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6.01 01:13최종 업데이트 26.06.01 01:13

제보

'좋은 의료' 향한 영국의 NE(절대 불가 사건) 해법과 고민

의료 사막화로 이끄는 우리나라 형사처벌의 덫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는 이른바 '절대 불가 사건'에 대한 제반 정책(Never Events policy and framework)을 명시하고 있다.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특히 이러한 사건을 어떻게 식별하고 이에 대한 조사와 대응은 어떻게 하는지를 세세하게 기술한 것이다. NHS가 재정을 투입한 모든 의료 서비스가 그 적용 대상이다.

NHS의 절대 불가(Never Events, NE) 사건 목록은 지난 2009년에 처음 발표했으며, 이후 임상 및 안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발전함에 따라 여러 차례 수정됐다.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은 환자 안전사고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국가 차원에서 이미 강력한 시스템적 보호 장벽을 제공하는 지침이자 권고사항이다. 따라서 영국에서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이를 따라야 하기에 완전히 예방 가능한 사건으로 정의된다. 부연하면, 절대 불가 사건은 의료기관이 기존의 국가 지침이나 안전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18년에 개정된 절대 불가 사건의 정책에는 사건 발생은 의료 조직의 기본적 안전 절차 관리 방식에 '잠재적인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추가해 포함시켰다. 절대 불가 사건은 다른 환자의 안전사고와는 달리, 단 한 건의 사건이라도 조직에서 기존의 안전 권고나 경고 이행 시스템이 견고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적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의 NHS는 2018년 규정 개정을 계기로 모든 의료기관이 전략적 경영정보시스템을 통해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을 서로 합의하고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절대 불가 사건(Never Events, NE)의 개념은 사건 발생 시 조직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건으로부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교훈'을 얻는 데 있다. 

영국의 NE 관리정책 비난 문화 아닌 재발방지 교훈과 고차원적 'Just Culture' 유도

이러한 이유로 2018년 개정판은  절대 불가 사건 보고에서 담당자가 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했다. 아울러 프레임워크 서문에 절대 불가 사건 발생 후 담당자가 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비난 문화'라는 인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정적 제재 조항 삭제는 절대 발생 불가 사건의 예방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비난이 아닌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하는 고차원적인 'Just Cultur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왜냐면, 의료 현장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은 훨씬 더 광범위한 방식으로 환자의 안전을 관리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시각 때문이다. NHS는 지난 2015년에 절대 불가 사건 방지를 위해 국가 안전 기준(National Safety Standards)을 도입하고, 지난 2023년에 이를 개정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지난 2025년에는 NE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한 추세를 평가한 연구 논문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6년간 NHS의 'NE 연례 보고서'를 근거로 이에 대한 주제별 분석을 통해 공통 주제를 파악하고, 이러한 사건의 추세를 평가한 결과 2485건의 절대불가 사건(NE)이 확인됐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잘못된 수술 부위로 무려 1091건을 차지했다. 이어서 체내 잔류물이 561건, 잘못된 임플란트 건수는 266건, 약물 관련 의료사고는 198건으로 집계됐다. NE 동향에 대한 평가는 현재 의료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추가적인 개선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을 찾아 강조한다. 이와 같이 진솔한 보고는 투명하게 운영되는 선진화 된 사회의 한 면모를 보여준다.

NE 관련, 국제외과학회 공식학술지 'World Journal of Surgery'에 게재된 다른 연구에서는 지난 2012~2020년 사이 NHS에 보고된 총 3247건의 NE 사례를 분석하여 4가지 주요 범주에서 51가지 공통적인 NE 주제를 확인했다. 가장 흔한 범주는 역시 잘못된 부위 수술(n=1307, 40.25%)이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이물질 잔류(n=901, 27.75%), 잘못된 임플란트 또는 보철물 삽입(n=425, 13.09%), 그리고 비수술적 또는 간헐적 시술(n=614, 18.9%) 등의 순으로 분류됐다.

잘못된 부위 NE 중에서는 잘못된 측방(좌우) 시술과 잘못된 치아 발치가 각각 300건(22.95%), 263건(20.12%)으로 가장 흔했다. 또한 잘못된 부위의 차단술은 197건(15%), 잘못된 시술 125건(9.56%), 잘못된 피부 병변 절제 건수도 총 96건(7.3%)이 통계로 잡혀 주의를 요구했다. 

하위법령 앞둔 K-분쟁조정법 의료붕괴 틈 사이 비전문성 파고들어 더 큰 위기 초래 

최근 우리나라의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후속 하위법령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매우 궁금하다.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아닌 그동안의 '판례'를 근거로 중과실 목록을 작성했다는데,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 수술과 수혈 사고도 포함돼 있다.

최근에 개최된 세계면허기구연합회 웨비나에서 영국의 환자 안전을 위한 시민단체인 'Patient Safety Learning'의 수장인 Helen Huges는 약 30년이 넘은 오랜 경험과 경력의 소유자로 '절대 불가 사건'으로 의사를 처벌하면 진료 현장에 남아 있을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에서 의료를 대상으로 극히 예외적인 사건을 제외하고는 절대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판례에 의존해 만든 우리나라 중과실 목록은 의료 현장의 진솔한 보고가 빠져 있다. 영국에서 환자 안전사고로 인한 위해(Harm)는 통상 약 10% 포인트의 입원환자로 추정된다. 두 논문을 보면 위해(Harm) 중 가장 흔한 범주의 NE가 잘못된 부위 수술인데, 연간 계산하면 약 160~180건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새로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에서 '잘못된 부위 수술'은 형사처벌 대상인 중과실이며, 사실확인이 되면 의사면허는 박탈된다.

영국의 NE 사례 중 잘못된 부위 수술 한 가지 사례를 우리나라 법규에 적용하면 약 10년 동안에 1600~1800명 정도의 의사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고 면허를 잃게 된다.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과연 영국처럼 진솔한 의료사건 보고와 이를 교훈 삼아 '좋은 의료'를 위한 질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새로운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제정 절차에서 독소조항을 배제하고 세부 사항을 가다듬는 방식으로 의료계와 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는데, 정부나 국회, 법조계 모두 의료 안전 사건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매우 부족한 '비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이 제정되고 있으니 과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매우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 위주로 가면 아무 의사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영국 환자 안전단체 수장의 주장이 너무나도 공감된다. 최근에는 환자안전 기구와 의사면허 기구의 협업으로 환자안전 사건 전 예방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면서 부각되고 있다.

현대 의료에서 10% 정도 추정되는 입원환자 안전 사건 발생의 확실한(?) 불확실성에서 과연 공권력에 의한 사후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로 의료를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방어의료와 기피의료만 더 세분화시켜 가속화할지 의문이다.
 
<참고 문헌>
WTP8.03 Trends of CommonThemes of Never Events in NHS England over 6 years
BJS, Volume 112, Issue Supplement_13, August 2025, znaf166.397, https://doi.org/10.1093/bjs/znaf166.397
Identification of Common Themes from Never Events Data Published by NHS England. WJS 20 November 2020, Vol 45, pages 697–704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