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15 09:15최종 업데이트 24.04.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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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왜 의대 교수들 저격 글을 올렸나?

전공의-교수-병원-대학총장 사이 입장차 명확…인생 건 전공의들 '초강경', 교수들은 신속한 전공의 복귀가 '우선'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밤 늦게 수련병원 교수들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박단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수련병원 교수들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박 위원장이 글을 올린 뒷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향후 전공의들과 의협 비대위 간 입장이 잘 조율될 수 있을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박 위원장은 '두 개의 축. 그리하여'라는 제목으로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며 교수들을 비판했다. 

글 자체는 '경쟁적으로 분원을 설립하고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 구조'를 만든 정부와 병원계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교수와 전공의 사이 선을 긋는 듯한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의료계는 이번 내부 갈등 상황에 대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의사 직역별로 입장 차이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대생·전공의와 의대 교수들 간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다.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맞서 일단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대란 사태가 두 달 가까이 길어지면서 각 직역간 갖고 있던 다른 시각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우선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번 사태로 자신들의 미래를 건 당사자들이다. 길게는 1~2년 이상씩 투자했던 전공의 수련, 의사 면허를 위한 의대 수업까지 포기할 만큼 이번 사태를 대하는 젊은의사들의 각오는 매우 강경하다. 즉 의대정원 증원 '원점 재논의'가 아니라면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공의가 절대 다수라는 것이다.

만약 박단 위원장이 이 같은 다수 전공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 박단 위원장 본인도 내부 탄핵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0년 젊은의사 단체행동 당시에도 박지현 위원장 집행부는 중도에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집행부로 교체된 바 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이번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물론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잡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교수들은 수련병원과 대학에 적을 두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소속 병원 적자가 매일 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영상 압박에 시달리고 인력 부족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 갈등을 풀어 전공의들이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 교수들이 직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장한 전임 회장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 병원, 대학총장 모두 입장이 세밀하게 갈린다. 전공의는 교수들과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고 교수들도 총장과 간극이 있다"며 "서로 눈치 싸움을 하는 중인데 이런 것들을 조금씩 맞춰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차로 인해 박단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 소속돼 함께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끊임없이 교수 등 타 직역과 상호 견제와 타협을 반복하며 팽팽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의협 비대위가 의대생, 전공의가 함께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마자 박단 위원장이 "합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교수들이 분노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긴 하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모으는 것이 쉽진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질적으로 일은 계속하고 있고 단축 진료를 한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인 문제로 그대로 진료를 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교수라는 직역 자체가 조직화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현재 상황을 보면 강 건거 불구경까진 아니지만 옆집 불구경 정도로 생각하는 교수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대전협 관계자는 "전공의와 교수는 함께 의대정원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한팀은 맞지만 어쩔 수 없는 입장 차이는 존재한다. 이 때문에 향후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서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당사자가 의대생과 전공의라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14일 백브리핑에서 "(박단 위원장 페이스북 글은) 해프닝으로 봐야 한다. 기사를 발췌한 글이고 기사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개혁 방향에 대한 것"이라며 "그 의료개혁을 위해 병원과 교수들의 역량도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교수나 병원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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