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용·서명옥·김윤, 한국의료질향상학회서 군 단위 의료 공백해결·인력 정착 환경 구축·지역 완결형 네트워크 필요성 제기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지역·필수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병상·인력 확충을 넘어 지역별 접근성, 의료인력 정착 구조,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24일 봄학술대회에서 '지역필수의료에서 의료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행사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와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발제에 나섰다.
이날 발제자들은 지역 의료 붕괴의 원인으로 급성기 의료 접근성 부족, 지역 병원의 기능 저하, 젊은 의료인력의 지역 정착 어려움, 병원 간 협력체계 부재 등을 꼽았다. 특히 지역필수의료의 질 향상은 병원이나 의사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배후 진료역량,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군 단위 지역의료 '질' 이전에 '접근성'이 문제…급성기 대응 한계
장석용 교수는 최근 지역필수의료, 지역의사제, 공공의료 확충 등 지역 의료 관련 법안과 정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의료의 양적 확충이 실제 의료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각 지역에서 실제로 어떤 의료 기능이 필요한지와 해당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지역 사례를 소개하며 대도시와 가까운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의료 접근성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은 급성기 의료 접근성 자체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충북 영동군은 인근 대도시인 대전까지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심뇌혈관질환 등 시간 의존성이 큰 질환이 발생했을 때 1시간 이내 대도시 병원 도달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역 병원 안에서도 급성기 수술이나 중증 응급 대응 역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영동에 거주하는 주민이 밤에 뇌혈관이 터지거나 급성복증이 생겼을 때 지역 병원에서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 지역은 급성기 의료에서 질보다 앞단의 접근도가 문제가 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에 대해서도 응급실 운영을 위해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제 작동에는 한계가 있고, 급성기 수요가 발생하면 청주 등 외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대전과 가까운 옥천군은 상대적으로 여러 진료과와 수술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장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정책에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병원 설립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병원 설립 및 확대가 곧바로 의료 질 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병원과 의사를 배치하더라도 야간·응급 수술이 불가능하고, 충분한 환자 경험을 통한 숙련도 유지가 어렵다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필수의료 기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적인 공급만으로 될 것인가를 같이 봐야 한다"며 "아무리 병원을 짓고 의사를 모셔도 밤에 복막염 수술이 안 되면 결국 큰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장 교수는 지역필수의료의 공간적 범위를 어디까지 작게 설정할 것인지, 군 단위 지역의 접근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실제 질 수준 담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 필수의료기관을 분산할지 또는 일정 규모로 집중할지 등을 향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지역 의료체계 설계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요구와 전문가 판단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지역 주민이 원하는 대로만 정책을 설계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도 실제 이용과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지나치게 작은 병원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기보다, 일정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
"젊은 의사 지역에 남을 구조 만들어야"…양질의 수련·일자리·보상 필요
서명옥 의원은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치료할 의사의 부족을 꼽으며, 젊은 의사들의 지역 잔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강제 배치나 단순 증원보다 양질의 수련 기회, 안정적인 일자리, 충분한 보상 체계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환자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배후 진료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배후 진료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서 의원은 "지방에는 돈을 더 줘도 안 간다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청년들의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할 것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지역·필수의료와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은 지역의사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거 제도를 언급하며 강제성만으로는 지역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공중보건장학제도 등 유사 제도에서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젊은 의사가 자발적으로 지역에 남을 수 있는 확실한 유인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지역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들이 중증·응급 분야를 전공하더라도 지역에 전공을 살릴 일자리와 성장 가능성, 배후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지역 전공의에 대한 지원과 양질의 수련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수련이 끝난 이후에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지역 근무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의원은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서 수련받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지역 거점센터의 권한과 자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정된 의료 자원이 분산되지 않도록 중증·응급 질환의 최종 치료가 가능한 허브센터를 지정하고, 해당 센터가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난도 수술과 외상, 중증 환자 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설·장비 투자를 집중하고, 풍부한 환자군을 바탕으로 젊은 의사들이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지역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전문의와 펠로우 등 젊은 의사들에게 안정적이고 비전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공의의 저비용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고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 의원은 주거 지원, 세제 혜택, 자녀 교육 지원, 연구비 보조, 해외연수, 육아·출산 지원 등 인센티브 지원도 제안했다. 지역 중점·핵심 분야 인력 확보와 지역사회 신뢰 회복은 단기 정책만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련 과정부터 전문의 취득 이후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장기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지역·필수의료 붕괴, 공급 구조 문제…지역 완결형 네트워크로 협력체계 구축해야"
김윤 의원은 지역필수공공의료의 붕괴는 의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료 공급을 시장에 맡겨두면서 어떤 지역은 병상과 의료기관이 과잉 공급되고, 어떤 지역은 필요한 기능이 부족한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의료취약지 문제를 단순 병상 수 부족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지역은 급성기 병상수 자체는 적지 않다. 다만 2차급 병원의 기능을 하기 위한 300병상급 이상 병원이 없는 것"이라며 "노인 폐렴이나 맹장염 환자가 입원할 병상은 충분할 수 있지만,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기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 의료 접근성도 도시와 군 단위 지역 사이에 차이가 크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도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내 의원급 외래에서 해결되는 비율이 20~30% 정도로 낮다며, 의료 접근성이 좋다는 말은 도시 중심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역 내 의료기관이 각자도생하는 구조를 바꾸고, 의료기관별 역할을 조정하는 지역 완결형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 중소병원, 병의원이 각자 수준에 맞는 환자를 진료하도록 지역 단위 협력체계를 만들고, 이 체계가 실제 작동하도록 재정 지원과 평가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러한 완결형 네트워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단으로 필수의료 특별법을 제시했다. 지역별 필수의료 계획을 세우고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운영하려면 건강보험 수가만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인력 비용과 협력 비용을 지원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필수의료 특별법은 지역필수의료 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이라며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통해 건강보험만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인력 비용과 협력 비용을 지원하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시도가 자기 지역의 필수의료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도가 자기 지역의 계획을 세우고, 그 지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의원까지 협력해서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자원을 보다 균등하게 배치하려는 노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정 주체와 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필수의료 특별법에서 국립대병원이나 사립대병원이 지역 네트워크 조정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도 네트워크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벍혔다.
그는 기존 상급종합병원 지정 체계가 개별 기관 중심 평가에 머물러 있다면,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내 의료기관과 어떻게 협력하고 지역 필수의료를 얼마나 책임지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이 지역의 필수의료를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네트워크 내에서 전달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환자 진료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도 기관 단위 평가에서 지역 네트워크 성과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처럼 중증도 중심의 상대평가에 의존하면 제한된 중증 환자를 중심에 둔 상급종합병원 간의 소모적인 경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기존 종별가산 체계를 진료기능가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를 볼 때, 2차 병원은 중등증 환자를 볼 때, 병의원은 경증 환자를 볼 때 보상받도록 해야 의료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의료자원 배치와 관련해서는 난이도가 높은 시술이나 중증 진료는 일정 환자 수가 있어야 숙련도와 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군 단위마다 2차 병원을 세우는 방식보다는 여러 군을 묶은 중진료권 단위 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