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09 07:10최종 업데이트 15.04.10 06:36

제보

남편이 아내 '진단서' 발급해 달라고 하면 응해야 하나?

의협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 개정판 마련

의사의 의무, 법 위반 주의사항 등 상세하게 수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저자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 등)'을 발간했다. 

의협은 1996년과 2003년 두 번에 걸쳐 진단서 작성 지침을 발간한 적이 있지만 그동안 서식의 변화나 법률해석의 진화 등을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이번에 최신 버전의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침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의사가 사람을 진찰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표시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질병) 상태를 증명하는 서류를 진단서(Medical Certificate)라고 한다.

 

진단서와 관련된 의무

의사는 의료법 제17조 제3호에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 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교부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환자 본인이나 적법한 대리인이 아닌 사람이 진단서 교부를 요구하는 경우, 범죄에 이용될 의심이 있는 경우 등이다.

 

 

진단서를 작성하고 교부할 수 있는 의료인은 면허를 가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료업에 종사해야 하고 △직접 진료해야 한다.

 

의료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개설된 의료기관에 소속해 지속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일시적으로 ‘당직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는 진단서를 교부할 수 없다.

의대에 근무하는 기초의학 교수는 비록 의사 면허를 지녔을지라도 의료기관에 소속해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진단서를 교부할 수 없다.

 

'직접 진료'는 당연한 일이지만 직접 진료의 내용이나 범위를 정하지는 않았다.

예외는 ① 진료하던 환자가 최종 진료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와 ② 진료하던 의사가 어쩔 수 없이 진단서를 내줄 수 없는 경우이다.

 

진찰한 의사와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가 다를 수 있다.

진찰한 의사가 진단서를 작성하고 진단서의 명의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진찰A=작성A=명의A).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자신의 명의로 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했다면(진찰A=작성B=명의B) '직접 진료'하지 않고 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했으므로, 명백하게 의료법 제17조 위반이다.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진찰한 의사의 명의로 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했다면(진찰A=작성B=명의A),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진찰했고, 전공의에게 진단서를 작성토록 하되 교수의 명의로 진단서를 교부했다면 전공의는 교수를 대신해 작성 업무만을 수행했고, 진단서 작성의 주체는 교수이므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진찰한 교수의 지시나 승낙 없이 전공의가 교수 명의의 진단서를 교부했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진찰한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진단서를 작성했다면(진찰A=작성A=명의B) 명의를 허위로 기재한 '허위진단서'에 해당할 수 있다.

 

진료했고, 그 근거가 의무기록으로 남았다면, 진단서를 교부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달리 법에서 자신이나 가족에게 진단서를 교부할 수 없다고 정한 바가 없으므로 자신 또는 가족에 대한 진단서를 교부할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을 전제로 한 진단서를 자신이나 가족처럼 객관적이기 어려운 대상에게 교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현실에서는 환자가 직접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고 가족이 대신 찾아와 환자의 상태에 관한 진단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진단서 요구 당시에는 환자가 오지 않았을지라도 의사가 전에 환자를 직접 진료한 적이 있다면 ‘직접 진료’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당연히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무기록을 근거로 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다.

 

나아가 의료법 제17조 단서 조항은 전에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진단서를 교부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가 진료기록부 등을 근거로 당해 환자에 대한 사실을 기록한 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요컨대 사실을 증명할 근거가 있다면 그래서 진단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굳이 직접 진료한 의사만 진단서를 교부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당해 의료인이 의무기록이 보관된 의료기관에 반드시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환자 측의 편의를 위해 의무기록에 근거가 있는 사실과 의학적 판단을 기록한 진단서를 교부할 수 있다.

 

진단서 보관 기간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진료에 관한 기록의 보존)는 진단서 등의 부본을 종류에 따라 구분해 최소 3년 동안 보존하도록 했다.

이 조에 따르면 여러 가지 기록의 보존 기간을 따로 정해 2년부터 10년까지 다양한데, 굳이 구별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 모든 기록을 10년이라고 생각해 보관하는 것도 좋다.

 

만약 진단서를 환자가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 교부하면 비밀누설의 죄에 해당할 수 있다. 요컨대 진단서는 환자 본인에게 교부하며, 어쩔 수 없다면 환자의 동의서를 확인하거나 전화로라도 환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위진단서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의사가 자기가 작성하는 것이 진단서라는 사실과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용해야 한다.

의사가 진찰을 소홀히 하거나 오진해 진단서에 진실이 아닌 사실이나 판단을 기재했다면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만약 환자가 의사를 속여 진단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면, 의사가 속아서 진단서를 작성했을 뿐이고 허위진단서를 작성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의료 현장에서 흔히 배우자에게는 의심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하는데 반드시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오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환자의 남편이 "직장에 부인의 치료비용을 보전 받기 위해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무심코 진단서를 교부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편이 이혼 소송에 부인의 정신 질환을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시하기 위해 진단서를 사용했다.

부인 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단서를 환자 자신의 동의 없이 남편에게 교부한 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의료법 제17조에 따라(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교부할 수 있지만 환자가 생존했는데도) 환자가 아닌 배우자에게 진단서를 교부한 점과 의료법 제19조(비밀 누설 금지)를 위반한 점을 지적했다.

앞뒤의 사정을 설명함으로써 당해 의사는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받는 등의 고초를 겪어야 했다.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은 메디게이트뉴스 '자료실'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자료실 바로가기

#진단서 #대한의사협회 #이윤성 #의료법 #형법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