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22 07:24최종 업데이트 25.12.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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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디지털치료기기…"당신의 5시간 뒤를 예측합니다"

불면 예측해 수면제 복용 권하고 최적 가임일 정해주기도…AI 기반 영역 넓히고 사용자에 체감 큰 혜택 제공

사진=챗GPT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A씨는 수개월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휴대폰에서 “오늘 생활습관 분석 결과, 처방 받은 수면제 1알을 복용하고 1시간 뒤 취침을 권장한다”는 알람이 온다.
 
권고대로 수면제를 복용한 A씨는 문득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결과가 나왔던 일을 떠올렸다. 휴대폰 앱을 켜고 셀카를 찍듯 얼굴을 40초가량 비추었더니 공복혈당 수치가 떴다. 수치가 정상 범위란 걸 확인하고 안도한 그는 1시간 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A씨의 아내가 일주일 뒤가 가장 임신 가능성이 높다며 말을 걸어왔다. 아내는 최근 생체 데이터 등을 분석해 임신 가능 기간을 예측해주는 앱을 사용하고 있다.
 
19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열린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에 나선 디지털치료기기 업체들은 이 같은 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환자가 즉각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의 2.0 버전을 준비 중이라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슬립큐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불면증 환자 대상 인지행동치료를 스마트폰 앱 안으로 옮겨 접근성을 높였다. 슬립큐 2.0에서는 환자별 단기 예측을 통해 수면제를 복용할 최적의 시기를 권장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그간 의료계는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검사한 데이터만으로도 5년 생존율이라는 지표를 만들어 냈다”며 “그런데 환자의 시간 전체를 보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5년이 아니라 5시간 뒤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면증 환자라면 5시간 뒤에는 잠이 잘 올지, 그렇지 않다면 수면제를 언제 먹는 게 좋을지 알고 싶을 것”이라며 “이를 비대면 분산형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해보려 한다”고 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 하이 김진우 대표, 에임넥스트 문일용 CPO.

하이 김진우 대표는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기기 ‘엥자이렉스’를 통해 축적된 rPPG(광혈류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뇨병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rPPG는 피부의 미세한 색 변화를 카메라 영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하이는 이를 통해 40초 가량 스마트폰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 정도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엥자이렉스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엥자이렉스로 쌓인 33만건의 rPPG 데이터세트를 한국의학연구소(KMI)의 검진 데이터세트와 하이의 rPPG 데이터세트를 연동하고, 이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검토해봤다”며 “rPPG 데이터를 여러 방법으로 재가공하고 강화하는 AI 알고리즘을 썼더니 생뚱맞게도 공복 혈당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아직은 혈당 예측 값이 100% 정확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추세를 비슷하게 보여주는 정도는 된다”며 “오차율을 더 줄여서 연내에는 CGM(연속혈당측정기)과 유사한 정도까지 맞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 솜즈를 보유한 에임넥스트(구 에임메드)의 문일용 CPO는 가임 분석 플랫폼 프레야엑스를 CES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CPO는 질병의 관리 수준에 그쳤던 기존 디지털치료기기들과 달리 ‘임신 성공’처럼 극적인 치료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프레야엑스 개발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문 CPO는 “프레야 엑스는 일상 속에서 가임력 개선과 향상을 위한 생활 수칙을 실천하도록 스마트밴드와 앱을 연동해서 제공한다”며 “운동량∙일광 노출 등을 관리하고 생리학적 매개 변수를 AI로 분석해 최적의 가임 일정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라고 했다.
 
이어 “자연임신을 원하는 경우는 자연 임신 확률이 높은 날을 택일해주고, 인공수정∙체외수정을 할 경우 의료진과 함께 시술 시기를 추천해주는 기능 등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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