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29 14:41최종 업데이트 26.09.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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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93%, 국회 통과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반대…"강제수용이 응급실 미수용 해결 못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 29일 긴급기자회견 개최…“응급실 과밀화와 인프라 부족이 먼저 해결돼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9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이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급실 의사들은 개정안이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환자 수용 의무와 법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급의학의사회 긴급 설문조사…299명 중 278명 반대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9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 전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전문의는 278명으로 전체의 93%였다. 찬성 응답은 7명, 2%에 그쳤다.

현장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개정안에 담긴 응급의료기관의 수용곤란 상황 통보 의무와 119 사전연락 폐지 조항이었다.

‘수용곤란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보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문항에는 9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응급실의 진료능력과 수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통보하도록 하는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응급실 진료를 기준으로 환자 수용이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 알리고, 해당 사유가 해소된 경우에도 다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기관에 전담인력을 두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진=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설문조사 결과


반면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응급실의 수용 가능 여부가 단순히 병상 수나 장비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정 시점에 어떤 중증 환자가 치료 중인지, 수술·시술 인력이 투입돼 있는지, 중환자실과 배후진료 역량이 남아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객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형민 회장은 “시설·인력·장비 및 최종치료 인력 부족은 실시간으로 객관적 증명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입증하지 못해 처벌받게 된다면 결국 현장에 무조건적인 강제 수용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9의 사전연락 폐지에 대해서도 95%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정안은 중증·중등증 환자의 이송 의료기관을 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센터가 정하고, 일정한 경우 의료기관에 환자 수용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적정한 응급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센터가 특정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지정받은 기관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한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 회장은 "의료기관의 최종치료 역량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송기관을 정하거나 수용을 강제할 경우, 이송된 환자뿐 아니라 해당 병원에서 이미 치료받고 있는 환자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용기관 지정·의무수용’에도 92% 반대

환자 이송체계와 지정 의료기관의 의무수용 조항에 대한 반대도 압도적이었다.

설문에서 '개정안의 이송체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3%였다. 중증응급환자는 응급의료상황실 또는 119구급상황센터가 정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중등증 환자는 119구급상황센터가 정한 의료기관으로, 경증 환자는 구급차 운용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시설로 이송하도록 한 체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

‘수용기관 지정 및 의무수용’ 조항에 대해서도 92%가 반대했다.

의사회는 이 같은 조항이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기관이 환자를 배분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병상 부족만이 아니라 수술실 가동 여부, 중환자실 여력, 전문의와 간호인력의 배치, 영상·검사·마취·혈관중재 등 배후진료의 확보 여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취지다.

이형민 회장은 “최종치료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119의 사전 수용능력 확인 없이 단독으로 이송을 결정하거나, 중앙응급의료센터와 119구급상황실이 수용을 강제할 경우 기존 환자와 이송된 환자 모두를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모습.


'중과실 없으면 면책' 조항도 법적 위험 줄이지 못해

개정안의 면책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현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중과실이 없을 때 면책하는 조항이 법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라는 문항에는 8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개정안이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지 못한 채 환자 수용 의무와 처벌 가능성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면책의 범위와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오히려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판단받을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판단이 당시의 의료자원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사후적으로 다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진에게 책임과 처벌은 남겨둔 채 환자 수용 의무와 처벌 조항만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상황의사나 구급지도의사의 책임 한계와 이송 결정에 따른 법적 위험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응급실 미수용의 원인을 ‘의료진의 수용 거부’로만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는 경증환자의 응급실 유입, 중증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인력 부족, 지역별 의료자원 격차, 배후진료 및 최종치료 역량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름만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바뀐다고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든 환자가 자유롭게 유입되고, 119 이송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경증환자인 현실에서 과밀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증환자 진료 여력은 확보될 수 없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5년 동안 복지부와 협의해 본 일이 없다. 현장과 논의했다는 복지부 주장은 거짓말이다. 정부가 정책에 일부 찬성하는 인사들과만 논의한 결과"라며 "대안으로 강제수용이 아닌 현장 전문의 중심의 수용 여부 판단, 의료진의 민·형사상 책임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취약지역 인프라와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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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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