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력 골밀도측정기 무죄 판결 근거로 일반 촬영장비까지 확대…방사선사 선임했지만 촬영·판독 권한 논란
한의원 X-ray 설치 사진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원 3곳에 일반 X-ray 장비를 설치하고 방사선 발생장치와 방어시설에 대한 검사 절차에 들어갔다. 저출력 X-ray 방식 골밀도측정기 사용에 대한 무죄 판결을 근거로 한의사의 의료용 방사선기기 사용 범위를 일반 X-ray 촬영까지 넓히려는 것이다.
한의협은 검사기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사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다만 한의협이 근거로 제시한 판결은 방사선 노출량과 사용 목적이 제한된 특정 골밀도측정기에 관한 것이어서 일반 X-ray 촬영과 영상 판독까지 포괄적으로 허용한 판결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한의협은 정유옹 수석부회장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포함한 한의원 3곳에 X-ray를 설치하고 지난 25일 방사선 발생장치와 방사선 방어시설 검사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한의협은 지난해 2월 ‘한의사의 X-ray 사용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확정판결을 근거로 한의사의 X-ray 사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 수석부회장의 한의원에 X-ray를 설치하려 했지만 질병관리청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검사기관이 검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절차가 중단됐다.
이에 한의협은 이번에 한의사 대신 방사선사를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다시 검사 신청에 나섰다.
현행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별표 6은 의원과 보건소, 보건지소 및 ‘그 밖의 기관’에서 의사와 치과의사 또는 방사선사를 안전관리책임자로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의협은 한의원이 ‘그 밖의 기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방사선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장비와 방어시설 검사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그동안 한의원 X-ray 설치와 관련해 제기돼 온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에 따른 절차적 문제를 해소한 만큼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검사·측정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적·사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사선사를 안전관리책임자로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한의사의 일반 X-ray 촬영과 판독 권한까지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의협이 공개한 판결문 발췌본을 보면 해당 사건은 주당 최대 동작부하 총량이 10mA·min 이하인 저출력 X-ray 방식 골밀도측정기에 관한 것이다. 법원은 해당 기기의 위험성이 낮고, 골밀도와 예상 신장 수치를 산출해 한의학적 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의료법상 면허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해당 판결은 장비의 출력과 위험성, 사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따진 개별 판단으로, 일반 방사선 촬영장치를 이용한 흉부·척추·관절 촬영과 영상 판독까지 한의사의 면허 범위로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방사선사의 업무 지휘권도 쟁점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방사선사를 포함한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의사가 방사선사를 고용하더라도 촬영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지, 한의사가 일반 X-ray 영상을 판독해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지는 안전관리책임자 선임과 별도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한의협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통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보건복지부가 10년 넘게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조정위원회 등 각종 절차를 거론하며 또다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는 실제 한의원 3곳에 X-ray를 설치하고 검사 신청까지 진행한 만큼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행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이 장비 설치를 마치고 검사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면서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기기 사용 범위를 둘러싼 의·한 갈등도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