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6.30 13:14최종 업데이트 26.06.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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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NICU 멈추면 호남권 미숙아 갈 곳 없다”…산부인과계, 전국 분만 붕괴 경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긴급 보고서 “교수 1명 사직이 권역 신생아 의료 중단으로 번질 수 있어…복지부·국회 즉각 개입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북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 중단 위기가 호남권 미숙아·고위험 신생아 진료 공백은 물론 전국 분만 인프라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산부인과계 경고가 나왔다. 비수도권 거점병원조차 신생아 전담 전문의 1명에게 권역 의료를 의존해 온 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9일 긴급 정책보고서를 통해 “전북대병원 NICU 운영 중단 사태는 단일 기관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호남권 전체 신생아 의료의 동시 붕괴와 전국 분만 인프라 도미노 붕괴로 확산될 임상적·구조적 개연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8일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개최한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전북대병원 NICU 운영 중단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지역 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사회에 따르면 전북대병원 NICU는 수년간 소아청소년과 김진규 교수 1인이 사실상 단독으로 진료와 당직, 교육을 맡아 온 구조였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주 90시간 근무와 50시간 연속 당직을 이어오며 호남권 미숙아 의료를 지탱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정책포럼에서 “정말 버티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칼을 품고 스스로 찌르는 심정입니다”라며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의사회는 전북대병원 NICU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전북 권역 내 1,500g 미만 미숙아와 중증 신생아 수용 경로가 즉시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대병원이 전북권 미숙아와 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담당하는 사실상 유일한 상급 거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전북대병원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회는 인접 거점인 전주예수병원에도 환자와 당직 부담이 급격히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주예수병원은 12병상 규모의 NICU를 운영해 왔지만, 전북대병원 미수용 환자가 한꺼번에 전원될 경우 현재 인력 구조로는 임상적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전북대병원 NICU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한 환자 집중과 당직 부하 폭증은 예수병원 신생아 전담 인력에게 즉시 전이될 것”이라며 “예수병원 역시 1인 또는 소수 의존 구조가 적용되고 있어 동일한 임상적·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 인력 공백이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면 전남·전북·광주 3개 시도의 신생아 전담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실상 0명이 된다”며 “이는 호남권 내 1,500g 미만 미숙아 분만의 사실상 중단, 고위험 응급 제왕절개 수용 불가, 환자 200km 이상 원거리 전원의 일상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광주·전남 지역은 이미 2022년 이후 분만수가를 청구한 산부인과의원이 없는 상태라는 점도 언급했다. 의사회는 이를 “분만 의료 진공 상태”라고 표현하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분만 인프라 붕괴가 NICU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국적 연쇄 붕괴 가능성도 제기했다. 호남권 미숙아 분만이 중단되면 환자는 충남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등 충청권과 이대목동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 거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인접 권역 NICU 가동률이 급증하고 남은 전문의의 당직 부담이 늘어나 추가 사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특히 이대목동병원을 “가장 취약한 다음 고리”로 지목했다. 2017년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이후 의료사고 형사처벌의 상징적 기관이 된 만큼, 신생아 전담 인력이 임상적·법적 부담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수도권 거점이 흔들리면 환자의 마지막 안전망이 사라지며, 이는 곧 전국 분만 인프라 붕괴의 결정적 신호가 된다”며 “분만 인프라의 핵심은 산과, 신생아, 마취과 3축의 동시 가용성이다.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분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신생아·분만 인프라 취약성을 보여주는 수치도 담겼다. 의사회에 따르면 전국 NICU 보유 기관 102곳 중 55곳, 54%가 수도권에 있다. 최근 5년간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 신규 배출은 74명으로 연평균 약 15명 수준이다. 당직 산과 전담의가 없는 분만병원 비율은 85%로 제시됐다.

의사회는 단기 대책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직권의 긴급조치, 호남권 신생아 전담 인력에 대한 긴급 파견 지원금, 민·형사 보호 패키지, 잔존 인력의 동조 사직 방지를 위한 1대1 면담과 환자 분산 조정을 요구했다.

중기 대책으로는 중증모자의료센터 6곳 확충 계획에 호남권 1곳 이상 우선 배정, NICU 야간 2인 당직 체계 법제화, 분만수가 현실화, 필수의료 유지 보상제 도입, 고의·중과실 없는 분만사고 형사면책 입법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형 주산기 의료협의회 모델을 도입해 권역 단위 산과·신생아·마취과·소아외과 네트워크를 제도화하고, 신생아 분과 전문의 양성 트랙을 국가 책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한 사람의 신생아 전담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힌 사건은 결코 단일 인사 문제가 아니다”라며 “호남권 신생아 의료의 0, 풍선효과로 인한 수도권 거점의 추가 붕괴, 전국 분만 인프라의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임상 현장의 책임자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분만은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받아들이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 행위”라며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숫자만 늘어난 거품 정책이 아니라 현장이 작동하는 실질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부인과 # NICU # 신생아중환자실 # 전북대병원 # 분만 인프라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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