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26년 글로벌 의약품 파이프라인 수가 2만2940개로 집계되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임상 단계 약물은 줄었지만, 임상 1·2·3상 진입 약물은 늘어 후기 단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재편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23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CITELINE이 최근 발간한 'Pharma R&D Annual Review 2026'에서 2026년 1월 기준 전 세계 의약품 파이프라인 수는 2만2940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2만3875개보다 3.92% 감소한 수치다. 협회는 이번 감소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단계별로는 전임상 단계 약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임상 약물 수는 전년 대비 14% 줄어든 1만929개였다. 반대로 임상에 진입한 약물은 증가세를 보였다. 2025년 대비 임상 1상 약물 수는 2.7%, 2상은 9.1%, 3상은 8.8% 증가했다. 협회는 전체 파이프라인 수는 줄었지만 임상 단계 약물이 늘어난 점을 두고 기업이 투입 자원을 후기 단계에 더 집중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연구개발이 가장 집중된 분야는 종양학으로 전체 신약 후보의 38.6%를 차지했다. 두 번째는 신경학으로 14.4%였다.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면역학, 심혈계질환, 혈액응고였으며, 특히 면역학은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로슈가 가장 활발히 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화이자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위로 올라섰고, 실제 파이프라인도 8.3% 성장했다. 상위 10위권에는 화이자, 사노피,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BMS, 머크(Merck & Co.), 애브비, 존슨앤드존슨이 포함됐다.
파이프라인 구성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의 확대가 두드러졌다. 2026년 들어 글로벌 파이프라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이오의약품이 케미컬의약품을 앞질렀다.
30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화학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비율은 85대 15였지만, 올해는 개발 중인 약물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50.1%를 기록했다. 특히 단클론항체(MAbs) 기반 파이프라인이 늘었고,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면역독소 등을 포함한 면역접합체 개발은 지난 12개월 동안 30% 이상 증가했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도 증가폭이 컸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이어졌다. 의약품 연구개발 회사의 본사 기준으로 미국 기업 비중은 2025년 39%에서 2026년 41%로, 중국 기업 비중은 17%에서 19%로 각각 늘었다.
협회는 미국과 중국의 점유율 확대가 유럽 비중 축소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 독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의 점유율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1월 기준 167개국에서 의약품 연구개발이 보고됐으며, 파이프라인 비중이 5%를 넘는 나라만 34개국에 달했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미국 기업의 파이프라인 비중은 50.8%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은 31.1%로 2위, 한국은 14.2%로 3위를 차지했다.
협회는 스페인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10위권 국가 순위의 큰 변화는 없었고, 모든 국가의 비중이 상승해 점점 더 국제화된 다국가 약물 개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따.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426개로 집계됐다. 이 중 대웅제약이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에는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셀트리온, 종근당, 애드파마, GC녹십자, JW중외제약, SK, 한국콜마가 포함됐다.
협회는 한국이 개량신약 개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신약 연구개발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보다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적응증별로는 폐암, 유방암, 직장암, 2형 당뇨병, 위암 순으로 개발이 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