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09 11:49최종 업데이트 25.12.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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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신종 진드기 매개 바이러스 대응 위해 mRNA 백신 개발 본격화

질병관리청, 국제백신연구소, 에스티팜, 서울대학교, AI 기반 SFTS 백신 개발 착수

질병관리청, 국제백신연구소(IVI), 에스티팜, 서울대학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협력해 아시아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치명적인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AI 기반 mRNA 백신 개발에 나선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SFTS 바이러스(Dabie bandavirus)에 의해 발생하며,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 증상은 주로 감염된 진드기나 감염이 의심되는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물린 뒤 나타나며, 발열, 혈구 감소, 구토, 설사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령층에서 중증으로 악화될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이 진행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SFTS를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인식하고 SFTS 백신 개발을 국가적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CEPI는 IVI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최대 1600만 달러(약 222억 원)를 지원해 한국에서 건강한 성인 대상 전임상 및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반응 유도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며, SFTS 백신 후보의 인체 대상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SFTS 바이러스는 페누이바이러스과의 대표 병원체로 이번 연구 대상에 선정됐다. SFTS 바이러스 백신 설계에 성공하면 동일 계열 페누이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얻은 지식, 데이터, 연구 자료는 향후 공중보건과 축산, 농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신종 페누이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보다 신속하게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바이러스와 백신 제조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을 활용해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응하는 방식은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구자들은 SARS와 MERS 두 종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선행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관련된 핵심 과제들을 사전에 해결했으며, 이에 따라 2020년 초 SARS-CoV-2 출현 시 신속한 백신 개발이 가능했다.

CEPI 리처드 해쳇 대표는 "다음 팬데믹이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SFTS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 커져가는 바이러스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음 ‘미지의 감염병(Disease X)’에 대한 대응을 극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는 지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신종 페누이바이러스가 등장하더라도 처음부터 새롭게 백신을 설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이번 CEPI와 한국의 연구기관 간 협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SFTS 백신 연구를 통해 확보되는 지식은 CEPI의 ‘미지의 감염병 백신 라이브러리(Disease X Vaccine Library)’에 추가될 예정이다. 이는 다양한 바이러스 계열의 백신 데이터와 정보를 집약한 것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CEPI가 주도하고 한국을 포함한 G7·G20 회원국이 지지하는 글로벌 목표인 ‘100일 미션’의 핵심으로, 팬데믹 발생 후 100일 이내에 대응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VI가 주도하는 이번 임상시험의 백신 후보는 질병관리청과 서울대가 공동 설계하고 있으며, 1상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에스티팜의 독자 기술인 SMARTCAP 플랫폼을 활용한다.

미국 소재 CEPI 파트너 기관인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Houston Methodist Research Institute, HMRI)도 최첨단 AI 기술로 개발을 지원하며, 기존에 수주에서 수개월 걸리던 백신 구성요소 설계를 몇 시간 만에 완료하고, 안전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 설계에 기여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국제협력을 통한 SFTS mRNA 백신 개발로 신종감염병 대비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우선 순위 병원체에 대한 백신 라이브러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은 "IVI는 세계 최초 SFTS 백신 임상 개발을 추진하는 이번 컨소시엄을 이끌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mRNA 기술, AI, 전문성을 결합해 아시아 지역의 공중보건 위협에 대응하고, 향후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지식을 확보하고자 한다. 성공 시 이 백신과 향후 개발될 백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국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고 밝혔다.

에스티팜 성무제 대표이사는 "에스티팜은 이번 AI 기반 mRNA SFTS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당사의 SMARTCAP 및 STLNP 플랫폼과 글로벌 CDMO 역량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SFTS 백신 후보의 개발과 생산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티팜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전임상, 임상, 나아가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백신 제조 전 과정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글로벌 수준의 GMP 기준과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며 "이번 연구 및 생산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성과는 향후 팬데믹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스티팜은 이번 협력을 통해 아시아와 전세계의 보건 및 안전 증진에 기여하고, 글로벌 의약품 개발 및 팬데믹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SFTS와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고, 미래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혁신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RNA생물학연구실 정수진 수석연구원은 "이번 공중보건 과제 해결을 위해 우리 연구실이 보유한 고도화된 mRNA 백신 설계 역량을 활용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독자적으로 확보한 안정화 UTR 서열을 접목해 팬데믹 대비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한,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번 파트너십은 학계의 혁신이 전 세계 보건안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고 밝혔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 중개과학 총괄 겸 항체 발굴 및 가속 단백질 치료제 프로그램(ADAPT) 책임자 지미 골리하(Jimmy Gollihar)는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는 고도화된 AI와 계산면역학을 활용해 바이러스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백신 후보의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며 "이번 SFTS ‘프로토타입’ 백신 개발에서 한국 및 CEPI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안전하면서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백신 구성요소를 설계하고, 이를 다른 페누이바이러스에도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협력은 실험 현장에서 ‘100일 미션’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미지의 질병(Disease-X)이 등장했을 때 세계가 속도와 규모 면에서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필요한 도구, 데이터, 노하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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