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가슴 확대 수술 시 보형물 정보를 전자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RFID 칩을 내장한 제품이 등장했지만,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호주 식약처(TGA)는 RFID 칩이 내장된 유방 보형물 3종에 대해 의료기기 등록 체계(ARTG) 허가를 취소했다. 칩이 MRI 촬영 시 자기장에 간섭을 일으켜 영상 왜곡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정확한 진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MRI는 보형물 파열 여부뿐 아니라 유방암 등 주요 질환을 확인하는 검사다. 그러나 칩으로 인해 영상 일부가 왜곡될 경우, 암과 같은 병변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만 정기 검진에서 정확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실제 한 연구에서 RFID 칩이 삽입된 보형물 주변 최대 8cm 범위까지 MRI 영상의 왜곡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례에서는 T1 MRI 영상에서 약 42.9㎤, T2 MRI영상에서 약 60.5㎤ 부피의 조직이 왜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 취소 대상은 모티바(Motiva)의 Qid 칩이 내장된 3개 모델로, 호주 내 신규 사용이 금지됐다. 다만 기존 삽입 환자는 제거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MRI 촬영 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는 것이 권고된다.
TGA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해당 보형물이 실제 MRI 검사에서 병변 평가 실패나 암 진단 누락 등의 결과가 나왔다는 보고는 없다면서도 보형물 추적을 위한 이점보다 MRI 영상 왜곡에 따른 진단 방해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도 임플란트 카드, 고유기기식별(UDI), 환자 등록 체계 등을 통해 충분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이같은 호주 보건당국의 조치와 달리 RFID칩으로 인한 영상 왜곡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RFID 칩이 내장된 보형물에 대해 MRI 촬영 시 영상에 결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조건부로 MRI 촬영이 가능(MR Conditional)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MRI와 초음파를 병행하는 방식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티바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환자는 MRI 검사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며 “RFID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상 왜곡은 기존 MRI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거나, 다른 영상 검사 방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MRI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검사 특성상 금속 성분이 있을 경우 영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리식염수 보형물은 문제가 없지만 RFID 칩은 자기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MRI 영상에서 병변이 가려지거나 암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호주에서 해당 보형물에 대한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이 같은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유방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선 이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영상의학 전문의의 정확한 판독이 필요한데, 최근 MRI 운용 의료기관에 영상의학 전문의가 전속 근무하도록 하는 규정을 주 1일 8시간 비전속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