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19 06:25최종 업데이트 26.03.1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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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창업기업 10년 새 급증…기술특례 상장 등 성과에도 재무안전성 '빨간불'

진흥원 '의사 창업 현황 분석' 보고서 발간…평균 매출 증가에도 영업손실 확대 "인건비·네트워크·규제 개선 등 필요"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10년 사이 의사 창업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상당수 기업이 적자와 낮은 신용등급 등 재무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기반 창업이 기술사업화 성과로 이어지고는 있으나, 예산·인력·제도 등 전반에 걸친 의사 창업 특화 생태계는 여전히 미흡해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17일 의사가 창업자이자 대표인 263개 기업의 현황과 특징을 분석한 '의사 창업 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의사 창업기업 21% 공동창업 "전문가 협력 중요"…10년 새 창업 늘었지만 절반 이상 신용등급 C 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형태는 단독 창업이 79.1%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나머지 20.9%는 공동창업(공동대표) 형태로 설립·운영됐다. 연구센터는 이를 두고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경영 전문가와 의약·의료기기·공학 등 타 분야 전문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설립 연도를 보면 2016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업이 81.4%를 차지했다. 연구센터는 창업 활성화 사업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2013년부터 연구중심병원, TIPS 창업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창업 환경이 질적·양적으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5년 이전에는 한 자릿수에 그쳤던 의사 창업기업 수는 2015년부터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이 62.4%, 경기가 14.8%로 전체 조사 기업의 77.2%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이어 대구 5.3%, 대전 3.0%, 부산 2.7%, 충북 2.3%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자본시장에 진입한 코스닥 상장사는 17개, 코넥스 상장사 3개로 집계됐다. 연구센터는 이들 기업이 기존에 없던 신약·치료법·진단기술 등을 개발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절반가량이 연구개발업(M70), 그중에서도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에 집중됐다. 약 3분의 1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과 의료기기 제조업에 속했다.

연구개발업은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대규모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업종 특성상 단기간 내 매출이나 의료수익 창출이 어려워 재무적 취약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분석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인 54.4%가 신용등급 C등급 이하로 나타나 재무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긴 개발 기간 동안 매출 없이 초기 자본과 투자금만 소진되는 바이오의료 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구센터는 "일반적으로 창업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개발 중이거나, 출시되더라도 매출 없이 초기 자본과 투자금이 계속 소진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거친다"며 "특히 의사 창업은 연구개발에 기반한 창업, 기술 기반의 창업으로 제품 개발을 성공하기까지 지속적인 연구개발 비용과 운영비(인건비 등)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분석 기업의 재무 현황을 보면 자산은 2020년 평균 104억원(185개)에서 2024년 204억원(189개)으로 증가했다. 부채는 2020년 평균 54억원(185개)에서 2024년 105억원(189개)으로 늘었다.

매출은 2020년 평균 45억원(182개)에서 2024년 평균 72억원(186개)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평균 -9억원(185개)에서 2024년 평균 -30억원(182개)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0년 평균 -17억원(185개)에서 2024년 평균 -37억원(118개)으로 손실 규모가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센터는 "본 분석에는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음에도 당기순손실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일반적으로 창업기업을 7년 이내 중소기업으로 보는 기준과 달리 창업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2025년 기준 재무·투자 정보가 확보된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매출·영업이익·투자 정보가 없는 기업은 제외돼 전체 실태를 완전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기반 지원 확대에도 의사 창업 특화 생태계는 미흡…연구비·인건비 제도, 네트워크 지원, 규제 완화 등 필요

병원 기반의 의사 창업 현황을 살펴보면, 의사 창업의 상당수는 연구중심병원 또는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기반 창업으로, 병원 내·외 조직인 기술사업화 전담조직, 대학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의사 창업이 활발한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창업 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겸직 허가와 창업 승인을 결정하고 있으며, 창업 실패를 최소화하고 시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병원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창업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 제고에 중점을 두고 창업 아이템을 엄격히 심의하고, 재단의 초기 투자(Seed) 지원과 상장 후 회수·재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창업 기업 15개 가운데 3개가 코스닥에 상장했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은 바이오헬스 특화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 전문 인력과 투자 지원 체계를 제공함으로써 의사 창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고려대학교의료원은 해외 혁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스탠퍼드대의 SPARK를 벤치마킹해 병원 실정에 맞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예비 창업자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학교의료원은 바이오클러스터인 서울바이오허브, 홍릉강소특구와 연계해 클러스터 내 다양한 지원도 받고 있다.

연구센터는 "이 같은 선도 병원의 창업 지원 전략은 병원 단위의 자율적 노력에 그치지 않고 타 의료기관과 정부 차원의 창업 지원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의사 창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병원 기반 혁신 생태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기반 의사 창업은 병원의 연구역량이 강화되면서 기술사업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사 창업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면 예산·조직·인력·제도·사업 등을 아우르는 의사 창업 특화 생태계의 조성은 미흡하다"며 "연구개발 기반 스타트업은 전업으로도 성공이 어려운 분야임에도 다수의 의사 창업자는 본업을 병행하면서 사업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으로 높은 실패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의사 창업에 특화된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센터는 ▲국가 R&D 연구비 인건비(Buy-out) 제도 도입 ▲경영 전문가 등 인력 활용 및 인력채용 플랫폼 구축 지원 ▲국내외 창업 교육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지원 ▲의사 창업에 특화된 R&D 과제 및 사업 기획 ▲이해상충 문제, B2C 시장 진입 완화 등의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연구센터는 "2026년 보건복지부 R&D 예산은 1조원을 상회하고, 2032년까지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과 시장으로 확장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연구 성과가 창업과 사업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국가 R&D 투자의 산업적 파급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성공적인 의사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의사 창업의 특수성과 현황을 고려한 정책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적 논의를 통해 실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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