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바트 교수 "병원 내 사망 2.5건→0.2건…美 UPMC가 AI보다 먼저 만든 것은 대응체계"
[뷰노 소아 환자안전 글로벌 심포지엄]② 예측점수를 실제 대응으로 연결…팀 역할과 이송 기준부터 마련
뷰노 소아 환자안전 글로벌 심포지엄
뷰노(VUNO)가 지난 9월 19일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소아 환자안전을 주제로 한 ‘Global Patient Safety Summit in Pediatrics’를 개최했다. ‘모든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다음 도약(The Next Leap for Every Child’s Safety)’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올해 2월 개최된 ‘Global Patient Safety Summit 2026’의 소아 분야 후속 행사다. 소아 환자의 중증 악화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신속대응시스템(RRS)과 인공지능(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중심으로 국내외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각국의 운영 경험과 임상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대 크리스토퍼 파슈람(Christopher S. Parshuram)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 크리스토퍼 호바트(Christopher Horvat) 교수, 호주 퀸즐랜드대 아담 어윈(Adam Irwin) 교수 등 해외 전문가들이 소아 환자 악화의 조기 인지와 대응체계, AI 기반 예측모델의 임상적 활용과 한계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소아 신속대응체계의 운영 현황과 제도적 과제, AI 조기경보시스템(뷰노메드 딥카스)의 실제 임상 적용 경험이 논의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주요 강연 내용을 시리즈 형태로 게재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크리스토퍼 호바트(Christopher M. Horvat) 교수가 UPMC의 디지털 안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병원에 입원한 소아 환자의 상태는 짧은 시간에도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급작스런 환자 악화사례가 많지 않고 초기 위험신호가 뚜렷하지 않아 제때에 대응하기 어렵다.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UPMC)는 생체징후 감시 체계와 표준화된 대응 절차를 먼저 마련했다. 여기에 전자의무기록(EHR) 기반 머신러닝을 결합해 소아 환자의 위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넓혔다.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크리스토퍼 호바트(Christopher M. Horvat) 교수는 9월 19일 뷰노 주최로 서울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소아 환자안전 글로벌 심포지엄(Global Patient Safety Summit in Pediatrics)에서 UPMC의 ‘디지털 안전망’을 소개했다. 그는 UPMC 중환자의학 분야에서 임상정보학과 디지털헬스를 담당하는 부책임자이면서 UPMC 어린이병원 의료응급대응팀 책임자를 맡고 있다.
호바트 교수는 “위험도를 예측하는 점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긴급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대응이 환자의 치료 결과를 바꾼다”라며 “대응체계를 먼저 구축해 의료인력 역할과 이송 경로, 자원을 정한 다음 AI를 더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 병동 사망 사례가 바꾼 대응 체계
UPMC가 대응 체계를 바꾸기 시작한 계기는 2018년 발생한 소아 환자 사망 사례 때문이었다. 당시 병원 내에서 소아 환자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뒤 소생하지 못한 사례 5건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패혈증과 관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해 말 신속대응시스템(RRS)을 맡은 호바트 교수는 생체징후 선별검사와 다학제 논의를 연계하는 개선방안을 구상했다.
병원은 소아환자 개개인에 대한 분석 대시보드와 일일 과정지표 보고서로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임상진료지침도 함께 적용했다.
호바트 교수는 “소아환자 대응체계 개선 활동은 한 병동에서 시작됐다. 간호사가 하루 두 차례 종이서식에 적혀진 기준대로 환자를 선별해 위험 환자를 찾아냈다”라며 “이후 병원의 자원을 확보해 이 절차를 EHR에 구현하고 이를 병원 전체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령별 기준에서 두 가지 이상의 생체징후가 비정상이면 간호사가 보는 EHR 화면에 경고가 표시된다. 간호사는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하고 의식의 변화를 확인한다”라며 “데이터 입력 오류 여부까지 점검한 다음에도 환자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주치의를 통해 환자 상태 확인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위험 기준을 보강하며 만든 패혈증 안전망
UPMC는 생체징후 외에 고위험 환자를 가려낼 자동 선별 기준도 보강했다. 실제 사례를 검토하면서 2019년 젖산 상승, 2021년에는 약물이나 선천성 응고인자 결핍으로 설명되지 않는 INR(국제정상화비율) 상승을 추가했다. 이후 2023년 의식 변화, 2026년 6월에는 음이온차 상승도 기준에 반영했다.
호바트 교수는 “이전에는 INR이 5를 넘은 환자의 사망 가능성이 약 30%로 나타났다”라며 “개선방안을 시행한 뒤 혈관작용제 투여가 필요했던 병원 내 발생 중증 패혈증이 약 50% 감소하고 연간 비용이 500만달러 이상 절감됐다”고 밝혔다. 중환자실이 아닌 병원 내 사망도 2018년 입원 1만 건당 2.5건에서 2019~2022년 0.2건으로 줄었다.
호바트 교수는 “다만 PRISM 점수로 보정한 사망률은 개선 방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라며 “다른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중단 시계열 회귀와 인과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PMC는 기존 선별 체계를 보강하기 위해 자체 머신러닝 모델도 개발했다. 먼저 의료응급팀 호출과 심정지 체외막산소공급(ECMO) 등을 포함한 ‘중대 악화’ 복합지표를 정의했다.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긴 뒤 12시간 이내 기계환기나 혈관작용제 투여가 필요했던 경우와 대량수혈도 포함했다. 머신 러닝 학습에는 생체징후와 검사결과, 간호평가 등 EHR 변수 약 53개를 활용했다.
모델은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지 않는 ‘사일런트 모드’로 1년 넘게 검증했다. 이 기간동안 환자 상태가 악화된 119건에서 산출한 점수는 악화가 발생하지 않은 진료 약 3만4000건의 점수보다 높았다. 점수는 악화가 발생하기 전 24시간 동안 비악화 환자보다 평균 약 16배 높았으며, 점수는 사건 발생 약 10시간 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호바트 교수는 “병원은 경고 기준을 ‘8.5%’ 수치로 정했다. 환자 점수가 이를 넘으면 해당 환자를 EHR 고위험 명단에 등록하고 책임간호사의 전화로 알림을 보낸다. 책임간호사는 담당간호사와 환자를 직접 확인한 뒤 필요하면 주치의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우려가 해소되고 점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명단에서 제외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UPMC 신속대응의 원칙은 평가(Assess), 권고(Recommend), 치료(Treat)의 머리글자를 딴 ‘ART’다.
신속대응의 핵심은 ‘평가·권고·치료 ART’
호바트 교수는 소아 신속대응시스템의 목적을 악화의 인지와 대응, 사례를 통한 체계적인 학습으로 설명했다. 신속대응의 원칙은 평가(Assess), 권고(Recommend), 치료(Treat)의 머리글자를 딴 ‘ART’로 제시했다.
UPMC 어린이병원에서는 소아중환자실 전임의가 신속대응팀과 코드블루팀을 이끈다. 중환자간호사 두 명 이상과 호흡치료팀이 기본적으로 참여하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합류한다.
호바트 교수는 “신속대응팀이 직접 비용을 청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병원의 안전 인프라로 운영된다”라며 “그 가치는 환자 심정지·사망·장기기능부전 감소와 재원일수 감소, 환자 악화를 제때 대응하지 못한 사례를 줄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호바트 교수는 특히 “신속대응시스템의 성공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위험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해 무사히 퇴원할 경우, 발생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신속대응시스템을 정착시키려면 사망률만 보지 말고 중증 악화와 장기기능부전, 가족 만족도 등 여러 측면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라며 “가능한 범위에서 환자 위험을 보정하고, 다른 기관의 운영 사례와 국제적 표준 등도 시스템에 대한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개 주로 넓히는 디지털 안전망…데이터 표준화·경보 정확도 개선
UPMC는 펜실베이니아·뉴욕·오하이오·메릴랜드 등 4개 주에서 40개가 넘는 병원을 운영한다. 여러 병원의 EHR을 에픽(Epic)으로 통합하면서 소아 환자 감시체계도 4개 주로 확대하고 있다. 지역병원에서 상태 악화 위험이 있는 환자를 빠르게 찾고 이송 시간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 도착 전 진료 담당자와 이송팀을 비롯해 응급의학·입원 진료 관계자, 지역사회 대표가 참여하는 다학제 협의체도 구성했다.
기관별 확장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도 추진한다. EHR 데이터를 공통데이터모델과 FHIR 등 표준에 맞춰 정리해 기관 간 성과 비교와 기관 간 연계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성인 패혈증 평가와 EHR에 투입한 자원도 소아 진료에 활용하되 소아용 모델과 기준값은 별도로 적용, 검증한다.
UPMC는 신속대응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로 차세대 예측모델도 개발했다. 호바트 교수는 “새 모델은 양성예측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모델 성능을 나타내는 정밀도-재현율 곡선 아래 면적(AUPRC)이 기존 모델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호바트 교수는 경보 피로에 관한 질문에는 민감도와 특이도의 상충관계를 인정했다. 그는 다만 “경고를 받은 의료진이 적절히 개입해 악화를 막았다면 실제 악화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경고를 ‘위양성’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UPMC는 현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할 때 민감도를 일부 낮추더라도 양성예측도를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라고 덧붙였다.
호바트 교수는 “대응체계를 먼저 만들고 역할과 이송 경로, 자원을 정한 뒤 AI를 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예측점수와 의료진의 우려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고 진료와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한다. 그 다음 절차의 이행 정도와 결과를 측정하고 사례를 검토하면서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다시 시스템에 반영하는 ‘학습의 고리(Close the learning loop)’가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