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03 09:17최종 업데이트 23.06.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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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급증·건보료율 인상 추세, 의원급 수가협상에 악영향…1.6% 인상에 개원가는 '망연자실'

애초 공단이 수가협상에 큰 재원 투입 명분 적었다 분석도…내년 총선 앞두고 건보료율 인상 수준 유지에 초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6%라는 역대 최저 의원급 수가 인상률을 받아들었다. 올해도 역시나 협상은 결렬됐다. 

애초 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5% 수가 인상을 주장해왔다. 저수가에 허덕이고 건보 급여에 의존하는 의원급의 특성상 원가보전 수준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의협 수가협상단이 내놓은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인상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익률을 최소화하더라도 '원가 이상의 이윤'이 필요하다. 특히 향후 '이윤'에 해당하는 부분이 수가협상의 대상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선 원가 이상이 될 수 있도록 건보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수가협상단 측 논리다. 

구체적으로 수가협상단은 의원급의 경우 기본진료료 원가보상률이 85.1%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즉 만성적인 저수가로 인해 원가 보전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협상단은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85.1% 원가보상률을 100%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3년에 걸쳐 5.5%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인 5%와 민간임금 협약 인상률인 5.1%를 고려했을 때도 5% 수준의 인상이 적절하며 50%대에 육박하는 병원급 요양급여비 점유율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수가 10배 가량 더 많음에도 점유율이 22%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의원급 진료비 비중도 최소 30% 이상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수가협상 과정에선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가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행위료 기준 증가율은 23.4%다. 

코로나19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진료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수가협상단장을 맡았던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그냥 진료비가 증가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진료가 늘어난 것을 반영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진료비가 늘었으니 수가를 많이 올려줄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런데 코로나는 의사들이 목숨을 걸고 진료에 참여한 것이고 오히려 현장에선 코로나 진료에 참여하지 않았던 개원의사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이 사상 첫 7%대로 인상된 점도 수가협상단 측엔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총 밴드 규모를 대폭 늘려야 정상 수가인상이 가능하다는 공급자 측 주장과 달리 밴드 규모를 대폭 키우는 것이 오히려 건보료율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가입자 측 주장에 오히려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올해 밴드 규모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정도 돼야 정상수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단 측은 3조 6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당기흑자에도 불구하고 수가협상을 위한 보험재정 지출 규모는 올해도 1조 초반대에 그쳤다.

의료계 안팎에선 공단이 수가협상에 큰 재원을 투입할 명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 건보료율 인상 수준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보재정 건정성을 강조하며 재정 지출 감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수가협상 직후 브리핑에서 "가입자들은 고금리, 고물가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수가 인상이 보험료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가인상률을 요구했다"며 "반면 공급자들은 공단이 2년 연속 건보 재정 흑자 상황이 이어져 수가 인상에 대한 기대를 많이 가질 수밖에 없어 역대급으로 어려운 협상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상 최저치인 1.6% 인상률에 개원가는 상심에 빠졌다. 

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높은 물가 및 임금인상률 상황 속에서도 감염병 최 일선에서 일차의료를 책임지고 묵묵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회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단의 SGR 연구결과 순위를 토대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 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지금처럼 낮은 수가 인상이 이뤄진다면 의료기관은 가장 쉬운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이는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고 필수의료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수가협상을 거부하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대개협은 성명을 통해 "정상 수가 보장과 공급자의 재정운영위원회 참여, 합리적인 수가협상을 담보하지 않는 폭력적인 수가 협상에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살인적인 물가인상과 이에 따른 의료물가 상승 등은 고려되지 않고 통보식 협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특히 협상 결렬 시 조정 절차가 부재한 현 시스템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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