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01 10:08최종 업데이트 25.08.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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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동차보험 '8주 입원' 제한 고시 입법예고...의과-한방 분리 가입이 답이다

[칼럼]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국토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 일명 '8주 제한 고시'로 의료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경상 교통사고 환자가 8주를 넘어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연장 여부를 보험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는 상해 발생일로부터 7주 이내에 치료 경과와 진단서 및 치료 경과 기록지 등 관련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심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외부 의료자문기관 등 전문적인 심사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환자의 치료 지속 여부를 보험사 내부의 판단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험사가 심사자이자 지급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도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단체, '8주' 제한에 보험사 이익 극대화라며 반대 
 
소비자단체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8주'라는 일률적인 진료 제한이 의학적 근거 없이 설정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학회는 "8주 제한이 불필요하다"라며 "이미 4주 이상 진단서 의무화, 과실비율 상계 기준, 상급병실 사용 지침 등 여러 제도적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어, 최근 몇 년간의 진료비 상승률도 수가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하대 이은희 명예교수는 "8주 진료 제한은 의학적 근거 없이 보험사 이익을 대변하는 것"라며 "'경상 환자=과잉 진료'라는 도식은 일부 사례를 전체 환자에게 일반화하는 심각한 낙인이며, 이는 사람의 건강을 외제차 부품보다 경시하는 풍조"라고 우려했다.
 
보험이용자협회는 "이번 개정안이 피해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손해보험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자동차보험 제도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소비자와 환자의 입장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했다.
 
한의계는 보험업계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방 진료비는 전체 보험금의 6%대에 불과하고 대물 보상(자동차 수리비 등)에 비해 대인 보상(위자료, 치료비 등) 비중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진료비 증가만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한방 진료비 증가가 환자들의 요구와 치료 방식 변화를 의미한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한의 치료 만족도가 91.5%에 달하는 등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가 한방 치료 증가의 원인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방 진료비 급증,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 
 

하지만 최근 자동차보험 진료비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진료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한방 진료비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4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는 2조 72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8% 증가했다. 특히 한방 분야의 총 진료비는 1조 6151억 원으로 전년보다 8.48% 증가하며 1조 6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의과 진료비보다 약 2.3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의료정책연구원 2021년 보고서에선 단순 타박상과 염좌가 주요 상해인 경상 환자군의 한방 진료 선호 현상이 강하고 이에 대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상 환자의 한방치료 비중은 2023년 기준 66.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업계 및 의료계 일부는 "한방 진료비의 급증이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에 기인한다. 이는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한방 진료비 증가는 교통사고 환자 증가 및 환자들의 요구와 치료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한방 치료에 대한 높은 만족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선택해 자동차보험 의과와 한의과 분리 가입이 답이다 

 
향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자동차보험의 보험가입 특약으로 의과-한의과 분리 가입이 해법이다. 자동차보험을 의과 치료 보장과 한의과 치료 보장으로 분리해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은 현재의 '8주 제한 고시'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의과와 한의과 분리 가입은 소비자 선택권 강화, 보험료 부담 합리화, 그리고 과잉 진료 억제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논리적 근거를 가진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의과와 한의과 치료를 구분없이 통합해 보장한다. 한방 치료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도 한방 진료비 증가로 인한 보험료 인상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 반대로 한방 치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의과 중심의 진료 시스템에서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만약 소비자가 의과 전용 또는 한의과 전용 특약에 가입하거나,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소비자의 치료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강화된다.
 
평소 한방 치료를 선호하는 운전자는 한의과 보장을 선택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의과 치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는 불필요한 한방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는 보험 가입자 개개인의 의료 선호도와 필요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는 한방 진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부담은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분산된다. 특히 의과 치료만을 선호하는 가입자들은 한방 진료비 급증에 따른 보험료 인상에 대해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분리 가입은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실현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한방 치료 보장을 선택한 가입자 그룹의 진료비 청구액이 많아지면 해당 그룹의 보험료가 인상되고, 의과 보장을 선택한 그룹의 진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해당 그룹의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거나 인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각 보장 영역의 비용 효율성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 있는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보험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동차보험의 의과-한의과 분리 가입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하는 '8주 제한 고시'와 달리, 소비자 중심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기술적, 행정적 준비와 함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현재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고 자동차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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