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은 신경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이 60분짜리 공개 건강강좌를 한 번 듣는 것으로 불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강연 4주 뒤 추적 조사를 마친 참여자의 72.4%가 불면 증상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대중 강연이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면증에 가장 먼저 권하는 표준 치료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인데, 훈련받은 전문가에게 4~8회에 걸쳐 받아야 해서 실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강연은 행동경제학의 '결핍 이론'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돈이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그 문제에만 매달려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도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윤 교수는 "'오늘도 못 자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집중력과 판단력의 일부를 먼저 가져간다"라며 "결핍 이론을 불면증 교육에 적용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강연은 세 단계다. 불면이 이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걱정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며 잠이 오지 않는 상태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힌다. 이후 졸릴 때만 눕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같은 수면 습관을 배운다.
연구는 2026년 3월 분당서울대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불면증 건강강좌 참석자 1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참여에 동의한 81명에게 강연 직전과 직후, 2주 뒤, 4주 뒤 네 차례 설문을 했다. 이 가운데 첫 설문에 응답한 59명 중 네 차례 모두 응답한 29명(평균 71세, 여성 72%)의 변화를 분석했다.
4주 뒤 '잠에 대한 잘못된 믿음' 점수는 4.52점에서 3.39점으로 25% 감소했다. 불면 증상은 6.34점에서 5.07점으로 20%, 잠 걱정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은 5.38점에서 4.03점으로 25% 감소했다. 우울 증상은 1.79점에서 1.10점으로 39% 감소했다. 나이와 성별을 고려하거나 중간에 응답을 멈춘 참여자까지 포함해 분석해도 결과는 같았다.
불면 증상은 2주 뒤부터 좋아졌고, 잠에 대한 믿음은 4주째에야 뚜렷하게 달라졌다. 강연 직후 설문에 응답한 40명이 꼽은 가장 큰 깨달음은 '억지로 자려 하지 않고 지금 상태를 받아들이기'(52.5%), '걱정을 나와 분리해서 바라보기'(22.5%) 순이었다.
강연 영상은 분당서울대병원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돼 있다. 연구팀은 전문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강연을 먼저 제공하고, 호전이 없으면 본격적인 치료로 넘어가는 '단계적 치료'의 첫 단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대조군이 없는 예비(파일럿) 연구라고 한계를 밝혔다. 4주 추적을 마친 참여자는 첫 설문 응답자의 49%였고, 고령·여성 중심의 단일 기관 참여자가 스스로 답한 설문 결과라는 한계도 있다. 같은 참여자를 6개월간 추적하고 있으며, 대조군을 둔 무작위 대조시험과 수면다원검사 같은 객관적 수면 측정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 번의 강연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치료 문턱 앞에 서 있는 많은 분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수면연구학회와 호주수면학회의 공식 학술지 'SLEEP Advance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