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소재지를 서울이 아닌 비수도권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제2차 국립의전원 설립준비위원회를 열고 소재지와 설계·건축계획을 검토할 기반시설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옆에 국립의전원 부지를 확보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수련병원과의 근접성을 이유로 서울 부지 확보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무보고에 함께 참석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부처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해당 부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연계해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방향은 국립의전원을 지역에 설치하는 것으로 정리돼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서울과 지방에 나눠 두는 방식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있고, 의료계가 임상수련 기능은 서울에 두는 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는 지방 캠퍼스를 사실상 기초과정 수용시설로 격하시키는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입법 취지와 의무복무제의 실효성을 함께 흔들 수 있다"며 "의사의 진로와 정착은 임상수련 단계에서 결정되며, 일부 과정만 운영하는 지방 캠퍼스는 정주인구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계 최고의 의학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존스홉킨스는 출발 순서부터 달랐다. 1889년 33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설립했고, 의과대학은 4년 뒤인 1893년에 개교했다. 학교를 세우기 위해 병원부터 지은 것"이라며 "이 사례는 임상수련의 조건은 '이미 큰 병원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 설계된 병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국립의전원이 울산의대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988년 울산대 의과대학은 지역 의료인력 확보와 의료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역에 부속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졌다.
관련해 박희승 의원은 "6년 과정 가운데 울산에서 진행된 것은 예과 1학년 교양수업뿐이었고 나머지 5년은 서울 위탁이었다. 남은 것은 '무늬만 지방의대'라는 오명이었고,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거쳐 울산대를 포함한 6개 대학에 시정권고를 내리기까지 33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산대가 37년에 걸쳐 겨우 벗어나려 하는 구조를 국가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그대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한번 서울에 임상수련을 두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울산대의 교훈인 만큼, 국립의전원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전원 소재지론 전라북도 남원이 언급됐다.
박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옆'이라는 조건은 국립중앙의료원이 함께 남원으로 이전하면 그대로 충족된다. 학교를 병원 옆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국가 공공의료의 중심 병원을 지역으로 옮겨, 교육·연구·정책·진료를 한곳에서 완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립의전원 졸업생은 공공필수의료 분야에서 15년간 의무복무하며, 근무지는 대부분 지역 공공병원이다. 수련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받는다면 교육과 직무 현장의 괴리가 커진다"며 "의학교육 연구에서도 의사의 지역 근무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지역 출신 배경, 학부 과정의 지역 임상·교육 경험, 졸업 후 지역 특화 수련이 공통적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원 예정부지 6만4792㎡(1만9600평)는 이미 대부분 확보가 완료돼, 절반 이하의 예산으로 서울 빅5 수준 이상의 진료·연구·교육시설을 갖춘 국립중앙의료원을 세울 수 있다"며 "남원은 호남과 영남을 연결하는 남부권 중심축에 위치해 충청 이남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