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아피톡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만성통증 환자에게 한 번 더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 선택지입니다.”
서울안아픈세상의원 김현술 원장은 2010년부터 약 16년간 임상 현장에서 아피톡신을 사용해왔다. 그가 아피톡신에 주목한 계기는 프롤로치료와 근육내자극술(IMS), 신경차단술, 약물치료 등을 반복해도 통증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환자들을 만나면서부터다.
김 원장은 특히 목과 어깨, 허리, 무릎, 손발 등 여러 부위가 동시에 아픈 다발성 통증 환자와 수술 후에도 통증이 남은 환자, 신경차단술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에게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자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된 통증은 한 부위의 염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근막 긴장과 신경 과민, 조직 섬유화와 유착, 반복되는 통증 신호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아피톡신은 단순히 통증을 잠시 눌러주는 진통제가 아니라 염증과 신경성 통증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치료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그간의 치료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하고, 개원가에 강의도 하러다니고, 관련 서적도 집필한 아피톡신 전문가인 인천 소재 서울안아픈세상의원 김현술 원장을 만나봤다.
국산 천연물신약 1호…골관절염 통증 개선 허가
아피톡신은 꿀벌에서 추출한 봉독을 정제해 만든 전문의약품이다. 1999년 골관절염의 통증 개선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천연물신약 1호이자 국내 개발 신약 6호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아피톡신의 임상적 가치로 여러 봉독 구성 성분이 나타내는 복합적인 작용 가능성을 꼽았다. 대표 성분인 멜리틴을 비롯해 아파민, 아돌라핀, 포스포리파아제A2(PLA2) 등이 염증과 통증, 신경 과흥분 및 면역 반응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만성통증은 염증만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근막과 주변 조직이 굳으면서 작은 자극에도 통증 신호가 증폭될 수 있다”며 “아피톡신은 이런 복합적인 통증 구조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원장은 스테로이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아피톡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빠른 항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복 사용하면 혈당 상승과 골밀도 저하, 안면홍조, 쿠싱증후군 등 전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도 위장관이나 신장 부담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다.
김 원장은 “당뇨병이 있거나 경구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 여러 부위에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통증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외의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아피톡신은 환자 상태와 반응을 살피며 반복적으로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활용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피톡신이 스테로이드나 수술을 모두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술해야 하고, 아피톡신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당연히 있다”며 “기존 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환자에게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치료 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통증 범위와 조직 상태에 따라 아피톡신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히알루로니다제 성분인 테르가제와 병용한다.
무릎과 손, 발처럼 통증 지점이 명확하고 비교적 표재성인 경우에는 아피톡신 단독으로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통증 범위가 넓거나 심부 조직의 유착, 방사통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테르가제를 병용해 조직의 확산과 하이드로다이섹션을 돕는 전략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아피톡신이 염증과 통증 신호를 조절하는 주된 역할을 한다면 테르가제는 유착된 조직을 분리하고 치료 범위를 넓히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며 “환자의 통증 부위와 깊이, 신경 주행, 조직 상태에 따라 농도와 투여 부위, 치료 간격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증·열감·두근거림을 매일 기록한 환자…“한 증상만 봐서는 안 돼”
아피톡신의 허가 적응증은 골관절염 통증 개선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오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신경인성 통증과 말초신경병증, 만성 근막통증, 수술 후 통증 등 신경 과흥분과 염증 반응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들에게도 아피톡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능성 소화불량과 두근거림, 두통, 어지럼증, 호흡 불편감, 과민성 방광 등 자율신경 기능 이상을 동반한 환자 치료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자율신경은 심박수와 혈압, 호흡, 소화, 체온, 배뇨, 수면처럼 의지와 관계없이 작동하는 신체 기능을 조절한다”며 “만성통증 환자 중에는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면과 소화, 심박, 혈액순환 등의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척추 주변과 말초신경을 따라 나타나는 만성적인 신경 자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하면서 통증뿐 아니라 자율신경 관련 증상도 함께 개선되는 사례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난치성 주사피부염과 안면홍조 환자에게도 아피톡신을 사용하고 있다. 피부 표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과 혈관, 면역, 장 기능이 복합적으로 연동된 질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실제 진료실을 찾은 일부 환자는 하루 대부분 지속되는 얼굴 열감과 홍조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화장품과 온도 변화 등 작은 자극에도 피부가 타는 듯한 느낌을 호소했다. 여러 피부 치료를 반복하고도 증상이 지속돼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김 원장은 “안면홍조와 주사피부염 환자는 피부의 열감과 과민 반응뿐 아니라 수면장애, 소화 문제, 두근거림 등 자율신경 증상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며 “피부 표면만 치료하기보다 신경·혈관·면역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번에 모든 증상을 없애는 치료라기보다 환자가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농도와 투여 부위를 조절하고, 반복 치료를 통해 과도하게 높아진 통증과 신경 반응을 계단식으로 낮춰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율신경병증과 난치성 피부염 등에 대한 사용은 식약처 허가 적응증이 아니다. 김 원장 역시 이를 개인적인 임상 경험에서 확인한 가능성으로 한정하고, 객관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별도의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방 봉침과 같은 약 아냐…그래도 아나필락시스 대비 필수”
벌독 유래 치료에 대한 가장 큰 장벽은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두려움이다. 특히 2018년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건 이후 벌독을 이용한 모든 치료가 동일하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당시 38세 여성은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던 중 가슴 통증과 열감을 호소했고, 이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의식을 잃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해당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시술 전 문진 부족, 에피네프린 등 응급의약품 미비가 주요 쟁점이 됐다. 반면 응급처치를 위해 현장에 온 가정의학과 의사에게는 선의의 응급의료행위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됐다.
김 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모든 벌독 성분이 위험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술 전 충분한 설명과 알레르기 위험 문진,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응급대응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봉침 사고를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전문의약품인 아피톡신까지 동일하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두 치료 모두 벌에서 유래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의약품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는 원료보다 제조·품질관리, 농도 표준화, 임상시험과 시판 후 안전성 조사 여부를 살펴야 한다”며 “아피톡신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따라 생산되고 일정한 농도와 품질 기준을 갖춘 식약처 허가 전문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한방 봉독 약침과 전문의약품인 아피톡신을 동일한 치료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피톡신 허가자료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 3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판 후 사용성적조사에서 인과관계와 관계없이 보고된 전체 유해사례 발생률은 1.25%였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1명에서 발생해 0.03%로 집계됐다. 국소 가려움과 부기, 발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아피톡신을 ‘부작용이 없는 약’이나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지 않는 약’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표준화된 전문의약품이라는 점과 별개로 벌독 성분에 대한 중증 과민반응 가능성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김 원장 역시 “아피톡신은 공포 때문에 무조건 피해야 할 약은 아니지만 준비 없이 사용해도 되는 약은 더더욱 아니다”며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철저한 문진과 설명, 소량 투여와 관찰, 응급대응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전에는 벌에 쏘인 뒤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경험했는지, 천식과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지, 과거 아피톡신을 투여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에는 에피네프린을 비롯한 응급약물과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첫 투여부터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 원장은 16년간의 경험을 통해 낮은 농도와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환자의 반응에 따라 농도와 주사 지점, 치료 간격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그는 “아피톡신이 초기에 널리 사용되지 못한 데는 봉독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약을 다루고 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영향도 있다”며 “효과를 과장해 홍보하기보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안전한 사용법과 환자 선별 기준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환자에게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치료로 남아야”
김 원장은 아피톡신의 미래가 무분별한 적응증 확대가 아닌 안전한 사용 경험의 축적에 달려 있다고 봤다.
현재 허가된 골관절염 통증 개선 영역에서 임상 경험을 쌓는 한편, 신경인성 통증과 자율신경 이상, 난치성 피부질환 등에서 관찰되는 가능성은 별도의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아피톡신을 쓰는 의사가 줄어든 것은 단순히 효과가 없어서라기보다 약이 낯설고 사용법을 배울 곳이 부족하며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사장해서도 안 되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피톡신은 다발성·만성 통증으로 진통제를 반복 복용하거나 기존 시술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단계적으로 치료하면서 약물 의존을 줄일 가능성을 가진 치료제”라며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기존 치료가 닿지 못한 사각지대의 환자에게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피톡신은 공포의 대상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제대로 배우고, 환자를 선별하고, 안전 프로토콜 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식약처 허가 전문의약품이다. 기존 치료가 닿지 못한 만성통증 환자에게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로 남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현술 원장 약력]
인천 부평구 소재 서울안아픈세상의원 원장.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병원 인턴, 연세비전병원장, 동암메디칼의원장 등을 거쳤다. 16년간 아피톡신과 정맥영양주사요법(IVNT)을 활용해 만성통증과 신경·자율신경·면역 관련 질환을 치료해 왔다. 현재 난치성 얼굴 열감과 홍조, 주사피부염을 장–신경–피부 축에 기반해 통합적으로 치료하고 있으며, 의료인을 대상으로 아피톡신·테르가제 임상 프로토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홍조와 주사피부염을 만드는 음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