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04 07:39최종 업데이트 23.06.0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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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필수의료 외치면서 저수가 개선은 '외면'…수가협상은 의사 연봉 인상이 아니다

수가협상 제도 개선했다지만, 가입자와 공단의 밴딩 규모에 대한 고정된 인식 변화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그 어느때보다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속에 국민들도 '저수가'가 무엇인지,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식도 이뤄졌지만 2024년도 수가협상도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실 올해는 필수의료 살리기에 대한 전 사회적 공감대와 건보재정 3조 6000억원의 당기수지 흑자, 거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한 일부 제도 개선으로 의약계 모두 일말의 기대감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공단도 수가협상 전인 5월 30일 재정운영위원회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 간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고, 재정운영위 재정소위원회 시간을 통상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특히 공단은 의약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수가모형도 변화를 모색해 ▲SGR 개선모형 ▲GDP증가율 모형 ▲MEI(의료물가지수)증가율 모형 ▲GDP증가율과 MEI증가율 연계모형 등을 개발해 기존 SGR모형에 4가지 모형을 모두 활용해 수가협상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수가협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2024년도 수가협상은 5월 31일 시작돼 6월 1일 새벽 6시가 돼서야 전 유형 협상이 마무리됐다.

가장 먼저 병원 유형이 1.9%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며 협상이 타결됐고 그 뒤를 이어 치과가 3.2%, 한의가 3.6%로 타결됐으나, 의원은 1.6%, 약국은 1.7%라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가인상률에 결국 결렬로 협상이 끝났다.

협상이 타결된 곳도, 결렬된 곳도 있지만 타결된 유형도 울며 겨자먹기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단체는 여전히 방어적 태도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막기위해 혈안이었고, 공단 역시 보험수가 용도의 재정지출은 2%전후로 제한해야 한다는 2% 한계선 원칙에 따라 밴딩 규모를 설정했다.

아무리 방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수가모형을 도입해도 보건의료서비스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 개선 없이 오늘날의 저수가 문제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지난해 2023년도 수가협상을 끝낸 직후 수가협상단 단장직을 사퇴한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밴딩을 올리지 않은 채 유형 간에 파이 나누기식으로 진행되는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문제가 많다. 2024년도 수가협상 역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개협으로부터 2024년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을 넘겨받게 된 대한의사협회 역시 수가협상을 시작하면서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사상 최저 수가인상률을 사실상 강요당하는 상황에 허탈함을 토로했다.

김봉천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결렬 직후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거시지표 등을 활용해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거시지표의 반영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밴딩의 규모 및 결정과정의 불투명함, 협상결렬시 조정절차 부재 등 기존 수가협상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지난해보다 1000억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해 약 1조 2000억원에 가까운 추가재정소요분(밴드)을 투입했으나 공단은 올해도 어김없이 방어적 태도로 2% 한계선 원칙을 고수했다.

건보재정이 누적 흑자 24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원가미만의 의료분야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을 아까워하는 인식이 깨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부족 사태도 원가 이하의 저수가에서 기인함을 이제는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원가 미만의 보험수가는 비급여 영역을 넓히고, 진료량과 진료시간대를 늘려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길 임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 대신 돈이 잘 벌리는 미용분야를 선택하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저수가 문제가 우선적으로 정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수가협상을 마치 의사의 연봉 인상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지속된다면 나와 우리 가족이 정말 생명이 위태로울 때 치료해 줄 의사를 찾기 어려워지는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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