은 한눈에 봐도 한파를 막아주기엔 시설이 열악했다. 천장만 있고 벽은 없는 야외라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전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난로를 켜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파 속 분류작업장 택배기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과도한 물량이었다. 이날 오전 10~11시 사이에 배송을 시작해야 했지만 많은 물량, 빙판길로 허브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모아서 오는 간선차는 오후 12시30분에야 도착했다.
불안정한 처우 때문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을 나오기도 했다. 홍모(60)씨는 업무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지만 깁스를 한 채 나왔다. 대신 일할 인원을 구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 물건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구역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일터로 이끌었다. 홍씨는 "물량을 줄이더라도 일단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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