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및 개정 논의를 구체화하면서 몇 가지 핵심 쟁점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되고 김택우 회장 집행부가 대정부 협상력을 회복했다.
이번 임총 결과가 단순히 시혜적인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현장의 사법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돼야 한다. 법제이사로서 정부가 내놓은 의료사고 특례법의 쟁점사항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의협의 단호한 원칙을 밝히고자 한다.
1. ‘모든 의료인’ 대 ‘필수의료 한정’, 보편적 진료권 보장이 우선이다
정부는 특례법 적용 대상을 ‘선의의 의료행위’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인으로 할지, 아니면 소아, 응급,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영역으로 한정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사법 리스크는 필수의료 영역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날 뿐,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 내재해 있다. 따라서 특례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정당한 의료행위를 포괄해야 한다. 다만 입법의 시급성을 고려해 필수의료 영역부터 우선 적용하더라도 이는 전체 의사의 보편적 진료권 보장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조치여야 한다.
2. ‘중과실’ 대 ‘단순 과실’, 형사 처벌 면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세워야
가장 뜨거운 쟁점은 형사 처벌 면제의 범위다. 정부가 모든 과실을 면제할지, 아니면 ‘중대한 과실(Gross Negligence)’에 한해 예외를 둘지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가 제시한 OECD 통계는 한국의 기형적인 의료 형벌화를 증명한다. 영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은 중과실이 아닌 한 형사 처벌을 극히 자제한다.
단순 과실까지 형사 처벌하는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필수의료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우리는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을 제외한 모든 과실에 대해 확실한 형사 처벌 면제를 쟁취해내야 한다.
3. ‘종합보험 가입’ 대 ‘무과실 국가 책임’, 환자 보상의 이중 안전망 구축
정부는 형사 처벌 면제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인의 종합보험(또는 공제조합) 가입 의무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도 동의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불가항력적인 무과실 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 의사 개인에게 모든 재정적·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깨야만 비로소 선의의 진료가 가능해진다.
4. 사과 고지법(Apology Law), 신뢰 복원을 위한 마지막 퍼즐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는 사과 고지법 도입을 밀어붙여야 한다. 미국 미시간대 병원의 사례에서 보면 의사가 유감을 표하는 것이 재판에서 과실 인정의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보호할 경우 소송 건수가 60%나 줄었다. 사과 고지법은 의사의 방어권뿐만 아니라 환자의 알 권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어 갈등 해결의 가장 실용적인 글로벌 트렌드다.
끝으로 정부가 3월 중 추진하려는 이번 특례법 개정 논의가 시민사회의 압박에 밀려 ‘무늬만 특례법’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의사회원들이 사법 리스크의 공포 없이 메스를 잡을 수 있도록 형사 처벌 면제의 실효성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보상 체계를 반드시 입법안에 담아내야 한다.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모든 의료 행위가 정당한 진료권을 확보부터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