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19 07:24최종 업데이트 21.11.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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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 국내 '의료AI' 돈 벌 수 있을까

컴업2021, 국내 '지불체계' 없어 의료기관들 도입 어려워...수가 등 임상현장 활용 위한 지원 필요

좌측부터 뷰노 김현준 대표, 성균관대 디지털헬스학과 신수용 교수, DHP 최윤섭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정부는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업계가 체감하는 현장 상황은 이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 부재 등의 문제로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도입 자체가 어렵다보니 AI 의료기기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여부부터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1’에서는 ‘의료인공지능, 돈을 벌 수 있나’를 주제로 패널 토크가 진행됐다.

기술력 이미 세계적 수준...의사들도 필요성 인정 분위기 '변화'

패널들은 국내 의료인공지능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 받은 AI의료기기가 90여개에 달하는 데다 미국 FDA, 유럽 EMA 등 해외 규제기관의 인허가 과정을 통과한 기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균관대 디지털헬스학과 신수용 교수(삼성서울병원 연구자원표준화센터장)은 “AI의료기기 업체들의 기술력과 그 기반이 되는 국내의 인공지능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라며 “이미 기술력은 층분하고 상업화될만한 제품도 많이 있다”고 평가했다.

뷰노 김현준 대표 역시 “국내 AI의료기기 회사와 미국 AI의료기기 회사의 기업가치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발전 속에 AI의료기기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던 의료계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젊은 의사들이 병원에 대거 유입되면서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의료계에선 확실히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모두들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실제로 AI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병원들의 경우는 이제는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제 막 전문의를 따기 시작하면서 환자진료와 연구를 열정적으로 할 나이인 30대의 의사들은 대부분 과학고 등 특목고를 나와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슈퍼맨들”이라며 “이들이 병원에서 일하며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회사와 협업도 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준 대표와 신수용 교수는 AI의료기기가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불체계 부재에 재정 여력 없는 병원들 '부담'...신의료기술평가 등 기존 제도도 한계

이처럼 기술력과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의 AI의료기기 대거 도입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기기 도입과 운영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이에 대한 수가 등 지불체계는 부재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병원은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 중심의 고정 경비가 70%에 달해 재정적 여력이 없다”며 “병원 관리자들로서는 AI의료기기가 없이도 잘 운영돼왔기 때문에 굳이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의료기술평가 개정,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 발표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김 대표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보상해주는 시스템”이라며 “혁신의료기기는 새로운 행위가 아니더라도 의사∙간호사의 행위를 보조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 신의료기술평가는 이런 것들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정부에서 내놓은 영상의학분야 AI기반 의료기술의 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행위 대비 환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데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이를 입증할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10억가량을 투자해 전향적 연구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그 같은 과정을 거치더라도 수가가 낮게 책정돼버리면 회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혁신의료기기 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제도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들은 점점 줄어들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활용 늘리려 기본 탑재 등 자구책 마련 분주...결국엔 정부 지원이 핵심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뷰노의 경우는 지난해부터 자사의 AI 소프트웨어를 전통적 의료기기기업들의 장비에 기본 탑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기의 사용자인 의료진이나 병원이 아니라 AI 솔루션이 탑재되는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을 상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 뷰노는 지난 6월에도 삼성전자의 디지털엑스레이 장비에 AI솔루션을 기본 탑재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강제로라도 AI의료기기를 체험할 기회를 늘리고 지불의사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혁신의료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고객이 체험할 기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와 계약에도 기본 탑재를 끝까지 고수해 수용됐고, 올해 매출은 작년의 두배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널들은 AI의료기기가 임상현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결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은 틀렸다”며 “정부는 여전히 R&D 과제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제는 AI의료기기가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개발에만 관심을 보이는 교수들도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기기를 현장에 적용해 근거를 쌓고 이를 통해 보험 등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도 “단순히 기술을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다 수가를 책정해 판매토록 하면 우수한 제품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들이 이런 혁신의료기술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조해준다면, 임상현장에서 평가를 통해 낮은 질의 제품들은 자연스레 도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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