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국내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혁신 신약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등재(적용)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 Research)는 1월 다양한 진료과 소속의 국내 임상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신약 접근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식품의약안전처 허가부터 건강보험 적용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고 만장일치로 답했으며, 그 중 74%가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적정 기간에 대해서는, 의료진 81%가 '최대 10개월'이라고 답했으며, 그 중 41%가 '6개월 이내'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서 혁신 신약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에 등재되기까지는 평균 608일(약 20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대부분의 의료진이 꼽은 적정 기간(10개월)의 두 배이며, 같은 시기 독일(281일), 일본(301일), 프랑스(311일) 등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현저히 길다.
나아가, 임상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신속하고 폭넓은 혁신 신약 도입이 환자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진 83%가 '해외에서 이미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들이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면 환자 치료 결과가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이라도 급여 기준이 완화돼 의약품의 조기 또는 폭넓은 사용이 가능해질 경우, 환자 치료 결과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의료진도 8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약물 허가 심사 기간을 최대 75% 단축하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제도와 유사하게, 보건복지부 역시 건강보험 적용에 '신속 등재 절차 또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 의료진도 95%에 달했다.
설문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낮은 신약 접근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진 94%가 '한국의 신약 접근성이 해외 대비 낮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97%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의약품 관련 규제로 인해 혁신 신약 출시를 포기하는 코리아 패싱(Korea-passing)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약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료진 76%가 '국내 전체 의약품 비용 중 신약 지출 비중(13.5%) 이 OECD 평균(33.9%) 대비 60%나 낮다'는 점을 염려했으며, '한국의 신약 급여 및 접근성이 OECD 상위 10개국 수준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88%로 나타났다.
의료진들은 정부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의 4대 추진 전략 중 '혁신 신약 접근성 강화'를 최우선 순위 과제로 꼽았다.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의약품 비용 절감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진 67%가 '절감된 예산을 건강보험 재정에 재투자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설문 대상자가 임상 전문가들인만큼 급여 결정과정에서 임상 현장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해줄 것도 요구했다. 의료진 88%가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 과정에서 의료진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80%는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의 사용 대상 환자군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의료진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RPIA 관계자는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은 혁신 신약 도입이 지연됨에 따라 환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보다 신속하고 폭넓은 범위에서 신약이 건강보험에 등재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가 환자 중심의 치료 환경 조성과 정책 설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KRPIA는 급여 지연 개선을 위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검토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신속등재제도, 선등재 후평가 제도 등 선진국형 시스템 도입을 제안해 오고 있으며,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보건당국 및 업계와도 활발한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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