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18 07:14최종 업데이트 23.05.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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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투쟁 과정에서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이 종적을 감춘 이유

보건복지의료연대-비대위 이중체제로 업무 비효율 증대…파업 의료연대가 이끌면서 강경 투쟁 역할도 불분명

지난 3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이 단식투쟁에 돌입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은 막았지만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제외되면서 호기롭게 출범했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목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특히 결과론적으로 간호법을 막긴했지만 투쟁 과정에서 비대위의 역할이 애매했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 일각에선 오는 20일 운영위원회에서 곧바로 비대위를 해산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의연-비대위, 한지붕 두가족 체제 만들어진 이유
 
지난 2월 23일 68.3%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당선 초반인 3월 초부터 무기한 국회 철야농성과 단식을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강경 투쟁 노선을 걸었다.
 
그러나 주목을 받던 초반 모습과 달리 투쟁이 4월 이후로 넘어가면서 점차 박 위원장은 종적을 감춘 듯한 행보를 보였다. 대신 그 자리는 13개보건복지의료연대(보의연) 공동대표인 의협 이필수 회장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이 채웠다.
 
원래대로라면 기존 의협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의 성격으로 비대위가 구성됐기 때문에 이필수 회장 대신 박명하 위원장이 보의연 공동대표를 겸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의협을 제외한 보의연 타 단체들은 박명하 위원장보단 이필수 회장이 그대로 공동대표를 맡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의연 의견을 종합하면, 타 단체에게 호의적이고 협력을 중시하는 이필수 회장의 개인적인 성향과 그동안 13개 단체와 함께 연대해온 이 회장의 결집력이 주요 요인이었다. 실제로 13개 단체 관계자들은 이필수 회장이 아니었다면 약소직역들이 애초에 모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반대로 복수의 보의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보의연 내부적으로 박명하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보의연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 등 대외협력 라인이 빈약하고 정치적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다"고 말했다.
 
‘파업 신중론’ 비대위가 파업 참여 가장 저조, 당연한 수순?
 
이필수 회장이 공동대표를 계속 맡게 되면서 보의연과 비대위가 '한지붕 두가족'격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내부 회의 때마다 크고 작은 마찰이 불거졌다. 보의연 내부적으론 13개 단체 의견을 조율하기도 힘든데, 비대위까지 의견을 맞춰야 하다 보니 항상 회의는 자정이 되도록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결국 서로 의견조율이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논의 내용이 결정돼 기자회견이 열리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대위는 '5월 4일로 예정됐던 파업 결의대회를 3일로 하루 앞당긴다'는 기자회견을 2일 진행했는데, 이 사실을 보의연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
 
보의연 관계자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도 황당한데, 이 과정에서 비대위는 오히려 보의연과의 기획위원회 회의에서 단계적 부분파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견지해왔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3일부터 부분파업 결정했지만...비대위는 원래 '간호법 파업'에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전격적인 파업 선언'을 주장하던 보의연과 '파업 신중론'의 비대위가 의견 충돌을 내면서 부분 파업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던 4월 30일까지 구체적인 파업 일정조차 결정되지 못했다.
 
'파업 신중론'을 펼쳤던 비대위가 1~2차 부분파업 과정에서 가장 적은 인원을 동원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의연 관계자는 "4월 30일까지만해도 (비대위 측과) 파업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아 5월 3일 연가투쟁 이후에 투쟁 일정은 다시 논의한다 정도로 정한 상태에서 갑자기 2일 비대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애초에 비대위는 (파업에)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의사면허취소법 남았지만 비대위 유지 이유 없어
 
간호법 투쟁이 5월 이후로 넘어가면서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갈등 프레임으로 전환되면서 비대위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때부터는 간무협 곽지연 회장이 투쟁에 전면에 섰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무기한 단식농성도 비대위원장을 제외하고 곽지연 회장과 이필수 회장만 참여했다.
 
현재 비대위는 해산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간호법은 거부권이 행사됐고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해선 강경한 투쟁이 아닌 헌법소원이나 추후 법률 개정 등으로 문제를 풀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20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비대위 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의협 대의원은 "비대위가 처음부터 포지션을 잘못 잡았다. 나중엔 오히려 보의연과 의견마찰로 내부 분열만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며 "간호법 거부권이 행사됐기 때문에 비대위 해산이 바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비대위의 출범 이유는 집행부를 대신해 강경 투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부분파업에서 의사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대위의 투쟁 동력 결집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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