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역 주민이 평소 이용하는 동네의원에서 질병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건강관리, 돌봄 연계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주치의’ 모델이 첫발을 뗀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9일부터 전국 120개 의원에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의 환자 등록과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환자가 아플 때만 의원을 찾아 진료받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동네의원이 평소 환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지속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질환의 진료 횟수나 검사·처치량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에서 나아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연간 관리비를 지급하는 통합수가와 다학제팀 기반 서비스를 함께 도입한다.
사업 대상은 통합적인 건강관리 필요성이 높은 50세 이상 지역 주민이다. 환자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동네의원에 등록한 뒤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평가받고, 이를 토대로 개인별 건강관리계획을 세우게 된다.
등록 환자는 질병 치료와 약물 관리뿐 아니라 건강검진 결과 상담, 운동·식이·복약 교육, 생활습관 개선 등 맞춤형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전문의원이나 병원으로 진료를 연계하고,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방문진료·간호와 지역사회 돌봄 자원 연계도 제공한다. 상담과 건강관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비스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팀을 통해 제공된다.
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참여기관을 공모하고 신청한 674개 기관의 사업 수행 역량과 다학제팀 운영계획 등을 평가해 의원 120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 가운데 20곳은 의원이 자체적으로 다학제팀을 구성하는 ‘단독모형’으로 운영된다. 나머지 100곳은 의원 단독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지역 내 거점지원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거점지원기관은 교육·상담과 방문간호, 돌봄 자원 연계 등을 지원한다.
환자의 추가 비용 부담은 없다. 등록 환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의원을 방문해 진찰·검사·처치 등을 받을 때 해당 진료에 대한 본인부담금만 납부하면 된다. 시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포괄적·지속적 건강관리 서비스에는 별도의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방식도 달라진다. 교육·상담 등 일차의료 서비스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인구학적 특성 등을 반영한 연간관리료 방식의 통합수가가 적용된다.
참여 의원은 일반 진찰과 검사·처치 등 진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기존 행위별수가와 통합수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학제팀 구성·운영비와 환자 관리 및 서비스 성과에 따른 별도의 보상도 지급된다.
이번 사업은 기존 고혈압·당뇨병 중심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에서 대상과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정 질환이 발생한 이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50세 이상 주민의 질병 예방과 생활습관 개선, 의료·돌봄 연계까지 동네의원의 역할로 포함했다.
다만 시범사업이 실제 한국형 주치의제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려면 등록 환자가 같은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지, 의원급 의료기관이 다학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병원·보건소·돌봄기관과의 연계가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미리 보상하는 통합수가가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줄이는 동시에 충분한 상담과 관리를 유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사업은 약 3년간 시행되며 복지부는 운영 결과에 따라 참여기관과 대상 환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형우 복지부 지역필수의료정책관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한국형 주치의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제도화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