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25 07:38최종 업데이트 23.03.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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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재난 대응책 나왔지만…"재난의료대응체계 근본적 고민 없어"

국정조사에서 지적된 사안에 대한 단편적 대책에 불과…재난 상황에서 '매뉴얼' 위반으로 처벌, 정부 관점에 의문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 포함시킨 이태원 참사관련 재난대응책이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을 마무리짓기 위해 명지병원에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을 어겼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복지부가 재난의료대응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재난의료과' 설립했지만 실효성 의문…재난 대응체계 개편 '단편적'

2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는 ▲군중 운집 행사 등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기준 명확화 ▲현장 출입 여건 개선을 위해 재난현장 출입 정보를 경찰 등 관계기관과 공유(소방청, 경찰 협조) ▲DMAT 출동수당 인상, 안정적 현장활동을 위한 상해·책임보험 가입 지원 ▲재난현장 의료활동에 대한 면책 확대 추진 등 재난대응책이 포함됐다.

이같은 내용은 모두 국정조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적된 사안들로, 국회의 지적에 대한 단편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복지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의료과'를 신설해 재난의료 대응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사고 당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재난 상황에서 전문적인 컨트롤타워에 대한 개념은 전무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경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DMAT을 소방에 두자, 또는 현재와 같은 보건복지부 관할로 그대로 두자에 대한 근본적인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 대응체계에 대한 고민이랄지, DMAT을 현재와 같이 운영할 지, 미국, 일본과 같이 재난 발생 24시간내에 출동해 최소 72시간에서 최대 2주 자력으로 아무런 보급없이 재난 현장에서 재난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DMAT으로 운영할 지 등 보다 깊은 차원의 고민보다는 보건복지부 체계 내에서 이태원 할로윈 압사 참사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한 대책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복지부의 재난의료과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재난은 응급의료과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재난이 따로 분리됐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규모 '재난'이라는 것이 주기적으로 매번 찾아오는 것이 아닌 만큼 한 번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상징적으로 탄생한 '재난의료과'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재난의학과 등 전문가와 구체적 논의를 진행해 사고 수습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 대책에 전문가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재난대응 매뉴얼 안 지키면 처벌…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 지적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과 관련해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에게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정부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재난의료체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시정명령에는 명지병원이 유사시 출동을 위해 평소 관리 및 점검해야 하는 재난의료지원차량 시운전 지침(주 1회 이상 5km 시운전 및 점검 운행)을 지키지 않은 점도 적발돼 재난의료지원차량 시운전 지침 이행 사항도 포함됐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의 시정명령 사항 이행 계획을 수립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행정처분은 실질적인 처벌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신현영 의원 관련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해 병원을 타겟으로 삼아 책임을 묻고, 그 이유로 매뉴얼 위반을 들은 것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평상시 응급의료 대응에도 바쁜 DMAT이 재난 상황이 아님에도 재난지원차량을 주기적으로 운행하면서 점검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든 위반사항을 찾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현실에 맞지 않는 재난대응매뉴얼로 처벌을 하고자 하면 이를 피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행정처분의 근거로 제기된 '매뉴얼'은 항상 새로운 근거에 따라 개정이 되는 가변적이고, 완전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재난상황에서는 변수가 많아 매뉴얼을 완벽하게 이행하기가 쉽지 않아 전문가인 의료인의 상황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원 교수는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 안 지키면 면허 정지, 처벌하겠다는 정도의 닫히고 경직된 사고, 의료의 특수성을 모르는 짧은 생각 가지고 있는 공무원에게서 이번 이태원 할로윈 압사 참사 통해 우리 사회와 국가에 던져진 재난응급의료 대응에 대한 해결을 위한 깊은 사색과 고민을 통한 정책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비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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