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04 07:28최종 업데이트 25.09.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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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모자보건법 개정안, 통과돼도 불법 낙태약 시장 근절 못한다"

김재연 회장 "여성들이 심리적·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원스톱' 의료 서비스 체계 구축해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사진=의료윤리연구회 온라인 줌 화상회의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낙태죄에 대한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 윤리 훼손 문제를 포함해 약물 낙태의 안정성, 건강보험 적용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취지다. 특히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불법 약물 시장이 근절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앞서 남인순, 이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허용 한계 조항을 삭제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또한 약물 방식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하고 이를 건강보험 적용시키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 

관련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은 1일 의료윤리연구회 총회에서 "산부인과의사회와 천주교 주교단 등은 개정안이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의료 윤리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태아의 생명권 또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임을 명시했음에도 불구 허용 한계를 전면 삭제하는 것은 이런 헌법적 가치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히 허용 기준이 사라지면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무분별한 고주수 태아 낙태 시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약물 낙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제는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다. 대량 출혈, 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낙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다. 건강보험은 질병 치료를 위한 제도인데 임신중지에 대한 공적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나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수 백억원에 달할 수 있는 예산이 희귀질환자나 필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비교 분석. 사진=김재연 회장 발표자료


의료계는 불법 약물 온라인 시절 근절 차원에서 법률 개정의 실효성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낙태유도제 적발 건수는 2016년 대비 약 6배나 급증했으며, 이는 전체 불법 판매의 4.6%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는 온라인 의약품해외 직구 및 구매 대행 위반 사례가 최근 2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전체 추세와도 일치한다. 

국내에서 미프진(Mifepristone)과 같은 임신중지 유도약은 정식 허가되지 않아 유통과 판매가 모두 불법이다. 의료기관의 개입이 없는 약물 오냠용은 과다출혈, 복통, 구토 등 부작용과 위험성이 매우 크다. 또한 자궁 외 임신이거나 과거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궁 파열이나 영구 불임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김재연 회장은 "단순히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불법 온라인 시장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낙태를 고려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학업·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35.5%)와 '고용 불안정 등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34.0%)였다"며 "이는 낙태가 단순한 의료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압박의 결과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온라인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적·경제적, 그리고 절차적 어려움을 회피할 수 있는 편리성과 비밀 보장때문"이라며 "만약 새로운 법안이 상담, 숙려 기간, 미성년자의 부모 동의, 혹은 임신 주수 제한 등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적 요건을 포함하게 된다면, 혹은 합법적인 경로를 택하더라도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절차를 회피하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히 불법 온라인 시장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한 주에서는 공식 의료시스템을 통한 낙태건수는 약 3만2000건 감소했다. 그러나 동시에 해외 원격 의료기관이나 온라인 업체를 통해 구한 낙태약을 이용한 자가 낙태는 월 평균 1400명에서 5900명으로 급증했다.

김 회장은 "법적 규제가 강화되면 낙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음성화되고 위험한 방식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법안의 실효성은 단순히 합법화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경로가 불법 시장보다 얼마나 더 접근성과 편의성을 보장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간의 균형을 명확히 하는 재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한 허용을 넘어, 합리적인 임신 기간 및 절차적 요건을 포함하는 개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낙태 상담 및 사후 관리 서비스를 공공 보건 시스템으로 편입하고, 여성들이 심리적·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원스톱' 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불법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안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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