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19 06:23최종 업데이트 15.05.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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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술도 못 하는 '미생 전문의'

‘5년차 전공의’에게 수련 기회 뺏기는 악순환

전공의 수련과정 존재 이유 의문시

매끄러운 외관, 카페가 즐비한 로비, 독립된 암센터의 늠름한 모습을 자랑하는 대형병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갓 의대를 졸업한 인턴도 이런 곳에서 수련을 마치면 근사한 의사가 될 것 같은 희망을 품게 한다. 실제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은 최신지견에 예민하고, 장비나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서 책과 현실의 괴리감이 적다.


유명한 '전문의 제조 공장'은 수련만 받으면 경쟁력 있는 의사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진은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뮤직비디오 장면>


하지만 유명 종합병원의 의료서비스가 전문의 중심으로 변하면서, 많은 전공의는 치프(Chief)*가 되어도 기본 수술이나 시술조차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과에서 하는 내시경같은 술기나 외과에서 하는 수술은 '5년 차 선배'**에게 우선 할당이 된다.
*과별 전공의 대표. 보통 4년 차 전공의가 맡고, 1년 짧은 가정의학과는 3년 차가 맡는다. 2학기가 되면 치프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러 병원을 떠나기 경우가 많아 밑 년 차 전공의가 역할을 물려받는다.
**현재 대학병원 많은 과의 수련 형태는 마치 4+1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전임의 과정이 필수처럼 됐다.



아무 것(?)도 못하는 전문의
 

이른바 Big5 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친 내과 전문의 A씨에 따르면 "병원에 남아서 Staff가 되지 않는 이상 결국은 봉직의 자리를 찾는다. 큰 병원에서 논문 많이 보고 최신 지견대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드*에서는 의미가 없다. 봉직의를 찾는 병원에선 내시경과 초음파를 능숙하게 하는 의사를 찾는다"고 한다.

그녀는 "보드**만 달랑 딴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것(술기)이 아무것도 없고, 병원에서 찾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개원가 혹은 봉직의 시장에서 하는 의료
**전문의 자격증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정형외과 4년 차 전공의는 "예전에 전문의를 따신 의국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전공의) 3년 차만 되어도 혼자 IM nailing* 여러 개를 하셨다는데, 요즘은 치프가 되어도 (수술)한 번 제대로 잡기 힘들다. 결국 '정형내과' 보드를 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골절 수술의 한 방법


 

필수 코스 : 5년 차 전공의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이비인후과 전임의 K씨는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 비중격수술 정도 하고, 편도나 뗄 수 있는 정도다”라며, “선후배, 동기 모두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전임의 과정을 안 거치고 나간 마지막 케이스가 대략 10년 전쯤"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안과 전임의 역시 "보드를 따도 군날개*정도나 (수술)할 수 있다. 보드를 갓 딴 상태에서는 흔한 백내장 수술도 제대로 못 한다"고 호소했다.
*익상편, Pterygium : 안쪽 결막으로부터 섬유조직이 각막의 중심부를 향해 삼각형 모양으로 자라나는 퇴행성 질환
 

수술이 핵심치료인 전문과에서 4년 동안 수련까지 시켜가면서 결국 '수술도 못 하는 전문의'를 만들어내는 현실이라면, ‘전공의 수련 과정’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끊기지 않는 Vicious Cycle(악순환)
 

전공의 수련 중에 수술과 술기 기회를 전임의에게 뺏기고, 그런 상태로 보드를 취득한 '미생 전문의'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후배의 기회를 뺏는다. 많은 전공의가 입 모아 호소하는 현재 수련의 문제점이다.

결국, 전임의와 전공의가 업무분담이 확실하지 않고 단순히 병원 업무를 나눠 가지는 형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선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수련을 받기 힘들다.
 


<출처 : TVN>


이제 갓 전공의를 끝낸 한 내과 전문의는 "가정의학과는 술기 위주로 수련과정을 짜면서 1년 차 때부터 내시경을 교육받는다. 우리 과의 경우 수련 내내 (내시경을) 몇 케이스 못해 본다. 엔도*나 콜로노** 배우러 전임의 2년을 하게 되면 결국 수련을 의대(6년)만큼 하게 되는 셈이다. 필드에 나가면 내과든 가정의학과든 내시경이 가능하고 월급 적게 받는 의사를 찾는데… 그들(가정의학과)은 3년 만에 나가고 우리는 6년 지나야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Endoscopy : 일반적으로 위내시경을 지칭
**Colonoscopy : 대장 내시경


그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안 좋아지고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프로필 한 칸을 채우기 위해서든 술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든 하나라도 더 채워야 취직하니깐."

#전공의 # 수련병원 # 대학병원 #사각지대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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