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수가협상, 공단·의료계 창과 방패…공단 "재정 부담 엄중"vs"의료대란 위기 심각"
공단, 비상진료체계 지원·필수의료 건보 재정 부담 강조…병·의협, 지역·필수의료 문제 원인 '저수가' 해소 위해 재정 투입 주장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6개 의약단체장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간담회가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으로 역대급 난항이 예상되는 2026년도 수가협상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의 합동간담회로 막이 올랐다.
공단은 건강보험료율이 2년 연속 동결된 상황에서 의료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되면서 공단의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엄중한 현실을 강조했지만, 의료계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의료계의 어려움과 필수·지역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이 저수가 체계 극복을 위해 공단이 필요한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대한조산사협회 등 6개 의약단체장의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간담회가 서울가든호텔에서 개최됐다.
공단 "비상진료체계 지원·필수의료정책 추진으로 건보 재정 부담 커져…안정적 재정 운영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건강보험료율이 2년 연속 동결됐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최근 관세 갈등으로 인해 국내외 산업의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 의료계는 동일 진단에도 고가 항목으로 행위를 대체해 급여 지출이 예상대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비상진료체계 지원에 이어 필수의료정책 추진에 대규모 건보료가 투입될 예정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경영 여건 속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이번 2026년도 요양급여 비용 계약을 준비함에 있어 재정의 엄중함을 고려하면서도 필수의료 중심으로 수가를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고자 한다"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의료 행위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은 "공단은 협상이 원활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청과 존중의 자세로 임할 것이며 제안해 주신 의견은 모두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국민과 의약계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의협 "환산지수 차등적용 반대…필수·지역의료 붕괴 원인 '저수가' 재정 지원 필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이어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공단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재정 운영과 재정 건전성을 염려하고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지난 1년 간 붕괴 위기를 겪었다"며 "공단에서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 의료 사태로 인해 국민은 물론 의료계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병원급에 많은 재정이 지출되는 등 예상치 못한 건보 재정이 약 3조원 이상 지출됐기 때문에 이런 상황과 맞물려 올해도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매번 이런 자리에서 직역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결국 실망이 앞서는 결과가 나와 우려가 크다. 그래도 의료기관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에도 SGR 모델을 계속 적용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미국에서도 폐기된 제도다. 공동의 대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의약계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고 국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공단에서도 십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의협은 이번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도 공단이 의원급의 병원급 수가 역전현상을 주장하며 환산지수 차등적용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공단에서 발주한 '2025년도 환산지수 산출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환산지수는 기관당 수익 규모를 결정하는 모수이며, 특정 행위에 개별 원가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급 빈도수 및 진료비가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일부 행위에 대해 의원의 환산지수 및 수가가 병원급보다 높다고 해도 이를 수가 역전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이 결국은 저수가 체계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수가 체계를 벗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국가 정상화를 위한 재정 지원 등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병협 "전공의 미복귀로 인한 병원계 운영 여건 악화 심각…누적 흑자 30조원 활용해야"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지난해 의대증원 문제로 시작된 전공의 병원 이탈이 4월 정부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발표 이후에도 좀처럼 전공의 복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1년 이상 이어진 전공의 미복귀는 환자와 보호자의 진료 이용 불편이 따랐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많은 영향과 변화를 가져왔다. 적정인력의 배치, 직역 간 진료분담과 조정은 물론 그 파장으로 전문의 고용난과 간호인력의 업무부담 증가, 급증하는 인건비 등 운영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정부는 현재 의료개혁과 의료전달체계 개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가 구조를 포함한 보상체계의 개편이나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그리고 최근 종합병원의 포괄적 기능 전환 등을 발표했다“며 ”이러한 정책 변화는 병원에 많은 재정적 부담과 더불어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분명하고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진료비 수입 비중이 매우 크고, 보상수준을 전적으로 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요양기관 유형은 정책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공단이 보험자로서 병원이 종별 기능에 충실하고 지역 간 균형 잡힌 의료 공급망을 유지 확충할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은 "매년 수가협상에 임하는 공단은 재정 여건이 불안정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재정 현황은 그와 반대로 지속된 흑자를 기록하며 작년 말 약 30조 원의 누적 흑자 재정 상태에 이르렀다"며 "지금은 정부 정책의 큰 테두리 내에서 필요한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와 가입자 설득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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