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응급 환자는 급증하는 반면 상급종합병원 폐쇄병상은 줄어들면서 정신응급 치료 인프라 정상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8일 정신응급 인프라 정상화와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안착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준호 이사장은 “정부의 제3차 기본계획 발표와 급성기 수가 신설은 정신응급 체계 회복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현장의 병상 축소와 의료진 번아웃을 막고 제도가 온전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제 진료실과 병동을 지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이선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정신응급 안전망 구축과 급성기 치료 인프라 확충은 국민 생명 보호와 직결된 필수의료 과제”라며 “제3차 기본계획 추진 과정에서 토론회에서 제안되는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제언들을 면밀히 살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계 역시 중증 정신질환 치료의 공공성에 공감하나, 가중되는 시설·인력 기준과 운영 적자 속에서 병동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적 고충이 크다”며 “현장 의료기관이 필수의료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제도적 유인과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철 보험위원장(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의 발제에 따르면 경찰의 응급입원 의뢰는 2022년 1만251건에서 2025년 2만839건으로 3년 만에 10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폐쇄병상은 2015년 955개에서 2024년 914개로 감소했다.
또한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는 6345명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조현병 계열 수용자는 31.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친 환자가 사법 체계로 유입되는 ‘치료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제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연동, 31일 이후 급성기 보상 공백 해소, 정신응급 위기 개입을 위한 ‘집중면담 골든타임’ 건강보험 제도화 등 3대 정책 보완 과제가 제안됐다.
2025년 9월 신설된 급성기 집중치료실 입원료 분석 결과, 입원 환자의 75.1%가 30일 이내에 퇴원하고 30일 외래 연계율은 90.9%에 달해 정책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30일을 초과하는 중증 난치 환자(24.9%)에 대해 31일째부터 발생하는 보상 공백을 메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패널 토론에서는 김종우 원장(경희대학교병원)이 “저수가 구조와 만성적인 의료 인력 이탈, 병상 운영에 따른 누적 적자로 대형병원조차 병동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기관이 병동 유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인력 기준 개편과 실질적인 경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해우 법제사법위원장(동국대학교의료원)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사후 판결 등으로 인한 주치의 사법 리스크가 급성기 환자 진료 기피를 유발한다”며 “입원 단계의 법적 판단 책임을 공공과 사법 체계가 분담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통해 전문의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중선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비자의입원 요건 중 ‘자·타해 위험’ 기준이 모호해 당장 물리적 폭력이 없다는 이유로 현장 이송이 거부되며 적기 치료를 놓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모호한 입원·이송 기준 개선과 함께 위기 환자와 가족을 안정시킬 ‘전문의 집중면담’이 제도화되어야 치료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소희 대외협력홍보위원장(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늘 토론회는 정부와 병원계, 학회, 임상 현장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와 현장 사이의 현실적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한 자리”라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연동과 집중면담 골든타임 제도화 등 현장에서 제시된 합리적 대안들이 제3차 기본계획 실행 과정에 전향적으로 반영되어 촘촘한 정신응급 안전망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