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 유무에 따른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다 주가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면서 '자산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부(富) 차이가 확대되는 것이다. '벼락거지(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의 상대적 개념. 자신도 모르는 새 자산 격차가 벌어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자산급등에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통계청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66.64배로, 직전해(125.60배) 대비 41.04배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순자산 5분위 배율이란 보유한 순자산 상위 20% 그룹(5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1분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상ㆍ하위 그룹간 순자산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말 상위 20%가 보유한 평균 순자산은 11억2481만원이었는데, 하위 20%가 보유한 평균 순자산은 675만원에 그쳤다. 상ㆍ하위 그룹 격차가 11억원 이상 나는 셈이다.
순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2017년부터 본격화했다. 우리나라의 순자산 5분위 배율 추이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12년 181.44배까지 높아진 뒤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였다. 2014년엔 93.15배까지 낮아지기도 했으나 2017년 99.65배, 2018년 106.29배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이런 현상은 이미 부동산이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자산 가치가 빠른 속도로 높아진 결과다. 여전히 전체 가구 중 62.3%가 3억원 미만의 순자산을 갖고 있지만, 10억원 이상 순자산을 가진 가구의 비중은 한 해 사이에 0.4%포인트 늘어난 7.2%를 차지했다. 7억~8억 규모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 비중도 2.4%에서 2.7%로 늘어났다. 최근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소위 '있는 사람들'은 앉아서 부를 불리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이 현상은 더 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에만 해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만큼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였던 반면, 하반기엔 코스피 지수가 급등했고 집값도 더 급격히 올라서다.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소득 격차도 복지정책이 나올 때만 잠깐 좁혀질 뿐,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벌어지는 모양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로, 2019년 3분기(4.66배)에 비해 배율이 더 커졌다. 지난해 2분기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5분위 배율은 4.23배로 낮아지며 전년동기(4.58배) 대비 하락하기도 했지만, 효과가 사라지자 바로 격차가 벌어졌다.
현재까진 자산격차를 잡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은 3000조원 이상 풀린 반면, 통화유통속도는 2분기 0.6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돈을 거둬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버블을 잡겠다고 유동성을 줄이면 실물시장은 완전한 파국에 이르기 때문에, 소득불균형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에 주가와 집값이 많이 오른 점, 하위그룹은 빚이 많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분위 배율이 상당히 많이 올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자산 격차는 소득격차가 오랜 시간동안 축정돼 온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구조를 바꿔 소득격차를 줄여야 장기적으로 자산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소득격차를 줄이려 하는데 약간의 복지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교육이나 고용, 창업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계층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다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이런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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