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혁 선결없인 막대한 재정 낭비만 초래…다른 지역 의료기관 이용시 본인부담금 상향 등 조치 필요
강릉의료원 최안나 원장, 대한의사협회 김창수 정책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환자의 수도권 쏠림에 대한 제어 없이 시행되는 지역의사제가 막대한 자원만 낭비한 채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릉의료원 최안나 원장은 의료정책연구원이 25일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개최한 지역의사제 관련 토론회에서 “지역의사제는 거대한 실패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며 “지역∙공공∙필수의료(지필공) 문제는 지역의사제로 절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사 장밋빛 청사진 대로 다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15~20년 후가 될텐데, 이미 의료인프라가 다 망가진 후일 것”이라며 “그때 지역의사제를 추진했던 책임자들은 자리에 없고, 모든 재정적 부담은 미래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원장은 특히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제도 실패가 불가피한 핵심 요인으로 꼽으며, 지역 주민이 해당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와 다른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의료비에 차등을 두자고 제안했다. 거주 지역 내에서 진료받으면 의료비를 할인해주고, 다른 지역으로 가면 본인부담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는 “지필공 문제 해결은 (의사)공급 정책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수요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관건”이라며 “환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쓸지 사회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정치권이 움직이기 힘든 주제라면 의협을 위시로 한 의료계가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김창수 정책이사도 의료전달체계 개혁 없는 지역의사제는 ‘만두소 없는 만두’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지역의사제는 의료전달체계 개혁과 같이 가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환자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 수 있게 무한정 허용하면서 지역에 의사를 늘리는 건 자원 낭비”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의원과 병원 기능을 법적으로 분리하고 엄격한 의뢰-회송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의사제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유사한 제도에 비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의무복무 연한을 채우지 않고 중도 이탈할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조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재라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대만은 바이아웃 제도를 통해 지원금을 반환하면 중도 이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일본도 면허를 조건으로 걸고 있지는 않다”며 “반면 우리나라 지역역의사제의 경우 한 번 이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의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탈출 경로가 없다. 이처럼 제재가 심하고 엄격한 제도가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18세라는 젊은 나이에 한 선택을 이유로 향후 16~17년 탈출구 없는 제도에 옭아매는 게 비례의 원칙에 맞을까”라며 “의무복무를 채우지 않으면 직업적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지역의료 확보라는 공익을 이유로 개인의 희생을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이사는 “지역의사제 출신이 다른 의사들에 비해 수행 능력 등이 떨어진다면 환자와 동료들 사이에서 낙인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시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로 양성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