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5 07:08최종 업데이트 23.02.1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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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강민구 회장 "전공의법 개정안 올해 발의될 것...연속근무 24시간 제한"

[인터뷰] 올해 중 전공의법 개정안 발의 전망...정부엔 공공병원 대상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제안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19년 근무중 과로로 사망한 고(故) 신형록 전공의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신 전공의는 사망 당시 36시간 연속근무 중이었고, 1주간 근무시간은 무려 113시간에 달했다. 

신 전공의의 비보가 있은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공의들의 과로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법에서 정한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 비율은 52%였다.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하는 전공의들도 66.8%나 됐다.

지난해 9월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강민구 회장은 주 40시간 시대에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과로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의료인들의 과로가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컸다. 그는 지난 대전협 선거에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제도 개선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뛰어들어 전공의들의 선택을 받았다.

어느덧 임기의 절반가량을 보낸 그는 올 상반기 중 국회에서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중에는 해당 법안 발의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정부에는 공공병원부터 전공의 24시간 연속근무 제한, 주 64시간 근무 등의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해보자고 제안했다.

국회 복지위 전공의법 개정 '공감대'…​발의 시기 조율 중

- 회장 후보 시절부터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을 강조해왔다.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떤가.

 
정부, 국회 등과 공식 비공식 면담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종합대책에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의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을 추진하겠단 내용이 담겼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소통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다만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 등 구체적 추진 방안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전담 전문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이와 연결해 어떻게 하면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이 병원 현장에서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관련해서 전공의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한다.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을 위해선 법안 발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여러 의원실과 접촉을 하며 법안 발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모든 의원실이 긍정적 의견을 줬는데, 36시간 연속근무라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근무 형태가 아니라는데 공감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의료인의 인권 측면에서 봐도 장시간 근무로 인한 환자 안전 측면에서 봐도 36시간 연속근무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전공의법 개정안 발의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들린다.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여러 현안이 있는 상황이다보니 현재로선 시기와 형태를 놓고 세부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마침 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에 그런 내용이 포함됐는데, 거기에 맞물려 가면 좋은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법안 발의는 올해 중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로선 상반기 내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전공의법 개정안에 연속근무시간 제한 외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나.
 
병원들이 전문의를 채용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법안으로 구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의사 대 환자 비율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한 안을 마련할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공공병원서 전공의 근무시간 감축 시범사업 해보자"
 
-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전에 정부에서 해볼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전공의 근로 시간 감축이 환자 안전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 정부도 동의한다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관련 시범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공공병원부터 주 24시간 연속근무 제한이나 주 64시간 근무를 해보자는 것이다.

갑자기 도입하자는 게 아니라 시범 사업을 통해 환자 안전이나 전공의 수련 교육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평가하면서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그런 시범 사업을 빠른 시간 내에 계획해서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공공병원들은 민간 병원보다는 재정 운용에 여유가 있지 않나.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민간병원은 규제로 나타나지 않는 한 이 같은 시범사업에 대해 먼저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 최근 대전협이 발표한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직도 전공의의 50% 정도는 주 8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우선 초과 근무 수당이라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은 정부의 재정 순증이 필요하다. 전문의 채용으로 의료인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전공의들에게 추가 수당을 주는 방안도 충분한 추가 재정이 있어야 한다. 재정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체적으로 긴축 기조로 가고 있긴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에는 재정을 더 투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 24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거다. 실제 최근에는 우리 뿐만 아니라 IT업계나 화물업계 등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해선 국회 환노위를 포함해 국회 내 다양한 위원회와 논의가 필요한데, 해당 내용에 대해 각 위원회들도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해 근무 중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휴게 시간에 실제로는 근로를 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산정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반영될 수 있도록 주장할 생각이다.
 
- 초과 근무 시간을 정확하게 계측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근무시간 계측과 관련해 이전부터 많은 시도가 있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자는 제안도 나왔고, 병원들이 전자의무기록(EMR) 접속을 강제 차단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특히 EMR 접속 강제 차단의 경우 전공의가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해서 대리 처방을 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환자 안전 측면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EMR 차단을 철폐하더라도 완벽하게 수련 시간을 계측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은 전공의의 초과 근무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강민구 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서도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병원 전문의 채용 늘리도록 지원∙규제 필요...의대증원에 대해선 기존 입장 견지
 
- 대전협의 제안처럼 전공의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면 교수를 포함한 다른 의료인력들의 업무 부담이 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병원들이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원을 마련하고, 전문의 추가 채용이 병원 경영에 이득이 되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에 의료질 평가 지원금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등에서 전담 전문의 채용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의 정책 수단이 지원과 규제라고 한다면 두 가지가 동시에 들어가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원은 재정 지원 등 여러 형태가 될 수 있고, 규제는 인력에 따라 수가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 있을 거다.
 
- 전문의 인력 기준 강화 주장에 대한 정부 반응은 어떤가.
 
최근 정부가 공개한 대책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300병상 당 전담 전문의 1명을 확보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런데 전문의 한 명이 담당할 수 있는 병상 수를 고려해봤을 때, 300병상 당 1명은 너무 적다. 실질적으론 30~50병상당 1명 정도는 돼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기준을 조금 완화할 순 있겠지만, 300병상 당 1명은 말이 안 된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기준으론 전담 전문의 고용을 촉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거다.
 
-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
 
일단은 대전협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다른 의견이 나온 바 없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따라가려고 한다. 아직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사 인력 확충 내용이 의제로 나오진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러 채널에서 언급되고 있는 만큼 대전협도 대의원 대상 비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입장을 정하는 걸 넘어서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대응을 할지에 대해선 의견을 더 모아볼 필요가 있다.
 
- 지난 2020년처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일 경우에는 의정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건가.
 
아직 가시화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 정부가 지역 간 의료 인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고 공동수련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추진하는 전공의 정원 배정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2~3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에 전공의 정원을 더 배정한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병원들이 확보하는 전공의 수 증가로 연결될까. 지방 소재 의대를 나온 이들도 서울에서 수련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은 상황인데, 왜 이들이 지역에 남지 않는지에 대해 질적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수련 교육을 위해선 다양한 전문의 채용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대전협 차원에서 지역 수련의 활성화를 위해서 주장하고 있는 방식은 수련병원의 통폐합 등이다. 지역 내 수련 활성화를 위해선 이런 제반 조치들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일부 수도권의 전공의 정원을 늘려서 전체적으로 늘리고 지방에 전공의 정원을 배정을 해서 전체 전공의 정원 숫자를 늘리자는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문의 비율이 적은 편이 아니다. 의료전달체계 등을 고려할 때 총 정원을 확대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는 제한적으로만 허용해야...전공의 병원별 노조 설립 지원

-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뭔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통일된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환자 본인 확인 문제,  초진∙재진 여부, 실시 의료기관, 의료진 책임 소재 등 여러 이슈들이 있다. 지난 2~3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그런 부분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한계점을 반영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제한적인 형태가 돼야 한다고 본다.
 
- 대전협은 최근 전공의 병원별 노조 설립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실제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곳들이 있나.
 
병원별 노조 설립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추진을 하는 전공의 입장에서도 많은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공의 회원이나 대의원들의 문의가 있다면 적절하게 지원을 해주는 게 대전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병원별 노조는 대한전공의노조의 지부가 되는 형태로, 생각보다 설립 자체는 간단하다. 노조원이 두 명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두 명으론 실질적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 노조가 설립되려면 충분한 수 자체가 확보돼야 할 것으로 보고 비공식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함께 젊은의사협의체 발족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젊은의사협의체 발족으로 기존 대전협의 활동에 변화가 생기나.
 
전공의 외에 다른 직역을 포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협의체를 발족하기로 했다. 협의체가 발족된다고 해도 기존 단체가 하던 역할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대전협의 기존 역할은 유지를 하되 다른 젊은 의사들과 협력을 하면 좋을 부분, 예를 들어 국제 보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군의관 복무 기간이나 처우와 관련된 것들도 다룰 수 있다. 공보의 문제는 대공협이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군의관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의사협의체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협의체가 네트워크의 기능으로서 기존 협의회들이 커버하지 못했던 40세 이하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해 줄 창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임기 절반 가량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와 향후 각오를 말해달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지,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한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수렴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 우리 집행부가 지난 6개월간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남은 기간 동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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