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14 07:27최종 업데이트 21.04.1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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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형사판결 2006년 1건→2020년 61건 급증…"고의성 없는 의료행위도 처벌은 무리"

정형외과 21.4%·성형외과 18.5%·산부인과 16.4%로 많아…국가 배상제도 확대·감정 제도 개선 등 필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3일 오후 5시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의협 실시간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의료인 형사처벌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의료영역에서의 주의의무 범위를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김기영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13일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 토론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의료 형사판결 추이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1954년부터 1990년까지 의료 형사사건은 21건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도 매년 1~2건에 불과했던 것이 2012년부터 29건, 2013년 34건, 2014년 41건으로 치솟더니 2017년엔 8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 감소해 2019년 45건, 2020년 61건을 기록했다. 지속적으로 의료 형사판결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소·고발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국내 추세를 잘 드러내는 지표다. 2010년 기준으로 고소·고발 대상 인원은 한국이 51만 4895명으로 9326명인 일본에 비해 55배에 달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서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접수된 사건 수를 살펴봐도 2014년 6733건, 2015년 7299건, 2016년 7511건, 2017년 822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료법 위반으로 접수된 건수도 2014년 6111건, 2015년 6201건, 2016년 6672건, 2017년 7230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김기영 의료관리학과 교수 발표자료
사진=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김기영 의료관리학과 교수 발표자료

시설별 사고 발생비율을 보면 의원급이 56%로 가장 많았고 병원급이 40%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영역 별로는 정형외과가 21.4%로 가장 많은 형사처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성형외과가 18.5%, 산부인과가 16.4%, 외과가 7.6%, 내과가 5.9%, 피부과 5.5%, 신경외과 3.8% 순이었다. 

진료과실을 세분화해 살펴보면 수술상 과실이 34%, 술기상 과실이 18%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또한 경과관찰상 과실과 진단상 과실, 응급조치상 과실 비율이 각각 6%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법조계도 우려를 표했다. 무면허의료행위나 진료기록 조작, 허위 보험청구, 불법 리베이트 등 행위는 고의성이 있는 의료인의 불법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고의성이 없는 진료행위의 악결과까지 모두 형사처벌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우 이준석 변호사는 "형벌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범죄 예방적 기능인데 이를 의료행위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생명이 오고가는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한 악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형사처벌을 강하게 한다고 해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형사사건을 맡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의사 형사처벌을 추가 배상을 위한 압박수단으로 쓰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의사들이 줄어들고 곧 동남아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김기영 의료관리학과 교수, 법무법인 지우 이준석 변호사,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성신여대 김나경 법학과 교수,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 

형사처벌 결과가 1~2명의 소수 감정 소견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는 "의료분야는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면서 각자의 전문 영역이 확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사건에 대한 의견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나뉘게 되는 일이 많다"며 "그러나 법정에선 진료의 적절성을 판단하는데 1~2명의 감정소견에 따라 판결이 좌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정의에 대한 형사고발 사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김나경 법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료계가 스스로 의료영역에 대한 주의의무 범위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형사책임에 대한 최종 판단은 주의의무 과실과 행위와 결과의 인과관계에 따라 결정되며 두 판단은 서로 상이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며 "의료사고의 주의의무 판단이 사고 당시 의학수준이나 환경과 조건 등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에서 주의의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지침을 확립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방안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현재 배상제도가 완전치 않아 대부분의 배상이 행위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며 "국가는 발을 빼고 환자와 의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론 한계가 있다. 국가가 적절하게 재정 투여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4차 산업혁명시대, 기자(記者)의 '올바른 역할'을 고민하고 '가치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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