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7.19 07:10최종 업데이트 21.07.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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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말라리아 백신개발 전망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학질로 알려진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 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병이며 연간 2억 3000명 이상 감염증상을 나타낸다. 사망률이 매우 높으며 세계보건기구에서 지금까지 수 십년간 백신개발을 지원했다. 말라리아 백신개발의 필요성,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 성공가능성이 높은 타겟 단백질, 최우수 백신후보의 임상시험결과, 판매될 말라리아 백신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전망했다.


말라리아 백신개발의 필요성

말라리아는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지역에서 90% 가까이 나타나며,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남미지역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그림 1). 연간 2억 3000명이상 말라리아 증상을 보이며 이들은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플라스모디움(Plasmodium sp.)에 감염돼 나타난다. 공식적인 사망률은 20%이며 연간 40만명 이상 사망하는 것으로 기록되지만 비공식적으로 100만~3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수만 비교한다면 지난 1년간 2억명 가량 감염된 코로나19와 비슷하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의 60% 이상이 어린이이며 감염자수와 사망자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는 수십년간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 재앙이다.
 
그림 1. 말라리아 분포(자료=WHO/Malaria map production).

말라리아에 대한 통계는 정확하지 않으며 다국적제약회사 혹은 여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진국에서는 관심이 적은 질병이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가끔 환자들이 발생하지만 환자들의 양호한 영양상태와 훌륭한 의료시설 덕분에 쉽게 치료되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료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은 1년에 2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으므로 백신을 개발해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매년 최소 40만명에서 최대 300만명 환자들이 사망하는 말라리아를 예방할 백신을 인류애적 차원에서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백신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에서 말라리아 백신기술 로드맵(Malaria Vaccine Technology Roadmap)을 2006년에 만들어 산학연 과학자들과 지원단체들이 구체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해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자를 예방하려는 비전을 제시하고 2025년까지 80%이상 보호효과를 보이는 백신을 개발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 결과 심각한 증상과 사망을 50% 이상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여 2005년부터 사용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더 효능이 높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백신후보물질로 사용할 항원 단백질

플라스모디움 균은 살아남기 위해 모기의 침샘에서 사람의 간세포로 위험한 여행을 해야 한다. 모기가 사람에게 피를 빨 때 혈관으로 포자형태(sporozite)의 플라스모디움이 주입되는데 사람의 면역체계를 피해 간세포에 도달해 침투해야 한다. 간세포에 붙어 침투할 때까지 균은 특별한 단백질(circumsporozite protein, CSP)을 분비한다. 이 단계에서 균은 아직 사람세포 속으로 숨어 피하지 못했으며 단백질과 병균이 면역체계에 노출돼 있다. 이 단백질의 중간에 아미노산 4개(Asn-Al-Asn-Pro)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면역체계에서 공격하도록 고안했다. 사람의 B형-감염바이러스의 외투단백질(HBsAg)과 융합시켜 효모에서 발현하여 접종하면 사람의 면역체계가 효과적으로 활성화됐다. 


임상시험 3상을 마친 백신후보물질

이렇게 알려진 융합 단백질을 GSK에서 ‘RTS,S/A01’이라는 백신 후보물질로 개발했다. 어린아이 1만 5460명을 참여시켜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시행한 임상3상 결과 심한 증상을 억제하고 사망을 예방하는 효능이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척수염 혹은 여아사망율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4회 접종해야 하는 불편한 점도 있었으므로 WHO의 허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수십년간 실패를 거듭하던 백신기술은 희망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보된 차세대 백신후보물질

옥스포드대학 연구팀에서는 같은 부위를 사용해 진보된 후보물질(R21)을 개발했다. 이전 후보물질은 플라스모디움 단백질이 20%이며 간염단백질이 80%였는데 새로운 후보는 거의 100% 플라스모디움 단백질로 이뤄졌다. 이 단백질은 효모세포에서 만들어지면 스스로 3차구조가 형성되고 동일 단백질들이 많이 모여 바이러스와 같은 입자(VLP)가 만들어 진다. 이전 연구와 개발노력 덕분에 항체의 좋은 타겟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간염바이러스 단백질을 최소로 줄이고 자동적으로 VLP를 형성하는 만족스러운 백신 조건을 갖춘 물질을 만들었다.


효능이 높은 면역활성물질 

마지막으로 백신 효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면역활성물질(adjuvant) 중 노바백스(Novavax)가 개발해 성공적인 시험성적을 내고 있는 매트릭스엠(Matrix-M, MM)을 첨가했다. 당연히 매트릭스엠을 선택하기 전에 다른 백신에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물질이나 새로 개발되고 있는 물질들을 이용해 면역활성도 및 안전성을 조사했다. 시험에 사용한 물질들 중 매트릭스엠이 항체 생성 및 T-세포 활성효과를 가장 높게 나타내 보였다. 옥스포드의 후보물질 (R21)과 노바백스의 물질(MM)을 섞어 백신후보물질 (R21/MM)을 만들었다. 이 후보물질을 10 마이크로그램씩 4주간격으로 3회 접종시킨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말라리아를 감염시킨 임상시험에서 63~78% 감염자들은 병원균을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임상2b시험 방법과 결과

이미 케냐 등 몇 개의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했던 임상시험 1상과 2a를 바탕으로 부르키나파소에서 생후 5개월에서 17개월 사이의 영아 498명을 대상으로 2019년에 임상시험2b를 시행했다. 4주 간격으로 ①5마이크로그램 R21 단백질과 낮은 엠엠(25마이크로그램) ②5마이크로그램 R21과 높은 엠엠(50마이크로그램) ③광견병백신을 비교균으로 주사했다. 접종할 때 마다 7일 동안 모든 참여자들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관찰했으며 28일 동안 원하는 참여자들의 건강상태를 주시했다. 안전점검기관(DATA safety monitoring board)에서 초기 접종 30일 후와 마지막접종을 마친 후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말라리아 감염여부는 최종3회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날부터 6개월 동안 발열 증상을 보이는 참가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병원균의 존재를 2명의 전문가들이 현미경으로 확인했다. 

항체의 양은 3회 접종 후 28일 지나면 최고치에 도달하며 6개월이 지나면 1/2로 감소했다. 그러나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6개월 동안 항체의 양은 충분히 높았으며, 임상결과 77% 말라리아 예방 효능을 보였다. 항체의 양이 감소했을 때는 이미 말라리아가 만연하는 기간이 지난 뒤였다. 2년째 예방효과를 보장하기 위해 2년차 주기에 백신을 다시 한번 더 접종하면 항체의 양이 1년전 최고치 만큼 생산된다(그림 2). 항체의 양을 보면 감염이 예방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도 2년째 감염예방효과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그림 2. R2/MM백신에 대한 항체 생산량 변화. 엘리자 방법으로 측정한 항체의 양 변화. 3차 접종 후 28일째 항체 생산량이 가장 높으며 시간에 따라 항체양이 감소한다. 1년이 지난 후 4번쩨 접종을 하면 항체양이 1년전 최고치와 비슷하게 발현된다(자료=Lancent 2021 May 15).


임상시험3상과 백신으로부터 기대되는 사회경제적 효과

한편,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며 4800명을 참여시킨 임상3상시험을 시작해 진행중이다. 임상2상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달성하려는 목표인 80%에 접근했으며 허가 기준인 75% 이상 효능을 보였다. 또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으며 통제된 감염시험에서 병원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효능을 보였으므로 임상시험 3상에서 비슷한 효능을 보이면 세계보건기구 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도 받게 될 것이다. 허가되면 이 백신은 인도에서 연간 2억도스를 생산해 제3세계 국가들에 값싸게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백신의 효능이 증명돼 판매승인이 허가되면 연간 24만명 이상의 영아를 포함해 40만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3세계 전체에 백신을 보급하더라도 이윤은 높지 않을 것이다. 개발사인 노바백스는 선진국의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판매할 권리를 보유하며, 경제적 이득은 선진국 사용자들로부터 창출할 계획인 것 같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고려해야할 점들

백신후보로 사용할 타겟 단백질은 병균이 사람의 세포에 숨기전에 발현돼 면역계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항원 단백질을 발현하면 스스로 모여 VLP를 형성하면 더 좋다. 그렇지 않다면 VLP를 만들도록 조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타겟이더라도 크기가 적으면 면역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바이러스처럼 큰 덩어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임상시험에 성공하려면 감염자가 많아야 한다. 감염자가 많지 않으면 임상에 참여하는 사람수가 많아야 하므로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말라리아 임상시험은 감염률이 ~70%인 지역에서 실시해 400여명으로도 효능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시험 프로토콜이 적합해야 한다.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 놓은 프로토콜이 성공적인 임상시험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djuvant의 효능이 좋아야 한다. Matrix-M은 새로 개발된 가장 좋은 물질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adjuvant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 것 같다. 회사의 전문가 한 분이 개발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언급을 했는데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자본이 풍부한 투자사 혹은 국가기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인류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며 이상을 먹고사는 개척자들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존경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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