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18 09:33최종 업데이트 22.09.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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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명 줄사직 보훈병원...의사노조 "연내 임금 개선없으면 전원 사직서 받을 것"

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분회장 "타 병원 대비 임금 20~50% 낮아...보훈복지의료공단 '옥상옥' 구조 문제"

지난 4월 기자회견 당시 성명서를 읽고 있는 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분회장. 사진=보훈병원 의사노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4월, 보훈병원 의사들이 진료실이 아닌 중앙보훈병원 로비로 모였다. 병원 전문의들의 무더기 사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병원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그 상위 기관인 국가보훈처에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올해에만 전국 6개 보훈병원(중앙∙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에서 40여명의 의사가 줄사직했고, 일부 진료과는 여전히 의사를 구하지 못해 파행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잇따른 의사들의 이탈 소식에 지난 5월 국가보훈처장에 취임한 박민식 처장은 보훈의료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단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후 공단이 지난달 말 부랴부랴 자체 쇄신안을 내놨지만 혁신위는 보다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며 이를 반려했다. 병원 정상화를 위한 공단의 의지가 아직 부족하단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 사이 보훈병원 의사들의 인내심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보훈병원 의사노조는 연내 임금체계 개선 등 가시적 변화가 보이지 않을 경우 '전문의 전원 사직'을 걸고 거리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보훈복지의료공단이 병원 운영 전권 가진 '옥상옥' 구조 문제
 
지난 1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분회장(중앙보훈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은 보훈복지의료공단이 보훈병원 운영의 전권을 갖는 ‘옥상옥’ 구조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지난 2001년부터 보훈병원의 운영을 맡아왔다. 현재 총 6개의 보훈병원을 운영 중이다.
 
주 분회장에 따르면 공단은 6개 병원의 인사권, 예산권, 경영권을 모두 갖고 있다. 그나마 초기에는 중앙보훈병원장이 공단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었지만, 과거 민간병원 병원장 출신의 병원장이 비정상적 옥상옥 구조를 바꿔보려다 실패한 이후론 이 같은 이사회 출석 권한마저도 뺏기고 말았다.
 
게다가 과거엔 공단 이사장 자리가 군인 출신 등 의료와 무관한 이들이 퇴임 후 거쳐가는 자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병원 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 밑에서 그간 보훈병원은 ‘엉망’이 돼 버렸다는 게 주 분회장의 지적이다.

타 공공병원에 비해서도 낮은 임금..."변화 없으면 전문의 전원 사직서 받을 것"
 
특히 노조가 가장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있는 것은 임금 체계다. 준정부기관인 공단은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정해진 금액 내에서 인건비를 운용토록 하는 제도다.
 
공단은 그간 총액 상한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보훈병원 의사직의 경우 각종 수당 계산시, 법적 기준보다 낮은 통상임금의 60%만 인정하며 임금을 억눌러왔다. 이와 관련해 의사들이 제기한 소송 결과, 1심에선 의사들이 일부 승소했고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실제 지난 10년 넘게 임금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현재 중앙보훈병원 의사들의 임금은 다른 종합병원 의사들 대비 20~50%가량 낮은 실정이다. 서울 소재 대형 수련병원이라는 큰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사들이 중앙보훈병원을 떠난 이유다.
 
현재 공단은 처우개선 TF를 만들어 의사들의 임금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10월 무렵엔 기재부를 찾아 개선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총액인건비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주 분회장은 “보훈병원은 다른 공공병원들과 비교해서도 임금이 크게 낮다”며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의사 전원의 사직서와 노조가 직접받은 환자 1200명의 서명을 갖고 용산으로라도 가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앙보훈병원 전경.

기재부 실적 압박에다 짧은 정년도 문제...각 병원 '책임 경영'으로 공공병원 역할

기획재정부의 실적 압박과 타 공공병원 대비 짧은 정년도 의사들이 보훈병원을 등지게 하는 이유로 작용해왔다.
 
주 분회장은 “기재부는 성과급을 주는 만큼 수익을 내라고 압박을 많이 한다. 결국 의사들을 과잉 진료로 내모는 셈”이라며 “보훈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검사 하나라도 더 하고 싶어하겠지만 과다할 경우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검사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60세로 5년 짧은 정년도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였는데, 법적 연장은 어렵고 그나마 퇴직 후 계약직으로 5년을 추가로 채울 수 있도록 해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 분회장은 보훈병원의 정상화를 위해선 결국 각 병원들이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금이 향후 보훈병원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병원을 찾는 국가유공자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80~85세 정도다. 지금이 보훈병원으로선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대로는 10년 후 병원 상황을 장담할 수 없는데, 보훈 대상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공공병원의 의료질이 민간병원 대비 낮을 것이란 세간의 인식과 연장선상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공공병원의 민간 위탁 운영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 분회장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정도로 보훈병원의 위상이 대단하다”며 “국내 보훈병원도 우수한 의사들이 많이 모여있고,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우리 병원’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보훈병원을 운영하기 골치 아프단 이유로 민간에 떠넘기겠다는 건 가장 손 쉬운 방법을 택하겠단 것”이라며 “공공병원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부담없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단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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