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03 06:25최종 업데이트 21.12.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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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재발하는 다발골수종, 신약 기반 치료를 환자들에게 더 빠르게 접근시켜야"

서울성모병원 박성수 교수 "국내 다잘렉스 리얼월드연구서 기존 임상보다 효과 뛰어나…많은 약 자유롭게 쓸수있어야 생존율↑"

사진: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혈액암의 하나인 다발골수종은 재발을 피할 수 없는 암종이다. 재발이 잦은 만큼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특히 적어도 세 가지 치료에 실패한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기대 여명은 약 5.1개월에 그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치료제는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 두 가지로, 재발하더라도 이런 치료제를 다시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7년 단클론항체인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가 새롭게 도입되고 2019년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렸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는 최근 국내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다잘렉스 단독요법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임상시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환자가 다수 포함됐음에도 기존 임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박 교수와 만나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 현황은 어떠하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들었다.

당뇨병처럼 '케어' 중요한 다발골수종, 희귀난치병이지만 생존 희망 늘고 있어
 
박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희귀난치병이지만 환자들에게 당뇨병과 같다고 설명하며 치료할 때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없지만 새로운 신약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치료와 재발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현재 생존율 중앙값이 약 10년 이상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잘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환자들이 생존율이 높아져 다발골수종 유병률도 급격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약 10년 전 다발골수종의 연간 유병률은 3700~4000명 수준이었으나,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현재 연간 유병률은 약 8000~9000명으로 두 배 정도 증가했다"면서 "희귀·난치질환이지만 생존에 대한 희망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다발골수종은 앞으로 생존율이 더 증진될 것으로 보이는 질환이다"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의 재발이 잦은 이유는 암의 기원적인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세포의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백혈병은 일종의 어린 세포라 볼 수 있는 백혈구 세포가 암이 되는 것인 반면, 다발골수종은 어른 세포에 해당하는 성숙한 세포인 형질세포가 암이 된 것이라 했다. 기전적으로 어린 세포는 비교적 치료도 잘 되고 내성이 생길만한 힘 또는 기억력이 없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어른 세포는 치료가 잘 되지만 세포가 치료를 잘 기억하고 내성을 만들어낼 위험이 크다.
 
박 교수는 "이제 백혈병은 '완치'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림프구가 암이 된 림프종이나 형질세포가 암이 된 다발골수종처럼 성숙한 세포가 암이 된 경우에는 완치의 목적보다 재발 및 치료 후에 유지와 조절을 하는 목표가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재 의학의 흐름이다"면서 "다발골수종의 재발은 100% 피할 수 없다. 다만, 신약이 발전하고 보편화되면서 통계로는 잡히지 않지만 초기 치료를 잘 했을 때 일부 5년에서 17년까지 재발 없이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이 분명히 있다. 다발골수종은 케어(care)냐, 큐어(cure)냐를 보았을 때, 큐어보다는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얼월드결과 ORR 42%, 건강 나쁜 환자 포함됐음에도 기존 임상보다 더 좋아
 
박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에 논문 발표한 리얼월드 연구에서 대상 환자의 약 60%는 임상연구에 등록할 수 없었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병의 진행이 심각한 환자들이었다.
 
다잘렉스 개발 시 진행된 단독요법 임상 연구에 따르면, 전체 반응률(ORR)은 30.4%였다(SIRIUS & GEN501). 반면 이번 리얼 월드 데이터에서의 ORR은 42.1%로, 국내 진료 현장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는 임상에 들어갈 수 없었던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 포함됐음에도 기존 임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중에서도 '아주 좋은 반응', 즉 완전 관해라 할 수 있는 환자는 8.4%였다. 암이 90%이상까지 좋아지거나 관해를 포함한, 임상적으로 '매우 좋은 반응'이라 불리는 환자(9.3%)까지 포함하면 약 17.7%가 임상적으로 좋아진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6개월이었다. 기존에는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 중 4차 치료에 진입한 후 3개월도 안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잘렉스 단독요법으로 PFS가 3.6개월까지 늘어났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성적이다"면서 "PFS 연장으로 환자들이 또 다른 치료 기회를 제공받다 보니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1.9개월로, 약 1년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기존 임상에 포함되지 못한 환자들이 상당수 포함됐음에도 임상보다 더 높은 ORR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로 외국과 우리나라의 진료 현장의 차이를 꼽았다.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제안하는 요법은 30여 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신약기반으로 쓸 수 있는 요법이 10여 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신약 승인과 더불어 급여 조건이 가능한 약이 있느냐 여부도 중요한 문제다.
 
박 교수는 "외국에서는 많은 신약이 쏟아져 나오고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적인 약제만 제공된다. 일례로, 외국에서는 프로테아좀억제제 혹은 면역조절제제 3제를 돌아가면서 쓸 수 있는 요법이 1, 2, 3차 치료에서 확보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치료 요법에 대한 노출이 적은 상태다. 예를 들면 프로테아좀억제제를 2개만 쓰거나, 혹은 면역조절제제도 2개중 1개에만 노출된 상태로 4차 치료까지 온다. 즉, 국내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노출이 기존 임상연구보다는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내성이 생길만한 기전 자체에 대한 노출이 적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잘렉스 단독요법의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기존 임상연구보다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잘렉스를 빠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면서 "급여 조건이 확대돼 외국처럼 많은 약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어야 환자들의 생존율을 늘릴 수 있다는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도 국내 리얼월드 성적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교수는 "국내 리얼월드 연구 성적이 가장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치료 약제에 대한 노출이 적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 논문을 리뷰할 때도 왜 효과가 좋았는지 문의했다. 국내에서 치료 결과가 좋았던 원인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아직 치료 시장에 신약이 적게 들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면서 "결국 논리적으로 봤을 때, 신약 기반의 치료를 환자들에게 더 빠르게 접근시키고, 특히 1차 치료에 접근시키는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다잘렉스가 현재 1차 치료 병용요법에서 병용약제에 대한 급여만 가능하지만 가능한 환자들에게는 1차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 삶의 질 영위하며 치료받는 것 중요…임상 연구 참여도 긍정적 인식 필요

박 교수는 치료를 앞둔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먼저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외국에서 사용되는 약이 많고, 부족한 재정이지만 나라에서도 희귀난치암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다잘렉스와 같은 신약 외에 CAR-T, 이중항체 치료제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하다 보면 그 다음 치료제가 나올 것이고, 생존율도 계속 증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환자들에게 생존기간을 3년 정도로 설명했다면, 지금은 10년 이상의 중앙생존기간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오랫동안 치료와 간병으로 지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치료하며 좋아지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삶의 질을 영위하라 조언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도 완치가 어렵지만 주사를 맞고 치료제를 복용하며 평생 합병증 없이 당뇨를 조절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다발골수종의 약은 더 강하지만, 다음 치료로 넘어가며 생존기간을 10년, 15년까지 늘리고 20년이 지나면 완치에 가까운 조절의 목표가 완성된다"면서 "그래서 컨디션이 좋고 치료를 잘 하고 있다면 4차 치료일지라도 가족과 사회적인 생활을 계속하며 건강하게 지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물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환자들이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재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 경우 일을 지속하고, 여행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고식적인 세포독성치료제는 입원을 해야 하고, 머리가 빠지고, 입안이 헐고, 입원 기간이 2~3주에 달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간단하게 교통수단을 활용해 대형병원이나 거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 후 생활 하다가 다시 치료를 받는 목표들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계속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교수는 임상 연구 참여에 대해 환자들이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상 연구에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많은데, 희귀질환, 난치질환으로 갈수록 기존에 증명된 약들의 기전이 오래되고 성적이 낮기 때문에 신약 유입이 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임상 연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임상 연구를 하자는 의사들의 제안이 있을 때 거부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말고 국내 의료진들이 면밀히 검토하고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도 긍정적으로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임상 연구가 활성화되는 문화가 있어야 다잘렉스와 같이 현재 준비되고 있는 신약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입될 수고, 급여 조건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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