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28 07:07최종 업데이트 22.02.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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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사, 의료기관에 의료정보 요청 도 넘어…“국민 3분의2 정보자기결정권 훼손”

무리한 의료정보 열람‧소송제기로 갈등 깊어져…필요한 의료정보의 범위도 모호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연구소는 26일 오후 '의료현장 신뢰자본 회복을 위한 법률적 문제 고찰' 합동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실시간 온라인 줌 화상회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실손의료보험사들의 의료정보 열람 요구와 무리한 소송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실손보험사들이 고액심사나 특약 등을 핑계로 과도한 개인의 의료정보 열람을 요구하는가 하면, 의료기관을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 등으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험사가 요구하는 의료정보 범위에 대한 사회‧법률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은 26일 이화여자대 생명윤리법연구소가 주최한 '의료현장 신뢰자본 회복을 위한 법률적 문제 고찰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병협,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요구하는 의료정보량 점차 과도해져
 
실손보험사들이 최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게 이날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 대부분의 견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계약 건수와 가입자 수가 증가함에도 일부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보험사들은 허위 청구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료정보를 요구하고 이렇게 얻어진 의료정보를 이용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병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환자 민간정보 유출이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사가 요구하는 의료정보의 요구량이 점차 과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의료정보는 민감정보이며 유출되는 경우 개인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선 의료정보의 열람, 사본발급 및 개인의 정보 취급 등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디테일한 의료정보 유출 위험뿐 아니라, 진료유무 자체가 문제가 될수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를 위해 어쩔수 없이 의료정보를 보관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정보제공이 행정적인비용 뿐 아니라 취급자체의 부담이 엄청나다"며 "병원들은 환자의 진료기록 접근성에 따른 열람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자료보안에 많은 비용을 투입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민간영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의료정보를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 보험사의 요청자료를 경험해보면 훨씬 포괄적인 자료를 요청해와 상식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입장이다.
 
서 이사는 "제출서류 표준화 이후에도 요청하는 서류들은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고, 가입한 보험약관과 특약에 따라 또 다르다. 또 금액이 고액이 되고 실손보험과 정액형 보험을 동시에 가입한 경우 그 서류는 더욱 많아진다"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일부 의료정보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 정보의 요구량이 약관이나 상식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는 보험사의 요청자료를 경험해보면 훨씬 포괄적인 자료를 요청한다.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다기 보다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사유를 찾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험사의 무리한 소송도 문제다. 최근 민간보험사가 비급여에 대한 부당이득금 환수소송을 의료계를 상대로 대규모로 진행하다 각하 및 항소기각 됐다. 이외에도 행정조사권이 없는 민간보험사가 근거 없는 문서발송은 의료기관의 진료를 방해하고 행정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덧붙였다.
 
의료정보 유출로 사생활 침해…필요한 의료정보 범위도 모호
 
법률 전문가들도 이같은 실손보험사들의 행태가 법적으로 문제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정보 유출로 인해 사생활 침해 여지가 남아 있는데 다 보험사고의 발생 증명에 필요한 의료정보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부존재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이온교 변호사는 "일반적으로는 의료현장에서 작성되는 모든 형태의 자료들을 두고 의료정보라고 봐야한다. 의료정보는 유출 시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의료정보 침해는 곧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열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보험사가 전담 법규의 부재, 표준약관의 모호성 등으로 부당하게 의료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국민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보험가입자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의료인 및 의료기관이 가지는 고유한 의료권이 침해되고 향후 국민보건의료에도 적지 않은 위해가 발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실손보험사들의 의료정보 탐지행위가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보험사고 발생 여부 확인 목적이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구돼야 하고 이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의 판단에 의해서만 필요 서류의 종류가 결정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

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도 실손보험사의 재정 위기는 보험사 운영 시스템의 문제로 이를 무분별한 정보 수집과 소송 남발로 풀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이은빈 변호사는 "실손보험의 재정 위기는 보험료 산출 방식의 비효율성, 혹은 보험료 지급률 예상을 애초부터 잘못 설계한 상품의 대량 판매 등 실손보험사의 운영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며 “우선 피보험자 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사후 약방문식으로 의료기관을 겨냥한 무분별한 정보 수집과 소 제기는 비효율만 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의 의료정보 접근 과정의 법적 문제, 진료기록 열람 위임장과 동의서가 공문에 첨부돼 있는지, 지나치게 장황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제출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경우 민형사상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도 동의를 표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적절히 제공받고 정보자기결정권도 존중되는 선에서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유정민 의료보장관리과장은 "복지부 입장에선 의료서비스를 받는 이들이 과잉 진료로 인해 오히려 의료의 질이 저해되거나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복지부, 금융위 등과 함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제도 보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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