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캐나다의 경우 전공의 교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의과대학에 있다. 교육과 관련해 매년 임상 과목별로 연보를 출간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한 의과대학에서 성인 신장학 분야 전공의 교육 책임자가 교실 연례보고서를 통해 기술한 내용을 보면 전공의 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보고서를 인용하자면, “전공의 교육프로그램의 기본 철학은 ‘전공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의과대학의 교수진은 전공의들의 임상 직무에 의존하지 않으며, 전공의가 언제든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우수한 교육과 서비스 비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전공의들 사이에 교육 기회에 대한 무모한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부연해서 설명한다. 이는 예컨대 전공의 간에 시술 참여 경험에 대한 ‘균형적인 보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공의 ‘신분 경계’ 불명확, 캐나다는 역량 기반 ‘의학 교육생’
캐나다 전공의 교육은 이른바 ‘역량 기반 의학 교육(CBME)’으로 전환됐다. 성인 신장학 교실의 연례보고서에는 임상실습 의대생, 전공의 역량 기반 지식과 실무를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 도구, 자체 탐색 및 대화형 멀티미디어 온라인 모듈식 신장학 커리큘럼 등을 담고 있다. 캐나다의 모든 전공의 프로그램은 공인된 의과대학 소속으로 조직돼 있으며, 이는 교육의 학문적 엄격성과 표준화를 보장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서 단독으로 전공의 교육을 할 수 없다.
미국도 전공의 교육을 제공하는 병원은 대학병원 아니면, 반드시 의과대학 병원과 연계(affiliated)한 협력병원이어야 자격이 주어진다. 의과대학의 졸업 후 의학교육(PGME) 사무국은 인증 요건, 재정, 휴가 정책, 전공의 안전 등을 총괄하며, 각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의 책임교수와 행정직원이 담당해 교육과정을 일관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교육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은 거의 형식적으로만 존재해 왔다. 선진국에서 전공의 교육은 ‘교육 기준’에 부합한 교육의 핵심 요소들이 규정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교수, 학습에 대한 종단적 평가, 교육기관의 감독과 인증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존재하지만, 실제 전공의 교육에 관한 개선 작업과 노력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에 각 임상과의 직무 수행이 포함되어 있으나 아직 현대적 교육학 개념이 도입된 개념의 교육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일본과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의 단위로 사용되는 ‘의국 제도’에서 쉽게 관찰되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 의료제도가 아직도 별다른 문화적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의국 내에서는 교수나 전공의 모두 학문이나 교육도 중요하나 충성심, 위계, 부서장에 대한 의무가 우선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사회보험제도가 병원의 초과 이득 생성을 허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병원의 확장과 시설에 대한 재투자에 의존하고 있어 전공의 교육은 의료기관이나 대학 부속병원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매우 낮은 위치를 차지한다.
가족 개념 가치에 뿌리 vs 객관적 종합적 데이터 기반 평가 피드백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의 기본단위라고 할 수 있는 ‘의국’은 공적 개념의 기구라기 보다는 일종의 ‘가족 개념의 가치’가 근간을 형성한다. 가족 간에 서로 평가하지 않듯이 실제로 의국 내 전공의, 교수 간 상호평가도 없고 전공의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평가도 수행하지 못한다. 전공의 교육의 최신 경향인 역량 바탕 교육에서 평가는 형성적이며, 다빈도와 다차원적 형태다.
전공의는 위임 가능한 전문직무(Entrusted Professional Activities) 체크리스트, 서술형 피드백, 직접 관찰, 동료 및 간호사와 같은 다양한 직종의 피드백 등을 통해 평가가 이뤄진다. 이러한 프로그램 기반 평가는 학습자의 약점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종합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역량위원회에서 전공의 진급 결정에 활용되고 적용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공의 교육 평가는 대부분 총괄적이고 시험 중심이며, 일상적인 피드백은 매우 드물다. 만일에 실패했을 경우 졸업생의 질적 보증을 위한 ‘보완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구조화된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역량에 대한 일관된 보장이나 책임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최신 전공의 교육은 위임 가능한 전문직무(EPA) 기반의 저위험 빈도 관찰, 수련 종료 후 평가, 다양한 직종으로부터의 다면 피드백 등이 결합, 전공의의 질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조기 개입도 가능케 열어준다. 또한 타 전문과목의 파견 수련을 통해 폭넓은 임상 기술과 다양한 평가 관점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의료 환경에서는 이런 선진화된 교육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격차의 심각성 정략적으로 악용하면서 전공의 교육격차엔 ‘무관심’
우리나라도 분명히 국제적으로 우수한 세부 전문의가 양성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에 현대적 변화와 교육학의 발전, 그리고 전공의 교육의 표준화나 수준의 동등화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의과대학보다는 병원 내 교육수련부가 전공의 교육의 실제 관할 부서의 역할을 하는데, 의학교육을 위한 전문 지원조직이 아닌 교육수련부는 인턴, 전공의, 간호사 면접이나 병원의 임시직 관리가 우선인 것 같다. 전공의 교육이나 임상실습 학생, 인턴 등을 위한 교수 개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고 전공의 교육에서 배출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의 질적 보장은 전문의 시험 이외는 사실상 실행 능력이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암기력이 차지하는 부분도 매우 크다. 이런 연유로 전공의 교육병원 간 교육의 질적 수준은 심각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의료격차의 심각성을 앞세워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치인들이 ‘전공의 교육의 격차’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조세 바탕 의료나 진정한 사회보험 의료보험제도를 갖는 나라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초과수익을 금지하는 대신에 병원의 교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적 기금을 전공의 교육에 투입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모두 졸업 후 전공의 교육을 위한 중앙 전문기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의학 교육의 전주기에 해당하는 공통 목표도 설정이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격한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 평가인증도 실시한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전문직 주도의 기구가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는 전공의 교육에 관한 제3의 기구 개입을 통한 전공의 교육의 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교육의 근간은 각 병원에서 임상과 별로 실제 운영하는 단독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주축으로 한다. 그동안 제약회사의 후원에 의한 의국의 운영과 유지도 부인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었다.
선진국에서 교육병원은 전공의 없이도, 그리고 제약회사의 지원이 없어도 의국과 병원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의료가 조직화 된 현대에서 전공의를 단순한 진료를 위한 값싼 인력이 아닌, 교육을 받기 위한 의사로 간주하고 사회적,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사회적 책무성의 구현’을 깊이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