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정부가 17일 김해신공항 개발 계획 백지화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후 새로운 동남권 신공항 선정 절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새 후보지로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 발의에 나섰다.
하지만 추후 선정 절차는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가덕도는 이미 4년 전 동남권 신공항 선정을 위한 용역 결과에서 "개발 자체가 어려운 곳"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이어서 업계에서는 또다른 '정치공항'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검증위가 11개월 만에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 공항 적정성에 대한 기술 검증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증위는 "보완하면 된다"는데 백지화 결론?=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6월 결정된 김해신공항안이 4년여 만에 폐기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을 두고 고심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추가로 짓는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이후 부산ㆍ울산ㆍ경남(PK)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안으로는 관문 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를 구성해 김해신공항안의 안전ㆍ소음ㆍ환경ㆍ시설 등 4개 분야 14개 쟁점을 검증해왔다.
검증위는 안전성 문제와 함께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김해신공항안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절차상 하자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당초 안전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면 관문 공항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신공항 후보지는 '답정너'=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위한 정치적 논리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바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 시간 직후인 오후 3시30분 '동남권 관문 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주재로 열리는 이 회의에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동남권 신공항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가덕도 신공항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시기 단축,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달초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부산ㆍ울산ㆍ경남이) 관문 공항다운 관문 공항을 가질 수 있도록 선택하길 바란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초 재검증 논란 당시 "만약 김해신공항이 낙마한다면 입지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우던 국토부도 한발 물러선 상태다. 지금은 "총리실 입장 발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총리는 검증위 결과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3시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여기서 논의된 정부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정치공항' 탄생하나=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 논리를 무시한 정치적 결정으로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부ㆍ여당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4년을 끌어온 국책사업을 번복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2016년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실시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 결과'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은 압도적인 1위였다.
가덕도는 밀양에도 밀려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당시 ADPi 측은 가덕도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건설 자체도 힘들다"며 "자연적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가덕도는 2011년 진행된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도 비용편익(B/C)이 사업 타당성 기준인 1.0에 못 미쳐 탈락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득을 보려고 무리하게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영남권 관문 공항마저 선거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엄격한 평가 지표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ㆍ이광호ㆍ원다라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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