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24 17:35최종 업데이트 26.03.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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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지급 거절” vs “과잉진료 통제”…암환자-손보사 실손보험 놓고 '이견'

약관 해석∙제3 의료기관 자문 등 논란…의협∙환자 '관리급여' 우려에 복지부 "진료기준 현실 맞게 만들 것"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유튜브 채널 중계 영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민 4000만명가량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보장 범위와 지급 기준을 둘러싼 갈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축소를 경험했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실손보험의 본래 취지와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는 조국혁신당 김선민·신장식 의원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자, 의료계, 보험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손보험의 보장 기준과 분쟁 구조,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장을 찾은 암 환자들은 보험사가 보험급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를 설명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항암 이후 부작용 관리와 회복을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함에도 보험사가 이를 ‘직접 치료가 아니다’라며 인정하지 않거나, 재발과 전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병행하는 면역·보조치료까지 ‘불필요한 치료’로 판단해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부당이득 반환 소송까지 겪으며 경제적 부담과 치료 중단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접 치료' 아니란 이유로 지급 거절…주치의 판단 우선 돼야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발제자로 나선 최태형 변호사(최태형 법률사무소)는 실손보험 분쟁 해결을 위해 네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약관 해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험사가 ‘직접 치료’나 ‘입원 필요성’ 등 약관에 없는 요건을 임의로 추가하는 관행을 차단하고, 입원 필요성 판단은 보험사 기준이 아니라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을 우선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3의료기관 자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 의료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편향된 자문에 대한 제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 분쟁조정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사전 조정 장치를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보험사의 지급 거절 비율과 소송 건수를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점검할 수 있는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등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보험업계는 단순한 수익 논리를 넘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책임을 자각해야 하고, 의료계는 환자 보호를 위해 치료 필요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보다 충실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감독기관 역시 지급 거절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적인 분쟁 해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부회장,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 이형걸 부장.

의협 "관리급여, 보험사 지급 책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 우려"
 
대한의사협회(의협) 이태연 부회장은 실손보험 구조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의료 현장에 왜곡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관리급여와 입원 여부 기준 문제를 핵심으로 짚었다.
 
이 부회장은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관리급여 체계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보험사의 지급 책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암 치료처럼 기존 치료로는 한계가 있어 비급여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관리급여로 묶을 경우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암환자들에게 시행하는 방사선 온열치료 등 일부 항목은 관리급여로 편입되면서 가격이 낮게  책정될 경우 해당 치료가 아예 사장되거나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실손보험에서 입원 여부를 기준으로 보장 여부를 판단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기술 발전으로 해외에서는 수술과 치료가 당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실손보험 구조 때문에 입원을 해야만 보장이 되는 실정”이라며 “입원 여부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건 오히려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하고 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보협회 "정부의 독립된 자문기구 구성 적극 찬성"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 이형걸 부장은 실손보험이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5년 기준 손해보험사 7개사의 암환자 관련 지급건수는 약 263만건, 지급액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에 달하고, 집중 치료가 필요한 암 입원치료의 경우 지급률이 96%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러한 높은 지급률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심사 기준을 완화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보험사기와 과잉진료 문제를 지목했다.
 
이 부장은 “일부 의료기관에서 암환자 입원을 유도해 고액 치료비를 설계하고 보험금을 편취하거나,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영양주사 등을 암 치료로 둔갑시켜 청구하는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같은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실손보험에서만 연간 2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상품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3의료기관 자문에 대해서는 “지급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료의 적정성과 객관성을 확인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라며 “주치의 판단 외에도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을 통해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 개선 방향으로 ▲비급여 치료에 대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마련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 의료자문기구 도입 ▲보험사기 및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 부장은 “정부나 공공기관 산하에 독립적 의료자문기구를 만드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그 제도가 정착된다면 보험사는 그 자문 결과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보험상품분쟁2국 전현욱 팀장,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성지은 사무관.

금감원 "실손, 과잉이용 등으로 후속 세대서 보장범위 축소 불가피"
 
금융감독원 보험상품분쟁2국 전현욱 팀장은 의료자문과 소송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자문관리위원회를 통해 자문 대상과 기관 선정 과정에서 편중을 방지하고, 자문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운영해왔다”며 “현재 의료자문은 전체 청구 건 대비 0.1% 이하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자문이 곧바로 부지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전부 지급 또는 일부 지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의료자문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하며, 부지급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송과 관련해서는 “모든 보험사가 소송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고, 2000만원 이하 소액 사건에 대해선 분쟁조정 절차 개시되면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소송 관련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팀장은 실손보험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보장 범위가 줄어든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초기 상품은 100% 보장 구조였지만, 과잉 이용과 보험금 증가로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도 연간 보험금 지급 증가율이 약 10% 수준으로, 이를 그대로 둘 경우 제도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보험료 폭증을 막고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가 함께 합리적 이용과 기준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리급여 진료기준, 현실 맞게 보완…환자 부담도 늘지 않을 것"
 
보건복지부 성지은 사무관은 관리급여 제도 도입 취지와 운영 방향을 설명하며 환자 우려에 대해 보완 의지를 밝혔다.
 
그는 “비급여 진료는 그간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크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환자 부담과 정보 비대칭 문제가 지속돼 왔다”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 사무관은 “관리급여는 모든 비급여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량과 가격 편차, 관리 필요성이 큰 항목을 중심으로 선별 적용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치료 선택권 제한 우려에 대해서는 운영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진료 기준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95% 본인부담 구조에 대해서는 “기존 비급여가 100% 환자 부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손보험 미가입자의 경우 보호 수준이 강화될 수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 역시 계약 내용에 따라 급여 영역의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보장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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