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바이오혁신위 공동 포럼서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연결 주문…후기 임상 집중투자·AI 연구자원 지원·허가 경로 사전 설계 제안
5일 개최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공동 포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01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부터 '바이오'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5년째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바이오를 국가 성장산업으로 키우려면 투자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에서 임상·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부처별로 분산된 예산과 데이터, 규제 절차를 연결하고 실제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5일 코리아나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함께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발제와 토론에서는 후기 임상 투자 방식, AI 연구인프라 배분,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 허가·급여 경로의 사전 설계 등이 논의됐다.
“초기 연구는 폭넓게, 후기 임상은 역량 갖춘 공동 프로젝트에”
이날 발제에 나선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는 조금씩 나눠 지원할 수 있지만, 임상에 들어가는 단계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공정성에 과도하게 무게를 두다 보니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에게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는 결국 선정평가가 제대로 돼야 한다”며 “실제 신약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검토하고, 해외 전문가도 과감하게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후기 임상에 대해서는 “임상 2·3상은 국내 주요 제약사와 중소 바이오벤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경험 있는 기업과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펀드 운용과 관련해서도 “VC는 수익 때문에 위험을 피하려 하고, 정부가 직접 운영하면 책임 부담으로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윤희 박사는 “투자 확대는 필수 조건이지만 단계 간, 혁신 주체 간 연결 경쟁력이 없으면 성장동력이 되기 어렵다”며 “논문과 특허만으로 성과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끊기는 공백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와 대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에 참여시켜야 한다”며 “전국 바이오클러스터를 어떻게 연결해 효율화할 것인지도 정책 목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만순 대표는 기술특례상장과 투자 회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특례상장이 없었다면 지금 좋은 사례로 언급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며 “창업기업이 투자받고 투자자가 회수해야 자금이 생태계 안에서 순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개발 지출이 클수록 상장 유지 부담이 커지는 법차손 규제 개선과 장기간 투자 유치로 지분이 희석되는 창업자를 위한 복수의결권 제도 보강을 요구했다.
묵 대표는 “적자가 죄가 아니다. 적자가 많이 났다고 퇴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엄격한 사후관리와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많아도 못 쓰면 소용없어…GPU·인력까지 함께 지원해야”
이현숙 서울대 교수는 “데이터가 있다는 것과 쓸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은 다르다”며 “데이터 양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관 간 연결이 가능한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생산하는 데이터는 처음부터 AI가 사용할 수 있는 ‘AI-ready’ 데이터가 돼야 한다”며 “GPU는 GPU대로, 연구는 연구대로 따로 가면 안 된다. 데이터와 연산자원, 실험을 하나로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 데이터의 활용도 제안했다. 그는 “논문에는 성공한 결과가 주로 나오지만 기업과 병원, 실험실에는 실패 데이터가 쌓여 있다”며 “실패 데이터까지 함께 학습한 AI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공동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백민경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정부의 배분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GPU 64장이 동시에 필요해 2년간 사용하는 계획으로 신청하면 ‘절반으로도 충분하냐’, ‘64장을 3개월만 드려도 괜찮으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그것은 연구를 다 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쓰도록 나누다 보니 연구에 필요한 자원이 적시에 적절한 양으로 배분되지 않는다”며 “연구사업을 기획할 때 컴퓨팅 인프라를 함께 지원해야 한다. 바이오 따로, AI 따로인 인력 양성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두병 본부장은 “연구자가 본인 연구만을 위한 데이터를 만들면 실험 조건 등 재활용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록되지 않는다”며 “인식 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재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만들 예산과 전담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제공기관은 가명처리와 품질관리, 보안환경 운영에 비용을 쓰지만 보상이 없다”며 “제공·관리 비용을 보전하고, 재사용과 신약개발·임상 활용 기여를 평가해 인센티브와 후속 연구비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위험 연구에 대해서는 “심의뿐 아니라 협약과 분석환경 준비까지 개선해 데이터 신청부터 활용까지 한 달 이내를 목표로 시범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5일 개최된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공동 포럼
“개발 끝나고 허가 준비?…R&D부터 필요한 근거 함께 설계해야”
양성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규제특위 위원장은 “지금은 연구가 끝난 뒤 허가에 필요한 근거를 찾다가 부족하면 추가 연구를 하는 구조”라며 “R&D 기획 단계부터 규제 경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을 입증할지, 누구에게 어떤 자료를 낼지, 개발계획이 바뀌면 어떻게 협의할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며 “기업은 한 번 접수하고 관계 기관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협의 이력과 판단 근거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준이 없으니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입증할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절차를 준수하고 판단 근거를 기록했으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심사관이 과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희 교수는 “네거티브 규제의 방향은 맞지만, 금지와 조건부 허용의 경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기준 없는 네거티브는 또 다른 담당자 재량의 이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 데이터 표준화와 AI 의료기기 평가, 실사용근거 활용과 급여평가는 여러 기관에 걸쳐 있다. 규제과학은 식약처만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과 바이오 제품을 포괄할 독립적인 의약품법 제정도 제안했다.
김범민 교수는 사전 규제 설계와 의료기기 선진입 제도 통합에 동의하면서도 “사전 협의에서 정한 내용이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갖는지, 개발 중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입 제도마다 대상 환자와 적응증 등의 제한이 달라 기업이 체감하는 내용도 다르다”며 “통합 기준을 논의하고, 시장 진입 이후에는 엄격한 모니터링과 퇴출 경로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규정을 몇 개 개선했는지, 상담을 몇 번 했는지는 보조지표로 봐야 한다”며 “실제로 기술이 현장과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신뢰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