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1.06 14:06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구직수당 300만원'에 새해 벽두부터 몰렸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센터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 민원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지방에 살고 있는 아들 서명을 어떻게 받아오라는 거요?" "일할 곳 없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노숙인한테 뭘 더 하라는 거냐."
새해 첫 월요일인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남부고용복지센터 2층. 저소득 구직자에게 구직수당 300만원을 주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오프라인 신청 창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영하 7도까지 떨어진 날씨에도 창구에는 일찌감치 신청자들이 몰렸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생소한 제도였지만 현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익숙하지 않은 구비서류와 온라인 신청 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센터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총 45명의 전담 직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5명가량이 초기 상담과 자격 심사 업무를 맡고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 든 10여명의 대기자는 마스크를 끼고 두꺼운 파카를 입은 채 묵묵히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한쪽에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서울역 노숙인'이라고 소개한 김씨다.
김씨는 "노숙인한테 무슨 구직신청을 하라는 거냐"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하려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 홈페이지에서 구직신청을 해야 한다. 취업활동계획을 세우고 취업상담과 구직활동을 성실히 이행해야 구직수당을 받을 수 있다. 구직신청을 위해 1층 창구로 내려가던 김씨는 기자에게 "솔직히 노숙인이 6개월 동안 (구직수당을) 타먹으러 왔지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변변한 자격증이나 이력이 없다"며 "써준다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구직신청 후에는 빽빽한 글씨가 가득한 5장의 취업지원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청서엔 주민등록상 등재된 모든 가구원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공란이 있다. 소득·재산 등과 같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위한 절차다. 오프라인 신청자 대부분이 이 점을 가장 번거롭게 느꼈다. 지난해 백화점 점원으로 일했던 20대 백모씨는 "아버지 사인을 받은 후에 다시 와야 한다"며 신청서를 손에 쥐고 센터를 나섰다. 현재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의 서명을 어떻게 받느냐고 직원에게 따져 묻는 이도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온라인 신청을 할 때는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간편하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PC가 없거나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이 역시 커다란 장애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참여한 20대 후반의 이모씨는 "온라인상으로는 소득·재산 요건에 부합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직접 왔다"며 "통화량이 많아 전화 상담은 내내 불통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막 시작된 제도이다 보니 직원들도 서툴고 지원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50대 강모씨는 작년까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활근로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사업 인원이 감축됐다고 들었다. 한 달 80만원 수입마저 끊길 판"이라고 토로했다. 원칙적으로 최근 2년간 일한 기간이 100일(800시간) 이상이어야 구직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강씨의 경우 75일밖에 되지 않아 상담을 받으러 왔다.
남편과 함께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을 하러 온 60대 구모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7년간 일을 쉬었다. '올해 취업할 수 있을지'를 묻자, 돌아온 구씨의 대답에는 기대와 한숨이 뒤섞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진 않을 것 같다. 다행히 건강은 조금 나아져 구직활동을 해볼 자신감은 생겼다."
이날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을 위해 남부고용센터에 방문한 시민은 150명에 달했고, 신청서를 제출한 인원은 58명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신청 건수를 포함해 총 9만여명이 신청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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