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 사고가 나면 공정하게 손해액을 산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사정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험사에 종속돼 보험금 삭감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아온 손해사정 자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고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보험사가 사정한 손해액 및 보험금에 대해 손해사정사가 의견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손해사정사는 통상적으로 보험사가 직접 고용하거나 업무를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해왔지만 2018년부터는 보험계약자도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게 됐다. 현행 법에서는 보험계약자 등이 손해사정사를 선임, 보험금 청구과정에서 소비자측의 손해액 및 보험금을 사정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사정사 업무 규정에는 보험사가 사정한 손해액 및 보험금과 관련한 의견 진술이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보험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제시한 금액을 의견으로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손해액 및 보험금에 관해 보험사와 의견을 교환하고 그 내용을 보험계약자 등에게 설명하는 행위를 추가, 손해사정사의 업무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손해사정사의 중재, 합의 역할이 변호사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소지를 선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사와 보험사가 의견을 교환하는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 같은 내용의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중재, 합의 등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 변호사협회에서 검찰 고발로 대응하고 있고 독립 손해사정사들이 법적 처벌을 받고 있다"면서 "손해사정사의 역할에 대해 법적으로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금을 미지급하거나 깎는 행위가 앞으로는 법적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경제 3법' 중 '독점거래 및 공정경쟁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ㆍ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하는 등 규제범위를 대폭 강화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정경제3법이 통과되면 계열사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해당해 모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라며 자기손해사정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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