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의료계 내 의사노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향후 의료계 위기 상황이 반복될 때를 대비해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 내에서 노동자로서의 의사의 권리를 찾고 더 나은 근무환경과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전공의노조는 9월 14일 출범식을 갖고 노조 출범을 알렸다. 조합원 수는 설립 첫 주에만 1000명이 넘고 현재 3000~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공의노조 설립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노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전공의노조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공의 이외 병원의사들 사이에서도 노조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최근 전국단위 병원의사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병의협은 지난 10일 전공의노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의정갈등을 거치며 병원 내 교수 직역 내에서도 과로에 시달리고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돼 왔다. 이에 병의협은 병원의사노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병원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돼 왔던 의사노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국 단위 의사노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병의협과 전공의노조 업무협약서를 살펴보면, ▲양 단체는 병의협이 추진하는 병원의사노조설립과 전공의노조 확대를 위한 홍보 및 행정업무에 상호 협조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양 단체는 최종적으로 전국 단위의 의사노동조합이 결성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후 의료계도 새로운 뉴노멀을 향해 가고 있다.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노조 설립 역시 이런 분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