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28 06:57최종 업데이트 22.10.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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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저성장 시대, 파티는 끝났다...필수의료 '준공영제' 도입"

정재훈 교수 "건강보험 보장 체계 재조정 필요" 지적...임준 교수 "필수의료 의사부족, 다양한 수단 동원해야"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건강보험 재정과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 문제를 풀 해답은 무엇일까.

27일 중앙보훈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공공보건의료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조세에 기반한 필수의료 분야 '준공영제' 도입, 인력난 완화를 위한 대체인력 활용과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 구조조정 등을 주장했다.

연자로 나선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파티는 끝났다”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존 의료보장체계와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현 체계 지속 불가...건보재정 지출관리∙보장 체계 전면 재조정 등 필요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싸고 좋은 의료체계를 유지해왔지만 점차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별다른 가격통제 기전이 없는 민간보험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모든 정부에서 해온 것이고, 정책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면서도 “문케어의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는 민간보험과의 관계설정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도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향후 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비용을 부담할 생산가능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파티는 끝났다. 지금이 부양 받아야 할 인구가 가장 적고,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가장 많은 끝자락”이라며 “지금까지 나와있는 장래 재정 추계들은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동일하게 이어진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지만, 출산율만 봐도 기존 예상치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정재훈 교수 발표 자료

정 교수는 건강보험요율 인상만으론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키 어렵다며 지출 관리는 물론이고, 비급여의 증가나 실손보험 등 급여 의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들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전체 인구 대상으로 모든 질환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유니버설 커버리지(Universal Coverage) 개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질환에 대해 급여와 비급여가 나뉘고, 부가서비스도 나눠져 있다. 급여는 건보가 책임지고 비급여는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형태”라며 “이걸 전국민에 대한 보장 원칙은 유지하더라도 특정 질환군을 대상으로는 수직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중증, 응급질환 등에 대해선 비급여나 부가 서비스까지 정부가 포괄적으로 책임지고, 건보재정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조세가 역할을 해야한다”며 “경증, 비필수는 건보가 가져가는 형태로 가격 통제 기전을 강력히 하면서 민간보험과는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가 인상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버스 ‘준공영제’ 방식을 차용하자고 했다.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수익성이 낮은 필수 버스 노선이 유지되도록 하듯이 필수의료도 조세 기반의 준공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인구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진료영역, 외상이나 중증환자, 응급실 운영 등은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은 조세 기반으로 운영하면서 준공영제의 틀을 갖추는 것이 우리나라 민간 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비율과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 대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

의대 증원만으론 안 돼...대체인력 활용∙급성기 병상 수 조정 등 병행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는 여러 요인들이 얽혀있어 의사증원 만으론 해결이 어렵다며 동시에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먼저 PA(진료보조인력), 비대면 진료, 은퇴의사 활용 등을 제안했다.

그는 “대체인력 활용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이해관계 문제로 쟁점화하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PA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역시 단순히 산업화란 이유로 반대하는 식의 접근보다 1차의료 강화라는 전략 속에서 비대면 진료를 어떻게 배치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은퇴한 대학병원 의사 인력 활용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은퇴 후 지역에서 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교수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급성기 병상 수 조정을 위해 소규모 병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그는 “현재 병상이 과잉인 상태인데 인력만 늘려선 안 된다. 의료기관 수를 줄이면서 병상당 적정인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이 전문병원, 재활병원으로 전환하거나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퇴출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임 교수는 일차의료 전문의 수련 과정 신설, 공공임상교수제 도입, 공동수련제도, 정책수가 등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들로 언급했다.
 
그는 의대증원에 대해선 “기존의 소규모 지방의대나 국립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국립의전원을 설립해 국가 단위에서 필요한 인재를 국가가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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