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26 15:14최종 업데이트 24.03.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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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모녀 vs 형제 갈등 최고조…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까?

신동국 회장 장·차남 지지…재판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최근 한미사이언스 최대 개인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신주발행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모녀는 한숨 돌리게 됐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이 어느 편에 설지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그룹 통합 성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모녀, 신동국 회장의 형제 지지로 위기 맞았지만…재판부 가처분 기각으로 분위기 전환

신 회장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은 "기업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과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임 형제를 지지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약품그룹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직원의 의결권 위임 독려하는 등 표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가 26일 한미약품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해 분위기 전환을 맞았다.
 
(왼쪽부터)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
모녀 vs 형제 갈등 최고조…임종윤·임종훈 형제 해임, 한미약품그룹 후계자 '임주현' 지목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해임을 결정한 동시에 후계자로 장녀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을 지목하면서 오너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25일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손해를 야기했으며, 명예나 신용을 손상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임종윤 사장이 오랜 기간 개인사업과 DXVX 등 타 회사의 영리를 목적으로 당사 업무에 소홀히 하면서 지속해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도 해임 사유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나와 장녀 임주현은 선대 회장의 뜻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두 아들은 그룹 '승계' 또는 자기 사업 발전을 위한 '프리미엄 얹은 지분 매각'에 관심을 기울였다"며 "장남과 차남은 OCI와의 그룹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자본 속성상 그들은 한미 철학보다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임직원을 지키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다.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대 변수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따라 통합 성사 여부 결정

신 회장의 형제 측 지지 선언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이번 그룹 통합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공단 등의 스튜어드십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임종윤 사장은 "경험이 부족한 경영자의 문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까 봐 우려스럽다"며 "이번 거래는 불완전한 거래라고 판단한다. 이런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그룹 통합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면 굉장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사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거버넌스가 불투명하다. 이는 ESG에서 추구하는 투명하고 심플한 거버넌스를 역행하는 구조다. 또 앞으로 그룹 내 분쟁 소지는 계속 있을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 책임투자를 이행해야 한다"며 깊은 고려를 통한 올바른 선택을 촉구했다.

임주현 사장은 "남은 이틀간 (신동국 회장과) 대화를 통해 우리 입장을 조금 더 확실하게 설명하겠다"며 "국민연금에는 IR부서를 통해 정당한 루트로 우리 입장 전하고 있다. 다만 법적인 문제로 (국민연금에 대해) 단언하기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임종윤·임종훈 사장

주주총회 전 표심 얻기 위한 여론전 총력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가까워지자 모녀와 형제 측 모두 연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21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은 '불완전한 거래'라 지적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종윤 사장은 그룹 경영은 한미 문화를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영 복귀 후에는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약속했으며,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실패 시 물러나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임주현 사장은 25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시가총액 200조'는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임 사장은 "한미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지다. 미생물 배양은 동물세포 배양과는 차별점이 있는 공정이라 규모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며 "한미의 내부 실정과 상황을 충분히 숙고하고 말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임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으로 얻은 재원으로 상속세 납부가 가능하다는 검토를 마쳤다. 그룹 통합 시 상속세와 오버행 이슈는 제거될 것이며, 이는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지분 매각 없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임종윤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분 매각 계획은 없으며 오히려 한미사이언스 지분 67% 확보를 목표로 매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3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어떻게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지 의문"이라며 "공시된 바와 같이 임종윤 사장에게는 과도한 담보가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임 사장은 형제 측이 회사 경영을 맡을 경우 형제의 지분은 프리미엄과 함께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OCI와의 그룹 통합이 마무리되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임 형제 측에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당부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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