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29 17:03최종 업데이트 26.07.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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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치료 기다립니다”…사회활동 한창인 중년 여성 덮치는 PBC, 진단도 치료도 ‘공백’

환자 30~40% 1차 치료 반응 부족하지만 2차 치료제 급여 안 돼 처방 어려워

공단 “신속등재 시범사업으로 평가·협상 기간 단축”…심평원 “PBC 치료제 신청·선정 여부는 미정”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저는 25년을 기다렸습니다. 진단을 기다렸고, 치료를 기다렸고, 희망을 기다렸습니다. 우루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처방대로 복용했지만 간섬유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 권영수 씨는 29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오랜 치료에도 질환이 진행되는 현실을 이같이 전했다.

권씨는 국내에 허가된 치료제가 있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며 “간이 더 굳어지고 간이식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치료받을 기회를 원한다. 하루하루 간이 망가지는 두려움 없이 평범한 내일을 살아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PBC는 사회·경제활동과 자녀·부모 돌봄이 집중되는 40~60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초기 증상이 피로와 가려움증처럼 비특이적이어서 발견하기 어렵다. 어렵게 진단받더라도 환자 10명 중 3~4명은 1차 치료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으며, 국내에서는 2차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인 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검사 등을 활용해 조기 진단을 강화하고, 유전자검사 등 정밀진단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2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을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80~90% 여성…직장·육아·부모 돌봄 한창인 40~60대 발병

삼성서울병원 성균관의대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는 ‘PBC의 질환 특성과 국내 치료 환경 및 제한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PBC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간 안의 작은 담관이 지속해서 손상되는 희귀 만성 간질환이다. 담관이 손상되면 담즙산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간에 축적돼 염증과 간섬유화를 일으킨다. 질환이 진행하면 간경변과 간부전,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국내 PBC 유병률이 약 2만5000명당 1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드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수가 적고 인지도가 낮아 정책적으로 소외되기 쉬우며, 의료진도 전문 분야가 아니면 진료 과정에서 환자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PBC 환자의 약 80~90%는 여성이고 주로 40~60대에 발병하거나 진단된다. 이 시기는 여성이 직장에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동시에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까지 맡는 경우가 많은 시기다. 질환이 발생하면 환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직업과 가정, 돌봄 역할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희귀 간질환 환자와 가족 19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1%가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54.1%, 육아·돌봄 역량은 37%, 사회활동 역량은 34.2%였다.  

PBC의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 피로와 가려움증이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수면장애로 이어지고,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반복되면서 이른바 ‘브레인 포그’와 업무 생산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피로와 가려움증은 PBC에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중년 여성은 이를 과로나 스트레스, 갱년기 증상으로 여기기 쉽고 피부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의료진 역시 PBC에 대한 경험과 인지도가 낮으면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지나칠 수 있다.

강 교수는 이 때문에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진단 방랑’을 겪고 조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환자는 간경변이 진행된 뒤에야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PBC를 진단받기도 한다. 과거에 진단해 적절히 치료했다면 간 손상 진행을 막을 수 있었던 환자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 30~40% 1차 치료 반응 부족…후속 치료는 사실상 막혀

PBC의 1차 치료에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사용된다. PBC 환자는 체중 1kg당 13~15mg을 복용해야 해 환자에 따라 하루 800~1200mg까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용량을 복용해도 환자의 30~40%는 치료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다. 이들 환자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더라도 담즙 정체와 염증이 지속되면서 간섬유화가 진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1차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미국과 유럽, 영국 등에서 허가돼 처방되고 있다.

국내에도 허가된 치료제가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처방이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이 존재하고 국내 허가까지 받았지만 비용 문제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치료 옵션이 사실상 없다”며 “치료하지 못하는 동안 간 손상은 계속 진행하고 의료진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외 진료지침은 혈액검사 수치뿐 아니라 간 손상 정도와 나이, 동반질환, 가려움증 등 환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치료를 신속히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2차 치료제 처방 자체가 어려워 이러한 치료 전략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검사 수치가 일정 수준 개선됐더라도 심한 가려움증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환자가 있는 만큼, 환자보고성과를 치료 평가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치료 효과를 경험하고도 임상시험 종료 후 약을 계속 사용할 수 없게 된 환자 사례도 소개했다.

해당 환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검사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증상과 표정도 호전됐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끝나 치료를 중단한 뒤 수치가 다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강 교수는 “환자는 좋은 치료 반응을 직접 경험했지만 임상시험이 끝난 뒤 다시 약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진료실에서 수치가 다시 올라가는 과정을 설명해야 하는 의료진도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허가된 약이 있더라도 실제 처방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처방이 가능해져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 때문에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며 “약이 있어도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만큼 하루빨리 급여를 적용해 임상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환자 권영수 씨가  ‘여성 희귀 간질환 PBC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치료제가 있는데도 못 쓰는 고통”…환자단체, 신속 급여 촉구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국내 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강현진 사무국장은 “희귀 간질환 정책은 환자 개인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며 “희귀 간질환은 생명을 위협하기 전에 환자와 가족의 일상과 경제활동, 돌봄 역량을 먼저 빼앗아가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질환을 사망 위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질환 역시 충분히 중증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료제가 개발되고 국내 허가까지 이뤄졌지만 실제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환자들에게 큰 박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강 사무국장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을 기다리는 고통도 크지만, 눈앞에 치료제가 있는데 사용할 수 없는 고통은 또 다르다”며 “환자들은 간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신속한 치료 접근성과 신약 등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진단 강화와 신약 신속 등재뿐 아니라 희귀 간질환 전문진료체계 구축, 경제적 지원 확대,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소진을 지원하는 돌봄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단 “신속등재 절차 활용”…심평원 “급여 신청 아직 안 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형민 신약관리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현재 일부 의약품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와 공단의 약가협상을 병행하거나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속등재 시범사업에서는 심평원 평가와 공단 협상을 각각 30일 안에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된 만큼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 필요도,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 급여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부장은 “희귀질환이고 만성적으로 간 손상이 진행된다는 특성이 신속한 급여평가와 협상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단에 협상 절차가 넘어오면 환자들의 목소리와 치료 접근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협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숙현 신약등재부장은 해당 PBC 치료제가 아직 심평원에 급여평가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신속등재 시범사업 신청이 진행되고 있지만, PBC 치료제가 실제 신청될지와 신청 이후 대상 품목으로 선정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속등재 대상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제약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면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신청이 접수되면 질환과 치료제의 특성을 검토하고 관련 학회의 의견도 청취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급여 신청이 이뤄지면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치료제 # PBC # 간염 # 간암 # 신속등재 # 급여등재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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