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03 12:28최종 업데이트 21.0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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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아닌 기업으로 진출하는 의사들..."도피처로는 금물, 하고싶은 것이 분명해야 성공"

"기업의 새로운 기술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후배의사들이 헬스케어산업에서 다양한 역할하길"

의사 출신 헬스케어 산업 리더들의 미래의학 이야기' 웨비나 Q&A는 의대생, 의사들을 대상으로 줌으로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와 메디게이트가 11월 28일과 12월 5일 의대생, 젊은 의사들을 위한 '의사 출신 헬스케어 산업 리더들의 미래의학 이야기' 웨비나를 마련했습니다. 

한국 헬스케어 산업은 분명 고성장을 하고 있고 유망한 시장입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의사의 역할은 진료실을 벗어난 ‘딴짓하는 의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의사가 헬스케어 산업의 주인공으로 각종 기술의 임상근거를 제시하기도 하고 기업 성장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헬스케어 기업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의사 출신이면서 기업을 창업하거나 기업 임원으로 헬스케어 산업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의사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   

①김경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CMO(가정의학과 전문의, 정밀의료편 좌장) 
②기창석 GC녹십자지놈 대표(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③이혜준 사이앱스 이사(산부인과 전문의) 
④김용성 DCN바이오 부사장(소화기내과 전문의) 
⑤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  

⑥김치원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내과 전문의, 디지털 헬스케어편 좌장) 
⑦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 
⑧김영인 눔코리아 대표 
⑨강성지 웰트 대표 
⑩김기환 루닛 CMO(영상의학과 전문의)
⑪의대생·의사들과의 Q&A(좌장 차의대 한현욱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사가 병원이 아닌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기업으로 진로를 정한 선배 의사들은 ‘똑똑한’ 후배 의사들에게 진료실만이 아니라 기업 진출에도 다양하게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했다. 

대신 선배의사들은 “임상이 힘들다는 이유로 도피처가 아니라 하고싶은 일이 명확할 때 기업으로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라며 “만약 관심이 있다면 자문 형태이거나 파트타임, 심지어 무보수 스톡옵션 등으로라도 기업에 발을 걸쳐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의사 출신 헬스케어산업 리더들의 미래의학 이야기’ 웨비나 주요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을 발췌했다. 이날 한현욱 차의대 정보의학교실 교수가 진행을 맡아 의대생, 의사들이 줌으로 참여해 질의를 이어갔다. 참석자는 강성지 웰트 대표, 기창석 녹십자지놈 대표, 김경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CMO, 김기환 루닛 CMO, 김영인 눔코리아 대표, 김용성 DCN바이오 부사장,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이혜준 사이앱스 이사 등이었다. 

주요 질의는 ▲미래의학의 개념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규제 ▲임상 아닌 비임상 진로 선택 배경 ▲힘들거나 서러웠던 점 ▲전문의 취득 여부에 대한 조언 등이었다. 실제 기업에 취업을 원하거나 자문 형태 등으로 참여를 원하는 의사 참가자들의 질의도 있었다.  


미래의학이란...새로운 기술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의학   

-한현욱 이번에 미래의학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는데 미래의학이란 무엇일까.  

김기환 의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한 변화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한다. 10년, 20년 뒤에 우리 의학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의학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강성지 의학은 사람들을 오래 살게 하기 위한 학문이다. 미래의학이라 하면 데이터 기반의 의학일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를 통해 근거를 만들면 훨씬 더 넓고 깊은 범위에서 사람들이 오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김경철 예전에 차움에서 진료할 때 ‘미래에서 왔다’라는 표현을 썼다. 질병 치료 이전에 예방을 중심으로 병원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건강증진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래의학에 대비해야 할 때다. 

김용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표준화된 치료에서 개인적인 치료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미래의학을 통해 치료가 한층 더 개인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성지 제약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을 만들면서 성장했다. 웨어러블 기기도 그렇고 디지털 치료제 모두 데이터도 처방하고 데이터에 의해 돈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현욱 웰트의 디지털 치료제는 어느 정도 진척됐는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도 현실화될까. 

강성지 디지털 치료제는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 장애를 하나씩 넘기는 것이 많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검증하는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만드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를 산정하는데 가격탄력성을 고려해 일단 디지털 치료제 자체의 문을 열고 수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수가 적용은 의료인공지능 기업인 뷰노나 루닛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이 작다고 하는 데 좋은 의료인력을 토대로 퀄리티(quality)가 우수한 임상시험을 하고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법이 따라간다고 본다. 만약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수가 적용을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한현욱 인공지능의 건강보험 수가 적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김기환 당국의 허가나 수가 적용의 사례는 많지 않다. 제도나 규제를 탓할 수 있기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그만큼 건강보험에 적용될만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지 못하는 제품이 많이  있다. 근거를 쌓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근거를 쌓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2~5년 정도 지나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약간의 붐(boom)이 일어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 측에서도 어떤 식이든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현욱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을 통한 블록체인 활용은 어떻게 전망하나. 

이은솔 암호화폐를 쓰기 전부터 이미 우리가 원하는 PHR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암호화폐의 인기가 가라앉아도 변함없이 블록체인이 대세일 것이라고 본다. 정보가 이동하고 공유되는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위변조될 수 있고 데이터 전송과정에서 데이터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현욱 장내 미생물 분야에서도 규제의 이슈가 있는가. 규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것인지 바람직한가. 

김용성 규제가 심하지는 않은데 일반인들이나 연구진 사이에서 알려진 과잉된 기대에 대해 의료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규제보다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형질성 유용성이 증명돼야 한다. 어느 순간 유용성이 증명되면 의료계에 다가올 것이고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을 수 있다. 학생이나 의사들은 관심을 갖고 안테나를 세워야 할 것이다. 

-한현욱 IBM 왓슨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가장 주목을 받던 사업이 추락하는 일이 일어났다. 시장의 입장에서 IBM왓슨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다시는 이런 시도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혜준 IBM왓슨은 빅데이터나 AI와는 조금 다른 방법인 문헌 중심의 방법을 택했다. 실제 주요 임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임상결과를 입력해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야 의미가 있다. 

-한현욱 유전체 분야는 어떤가. 일부 규제에 막혀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기창석 우리나라 시장은 굉장히 작다. 우리나라도 유전체 진단이나 산업을 키워야 하지만, 아무리 키워도 미국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시장 규모에 비하면 너무 작다. 우리나라 내에서 규제가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외에 전 세계 역시 규제가 존재한다. 현재 여건에서 규제의 문제가 아니며, 충분히 유전체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에서 성공한 기업이 헬스케어 비즈니스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가 그렇게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R&D를 글로벌 수준에 더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경철 유전체 분야는 굉장히 많은 법과 제도권에서 장벽이 있다. 생명윤리법,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에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가 한창이고 인공지능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수천, 수만개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유전체를 이용한 질병진단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허용되지만, 각종 투자와 제도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의사 출신 헬스케어 산업 리더들의 미래의학 이야기' 웨비나 Q&A. (왼쪽부터) 김용성 부사장 김경철 CMO 한현욱 교수 강성지 대표 김기환 CMO 
진료실 아닌 기업으로 진출하려면...원하는 것이 분명해야 성공  

-한현욱 어떻게 보면 각 기업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아웃사이더’와 다름없는데 혹시 서러웠던 기억은 없었나.  


김영인 2015년에 눔에 합류할 당시에는 오래 있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고 잠깐 경험하자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게 됐다. 2018년, 2019년이 넘어가면서 의사들의 기업 진출이 많아지고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일찌감치 용기 있게 선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정말 잠깐 거쳐가려고 했지만 정착한 사례다.  

이혜준 우연이라기보다는 원해서였다. 의대 다닐 때부터 항상 의사가 아닌 진로를 생각했다. 수련을 마치고 봉직의로 일하다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벌써 이 분야에 들어온지 6년이 넘었고 후회하거나 서러운 일은 없었다.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미련은 약간 있을 수 있지만 만족한다.  

이은솔 어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왔고 의대에 들어온 케이스라 다른 의사들과 다를 것 같다. 처음으로 돌아가 진로를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기창석 병원에 굉장히 오래 있었고 회사로 온지 2년 6개월쯤 됐는데 지금도 병원에 있을 때와 거의 유사한 일을 하고 있다. 병원에선 부서에서 일했다면 지금은 그 부서가 회사 전체다. 자율도가 높다. 그리고 이 분야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현욱 임상이 너무 힘들고 필수 전공 미달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의사를 선택한 것이 맞았는지 직업에 약간 후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의사들은 현재 진로에 다들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  

김경철 전 직장인 테라젠이텍스에서 풀타임이지만 현재는 파트타임으로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에서 일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의사라고 하는데 기업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의사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다. 의사들에게 ‘을’이 되고 물건을 팔아오는 비즈니스를 한다는 자괴감이 있다. 학회 발표를 할 때도 약간의 COI(Conflict of interest, 이해충돌)가 존재하면서 편견을 갖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았을까 생각하고, 다른 면에서 그만큼 영업마케팅이 낯설었다. 보통 병원 조직은 의사와 간호사, 의사와 환자가 명확한 구조다. 하지만 기업 조직은 워낙 다양하고 의사로 있었던 습성에 젖어 오해도 있을 수 있다.  

-한현욱 의사 입장에서 막상 기업으로 진출하려고 하면 100명 중에 100명이 고민할 것이다. 창업을 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업에서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일할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혹시 각 회사에서 추가로 의사들을 고용할 계획은 없는가.  

김기환 현재 의사 7명이 일을 하고 있고 내년에도 추가된다. 많은 지인들을 통해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지만 명확한 목적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호기심을 해결하는 사람 중에는 호기심을 해결하고 다시 임상으로 돌아간다. 밖에서 봤을 때 회사가 팬시(fancy)할 수 있지만 회사는 절대 도피처가 될 수 없고 적응을 못하거나 명확한 꿈이 있지 않다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해야 근로나 배움의 자세도 명확하다.  

강성지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월급이 얼마나 받는지 상관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에 입사한 방법이다. 의사가 없어서 의사를 뽑았던 것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것이 명확하고 직급을 높게 달라고 하고 삼성에 들어갔다. 사원, 대리급이 하는 말처럼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직급을 높게 주고 연봉은 알아서 챙겨달라고 이야기했다. 대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해야 한다. 포기해도 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해야 한다. 

김경철 의사들의 급여를 감당할 수 있는 벤처회사는 거의 없지만 의사랑 협업을 원하는 회사는 매우 많다. 봉직의로 근무할 때 한 바이오회사에 자문을 맡고 자문료 대신 약간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기업에서 연봉을 받아도 세금으로 많이 나가기 때문에 풀타임을 하지 말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용성 의사가 산업계로 진출할 때 보통 기존처럼 제약회사 임원으로 나오거나 스타트업으로 이동한다. 급여가 안정적인 제약회사 임원으로 가는 것이 낫지만, 이때 의사 입장에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은 문제가 있다. 본인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단지 의료계가 힘들다고 해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기술이나 목표를 가져야 한다. 

-한현욱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을 추구하는지, 사업가로서 미래를 가치를 투자할 것인지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기 마련인데 대신 기업에서 일하려면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이은솔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사의 진료 능력과 관련된 곳이 필요로 하는 곳은 비슷한 급여를 지불할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제약이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주로 기획 능력이나 의료지식과 관련한 연구나 사업개발, 사업 전략, 영업 측면에서 의사를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사를 꼭 채용할 이유가 있다면 그만큼의 급여를 지불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연구를 해본 적이 있지만 영업이나 사업개발 전략기획을 해본 적이 없다. 의사 스스로 기업에 있는 사람들을 넘어설 자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상태라도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단지 본인 스스로 그럴만한 준비가 돼있는지가 중요하다.  

김영인 기업 입장에서 이전 연봉의 어느 정도 비율이라면 의사를 채용할 수 있을까. 먼저 의사가 의학자문이라는 형태로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더라도 어떻게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창업이나 다른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의학 자문을 하면 그 회사의 핵심을 다 볼 수밖에 없고 상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한현욱 그만큼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라고 하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오해가 많지 않은가.  

이혜준 의사면허로 인해 백업플랜이 있다는 오해가 있다. 미국에서도 MBA 출신 의사들이 막상 기업에서 실패도 해고 그러면서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곤 한다. 아마 처음부터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작정이 아니라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의사들이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현욱 혹시 임상을 하지 않고 비임상 진로를 선택할 때 임하는 본인의 각오는 무엇인가. 그리고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기창석 처음에 펠로우를 할 때부터 기업에 입사할 생각이 있었다. 전공 자체가 기업에 훨씬 더 일하기 편한 전공이었다.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검사를 하는 진단검사 전문의였고 진단검사에서 유전자 검사 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태동하고 있었다. 그때도 회사로 나오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말려서 못나왔다. 그 이후 10여년동안 병원일을 하다가 2018년에 지금 아니면 못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대를 무릅쓰고 나왔다. 다들 반대했다. 지금도 주변사람들이 왜 정교수로 편하게 정년까지 갈 수 있는데 왜 나가서 힘든 일을 하냐고 묻곤 한다. 

김용성 2004년 원광대 의대 교수로 발령을 받고 근무해왔다. 2018년에 그만 두고 로컬의원과 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국내 소화기내과 교수들은 찬성하고 외국인 교수들은 이해를 못했다. 하루에 했던 내시경 숫자를 생각하면 국내 교수들은 찬성한 것이다. 소화기내과에서는 분명히 임상과 비임상의 차이가 있다. 지금 어떤지 묻는다면 월급이 적기는 해도 괜찮다. 다시 태어나면 조금 더 일찍 회사로 나올 것 같다.    

김경철 회사도 아니고 진료도 아니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하고 싶은 일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이는 의대생 때부터 꿈이었다. 유전체 기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 예방이 가능해졌다. 기업에 있던, 진료실에 있던 경우에 따라 둘 다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강성지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는 단순히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영 수업을 받는 것이었다.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면 기업에서 무엇이든 얻어갈 수 있다. 조직에서 승진을 하는 것이 과연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수익률)가 나오는 일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 조직에서 근무할 때는 의사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삼성에 뛰어난 직원들이 논문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안다. 의사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한 경쟁력이 중요하다.
 
김기환 학문적으로 차별화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 기회는 많았다고 생각한다. 박사과정에서 새로운 연구를 하면 재미있을 줄 알았지만, 논문만 쓰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보였고 조금 더 실용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의대생과 후배 의사들에게...병원이든, 기업이든 헬스케어산업에서 역할하길 

-한현욱 그럼 이제 마지막 이야기로 가겠다. 의대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다. 기업으로 진출하려면 전문의 과정을 꼭 마쳐야 하는가.


김영인 일반의지만 충분한 경험이 있거나 역량이 갖춰졌거나 데이터 분석을 필요 이상으로 할 수 있다면 전문의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운이 좋아서 전문의를 하지 않았어도 기회가 있지만 요즘은 가급적 전문의를 추천한다.  

이은솔 전문의 과정을 추천한다. 일반의더라도 기업에 있는 뛰어난 누군가보다 더 월등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사업개발을 맡아야 하는데 의학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의학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문성은 물론 사회에 대한 이해도 전문의가 유리하다고 본다. 

-한현욱 전문의를 추천한다면 어떤 전문과를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강성지 만약 전문의를 한다면 이전까지는 가정의학과,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가 좋을 것 같다. 가정의학과는 보건학적인 질병 전 단계를 보기에 유리한 속성이 있다. 정신과는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다 보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의 여부를 떠나 평생 공부해야 하고, 4년이라는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쓸 수 있다면 전문의를 안해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김용성 답은 항상 똑같다. 전문의 과정을 마쳐야 추후 방향성이 달라진다. 선택하는 전문과에 따라 진로도 달라질 수 있다. 환자를 보고 마음 아파보는 기회도 내과 1년차에 가질 수 있었다. 전문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나오면 이런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전문의가 낫지 않을까 한다. 

김경철 전문의를 꼭 선택해야 한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융합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면 석박사 과정을 택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또한 무보수로 스톡옵션만 받고 배움 관계를 섞어서 의학자문을 맡는 것도 어떨까 한다.  

이혜준 당시 산부인과 경쟁률은 치열했다. 미국에서는 전공의를 하지 않고 중간에 MBA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1,2년이라도 잠깐 임상을 벗어나 일을 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전문의더라도 무엇을 잘하는지 나와서 해봐야 아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창석 전문의 과정을 마치는 것을 추천한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보통과 달리 40대 이후에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늦게 창업을 해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문지식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헬스에어 분야에서 전문가를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김기환 사람마다,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기존의 도메인지식(Domain Knowledge)을 기반으로 일하는 것이 당연히 도움이 된다. 기존 이력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창업한다면 전문의가 필요 없다. 한 분야에 깊이가 많으면 전문성으로 어필할 수 있고 대신 그만큼 유연성이 떨어진다. 만약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종양내과 AI를 하고 싶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현욱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공부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기회비용인데, 전문의 과정에 돈을 벌거나 창업을 했으면 빨리 뛰어들 수 있지 않나 싶다. 혹시 마지막으로 의대생과 의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은솔 의대를 졸업하면 어떤 형태로든 다른 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충분하다.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을 바라지만 않으면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파트타임 등 여러 기회를 조금씩 경험하면 나에게 맞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학생 때 여러 기업에서 일을 해보고 다른 기업에서 참여해볼 수 있다. 물론 시작하기 쉽지 않고 두려움이 있어도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혜준 여의사들은 의대를 마치고 전공의를 거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보니 선뜻 다른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극복되는 시기가 온다. 용기를 내서 병원을 나와도 된다. 사실 병원을 나오면 별 게 아닌데 나오는 것을 결정하는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빅데이터 회사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길 바란다. 

김영인 기업 입장에서는 의사가 돌아갈 곳이 있다 보니 위험부담이 있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기도 한다. 의사가 임상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에서 시너지가 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 기회는 충분하다. 

기창석 병원에서 나올 때 당시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 의사가 진료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하고 딴짓을 하면 안좋은 인상이었지만 이제는 학내 창업, 원내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창업을 하지 않는 의사가 거의 없을 정도다. 대학병원에서 진료에만 시간을 써야 했던 시절보다 젊은 의사들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김기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인다. 회사에 의사 7명이 있는데 그만둔 의사도 있고 회사에서 본 의사만 10명 정도다. 회사 대표와 우스갯소리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회사에 소속된 의사들이 직업을 의사라고 쓸까, 회사원이라고 쓸까’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비행기에서 닥터콜이 왔을 때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고 판독을 하지 않은지도 벌써 7년이 됐다. 대신 얼마나 기업에서 일하는 길에 대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강성지 개인적으로 비행기에서 의사라고 쓰고 닥터콜도 누른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비행기에서 나보다 명의가 있다면 양보하면 그만이다.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만 하고 싶다. 제약회사에서 임상시험을 하면서 대조군 실험군을 나눌 때도 몇 년이 더 걸리는지를 따진다. 어떤 회사를 인수한다고 할 때도 일정 시간 안에서 해야 한다. 시간을 가장 중심의 상수로 놓고 나머지는 변수로 놓고 풀어내면 좋겠다.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의 시간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등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매칭을 시키면서 시간을 어디다 투자할지를 봤다. 의대를 갔으니까 유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을 유망하게 쓰고, 원하고자 하는 본질에 집중할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김경철 처음 이런 웨비나를 기획할 때는 국시가 난항이었고 의사들에게 절망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의사들은 똑똑하고 단지 진료실에서만 갇혀 지내기에 아쉬운 이들이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어떤 형태든지 진료를 하면서 또는 기업에 진출해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감각을 키우길 바란다.  

김용성 스타트업 진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의사는 의학지식이나 환자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 .  

-한현욱 처음에 비임상 분야를 시작할 때만 해도 소수였는데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정밀 의료와 디지털 기술케어를 접점으로 계속 지켜보면서 앞으로 종종 이런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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